10월 30일.
10월의 늦은 저녁
우리는 한 쌍의 새가 되었다.
새는 서로를 비벼대며 울고 노래했다.
...높은 하늘을 날아오르진 못했지만
바람이 불면 맞서지 않고 함께하며 흘러다녔다.
가을과 겨울이 마주하는 어느 저녁
우리는 두 개의 씨로 태어났다.
하나는 나무가 되고 하나는 꽃이 되었다.
나무는 그 자리 그대로 모진 비바람을 겪으며 살아가고
꽃은 홀씨가 되어 바람과 함께 떠나 버렸다.
나무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계절
우리는 그루터기와 시인으로 다시 만났다.
시인은 지친 다리를 올리고
떨어지는 낙엽과 서로를 비벼대는 새를 보며 시를 그린다.
그루터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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