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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위로 걷다/영화와 음악

내 인생의 팝 음악 100 - 1/10

팝 음악을 듣기 시작한 지 40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내 기억 속에 처음 좋아했던 팝 음악은 아마도 James Taylor의 Handy Man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엄마가 자주 들으시던 곡인데,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듣기 전 까지는 그게 누구 곡인지도 몰랐으니까요. 항상 후렴구와 James Taylor의 얼굴이 크게 박혀있는 앨범 재킷만 생각났습니다.

그동안 취향도 많이 변하고 좋은 음악도 너무 많이 나오고 해서 이제는 '오늘은 무슨 음악을 들을까'하며 고민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뺏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애플에서 추천하는 플레이 리스트를 많이 활용하는데 'Favorites Mix'라는 것이 있네요. 애플이 어떻게 내 취향을 나보다 잘 아는지. 그래서 지지 않으려고 내 인생의 팝 음악 100곡만 뽑아보자 생각했습니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곡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나중에 주욱~ 들을 때도 좋을 것 같네요. 100곡이니만큼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그 많은 음악 중 100곡을 나래비 세우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그냥 먼저 생각난 순서대로...

1. George Michael - Careless Whisper

역시 이 노래가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치네요. 내 최애 가수 George Michael. 지금 생각해보니 George Michael은 John Lennon 따라 장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Imagine 작곡 시 사용했던 피아노를 구입하기도 하고, 커밍 아웃을 하기 전에는 일본인 여자 친구까지 있었으니까요. 아무튼 Wham 시절 처음으로 발표한 솔로곡인 이 곡은 전주 부분 때문인지 앨범 버전을 가장 선호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George Michael의 풍성한 곱슬머리가 떠오르네요. 

2. Elton John - Your Song

Your Song은 사실 Elton John의 원곡보다 Rod Stewart의 리메이크 곡으로 먼저 접했던 것 같습니다.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꽤 오랫동안 흥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히 나중에 가사 내용을 알았습니다. Bernie Taupin의 가사는 역시 최고더군요. Elton의 초창기 미성이 아주 매력적인 곡입니다. 여자 친구가 생기면 꼭 프러포즈 송으로 불러보겠다 다짐했지만 다짐은 다짐으로만 끝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Your Song은 누가 불러도 사랑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Al Jarreau의 버전도 참 좋아합니다.

3. Led Zeppelin - Stairway to Heaven

가장 사랑하는 락 넘버. 물론 지금은 Led Zeppelin의 다른 곡들을 더 자주 듣지만, 최애곡 리스트에 꼽으려면 단연 이 곡이죠. 이 곡 역시 가사가 아주 멋집니다. Robert Plant가 썼다는데 어쩜 곡에 딱 어울리는 문구들인지. 표절 논란이 계속되는 곡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현역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연주와 곡 구성입니다. Jimmy Page의 프로듀싱 능력에 감탄하게 만드는 곡입니다. 12현 기타로 연주하는 앞부분과 깁슨 기타가 불을 뿜는 후반부 기타 솔로 부분까지 '어떻게 한 곡에 저리 잘 녹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4. USA for Africa - We Are the World

가장 처음 접했던 곡이 Handy Man이라면 가장 처음으로 좋아했던 팝은 바로 We Are the World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사람 중 아는 사람이라고는 Michael Jackson 하고 Lionel Riche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영상에 나오는 인물들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무시 못 하겠더군요. 비슷한 예로 Band Aid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가 있겠네요. We Are The World가 뒤에 나왔다고 하던데, 저는 이 곡을 먼저 알았습니다. 이제는 음악만 들어도 '아 이 대목은 누가 부르는 거다'를 알 수 있을 정도까지 됐네요.

