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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습작

사모곡(思母哭) 엄마죽는 건 무섭고 사는 건 괴롭네요45년 그리 살아오셨겠네요그래 그리 아들에게 엄하셨던가요그래 그리 그대에게 엄하셨던가요서로 등 기대 살아오던 세월이 40이라홀로 삶의 이유 적을 것 부족해서로 그리 두려움에 엄했나 봅니다통곡치 않으리라 서러워 않으리라그리 다짐하고 큰 쇳대로 걸어두었던 것이꿈속에서 빗장이 녹아내려이리 큰 소리로 울부짖었네요죽는 건 무섭고 사는 건 괴로웠겠죠나도 그리 살아야 하겠습니다무어 그리 나눠 주셔 한숨 하나 적어내지 못하였네요난 그리 살 수 없겠습니다너무도 괴로워너무도 그리워 더보기
꽃이여 한 아이가 꽃을 꺾어 달려간다 아이를 불러 세워 꽃 꺾은 이유 물으니 돌아가신 할머니께 드리려 했다 한다 꽃을 꺾으면 그 치도 죽는다 했더니 그러면 천국 가신 할머님 옆에 피어날 거라 한다 그대 있는 그곳에 가려 하면 나도 저치 처럼 꺾여야 할까 나는 꽃과 같지 아니하여 그대 있는 그곳 가지 못할까 두렵다 더보기
바보같은 친구 시리다 하니 그것은 가슴일 것이고 아리다 하니 그것은 사랑일 것이다 잊지 못하나 묻자 가을이라 답하고 그립나 묻자 구월이라 말한다 소주 한 잔 하자하니 눈물을 마신다 하고 떠나자 하니 이미 먼 곳이라 한다 텅 빈 밤거리 흐릿한 가로등 아래서 등불처럼 흔들리는 모습이 안쓰럽다 사랑이라 불렀지만 아름다운 독초였던 것인가 더보기
10월 30일 10월 30일. 10월의 늦은 저녁 우리는 한 쌍의 새가 되었다. 새는 서로를 비벼대며 울고 노래했다. ...높은 하늘을 날아오르진 못했지만 바람이 불면 맞서지 않고 함께하며 흘러다녔다. 가을과 겨울이 마주하는 어느 저녁 우리는 두 개의 씨로 태어났다. 하나는 나무가 되고 하나는 꽃이 되었다. 나무는 그 자리 그대로 모진 비바람을 겪으며 살아가고 꽃은 홀씨가 되어 바람과 함께 떠나 버렸다. 나무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계절 우리는 그루터기와 시인으로 다시 만났다. 시인은 지친 다리를 올리고 떨어지는 낙엽과 서로를 비벼대는 새를 보며 시를 그린다. 그루터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보기
나 하나만의 모습으로 달력을 한 장 넘기고 또 한 장 넘기고 다시 또 한 장 넘기고 내 하나의 시간이 그렇게 그렇게 흐르고 흐른다 하나의 모습으로 또 하나의 모습으로 걸었다. 뛰었다. 울었다. 웃었다. 바람이 분다면 그러라 했고 비가 내린다면 내리라 했다 나 하나의 삶이 그러했다면 너 하나의 몫도 그러하리니 웃기도 그렇고 울기도 그렇다 나 하나만의 모습으로 너 하나만의 모습으로 내 삶의 달력을 넘긴다 오늘도 한 장 뜯고 내일도 한 장 뜯고 한 달짜리를 넘기고 일 년짜리를 바꿔 달고 나 가끔 넘기는 것을 잊어버리는데 시간은 흐르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나 하나만의 모습을 남겨두지 않는다 더보기
갈 수 없는 길 갈 수 없는 길을 너무 오래 걸었다.그것도 나 혼자 일방적으로. 걸어온 시간만큼 되돌아오는 길도그만큼 걸리겠지.그만큼 아프겠지. 하지만, 주저앉아있을 수만은 없잖은가. 그리 넓은 길이 아닌 만큼,길옆으로 비켜나새롭게 걸어오는 이에게길도 열어 줘야 할 것이다. 다만, 잠시라도 쉴 곳이 있다면 좋겠다. 더보기
Rain... 비가 내리는 쓸쓸한 하루... 어느땐 가장 아름다웠던 하루였다 며칠째 비가 내린다.비에 대한 감각이 둔해져 갈 무렵오래된 친구에게 들은 전화 속 이야기"네가 좋아하는 비 오는 날이구나" 한땐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이 내겐 가장 아름다웠던 하루였다.지금은 왠지 서글프고 쓸쓸하지만차가 없이 비를 맞고 다녔을