5. Dionne Warwick - That's What Friends are For

Stevie Wonder의 매력을 가장 처음 알게 된 곡입니다. Dionne Warwick의 곡이지만 함께 한 Gladys Knight, Elton John,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Stevie Wonder가 돋보이는 곡입니다. 이 곡 역시 AIDS 퇴치 기금 모금을 위해 녹음된 싱글이라고 합니다. 이 곡이 Rod Stewart의 곡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영화 Night Shift 사운드 트랙에서 Rod가 직접 부른 것이 원곡이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전 Dionne의 버전으로 참 많이 들었습니다. Stevie의 하모니카 연주가 곡의 백미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6. B.B. King - The Thrill Is Gone

블루스라는 음악을 알게 해 준 King of Blues, B.B.King. 그의 대표곡이자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물론 Blues Brothers 2000에서 블루스 거장들과 함께 연주한 How Blues Can You Get도 좋아하지만 King의 기타 연주는 이 곡이 최고입니다. 한 때는 블루스라는 음악에 대해 많은 혼돈을 가졌을 때가 있었어요. B.B.King, Stevie Ray Vaughan, Eric Clapron, Etta James 등의 음악은 너무 달랐거든요. 하지만 그게 다 같은 블루스라는 걸 알고 이 음악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스펙트럼이 넓은지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아직 제게 King of Blues는 B.B.King입니다. 처음 라스베이거스에 출장 갔을 때 B.B.King의 공연 홍보 사인이 크게 있었는데 그땐 보러 가겠다는 생각을 1도 못 했었네요.

 

7. Miles Davis - So What

블루스로 이끄신 분이 King이라면 재즈는 Miles Davis 덕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이 So What은 군에서 제대한 후에 같은 사무실에 있던 친구(김국진을 많이 닮았던)를 따라서 강남에 있는 재즈클럽에 가서 처음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트럼펫이 리더가 아니라 기타가 곡을 리딩 했었는데 넉이 나갔었네요. 한참 즉흥연주와 잼의 매력에 빠져 있을 때라 처음 본 재즈 공연은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집에 와서 서도 So What의 첫 소절이 귀에 계속 맴돌았는데요. 그게 Miles Davis의 곡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였습니다. 그리고는 Miles Davis를 시작해서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의 So What을 찾아들었죠. 그리고 점점 재즈의 늪에 빠졌습니다.

8. Queen - Innuendo

Queen 하면 Bohemian Rhapsody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겠지만, 저는 One Year of Love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건 가장 의미 있는 곡이고 최애곡을 꼽자면 역시 Innuendo입니다. 사실상 Queen의 마지막 앨범(전 Made in Heaven은 Queen의 공식 앨범으로 생각하지 않아서)의 동명 타이틀 곡인데요. 그때까지 Queen의 사운드와 뭔가 다른 꽝하고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었습니다. 한동안 중간의 플라멩코 기타를 Brian May가 직접 연주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Steve Howe의 연주더군요. 이 곡의 가사가 Led Zeppelin의 Kashmir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닮고 있다고 하네요.

9. Emerson, Lake and Palmer - C'est la vie

이 곡만 듣고 ELP가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이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전 그냥 포크록 그룹인 줄 알았다는 거죠. 아무튼 싫어하는 사람 없을 이 명곡은 정말 좋아하는 소프트 록 넘버입니다. Keith Emerson의 보컬과 기타 연주가 얼마나 멋진지 정신을 멍하게 만듭니다. 이 곡이 들어있는 Works, Vol. 1도 사실 어마어마한 명반입니다. Vol. 2는 한 장 짜리였는데 Vol. 1은 두 장의 LP로 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표적인 앨범인데, 그 의미는 C'est la vie 한 곡만 알고 앨범을 구입했다가는 낭패를 당한다는 의미도 되겠습니다. 

10. Kenny Rogers - Lady

이 아저씨가 우리나라에 몇 년도에 오셨는지 기억나시나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제가 공연장에 갔었던 건 기억납니다. 아주머니들이 십 대 소녀들 마냥 엄청 좋아했던 걸로. 특히 이 곡이 나올 때는 거의 실신 직전들이셨다는. Lionel Riche가 만든 이 곡은 컨츄리 가수인 Kenny Rogers가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게 해 줬습니다. Lionel의 70~80년대 히트곡들의 멜로디는 정말 너무너무 감미롭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멜로디를 컨츄리 가수 특유의 보이스와 창법을 가지고 있는 Kenny 아저씨가 부르니 호소력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도입부에 Lady~하는 부분은 조용필의 '촛불'의 '기도하는~'과 같은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곡은 아래 영상으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재미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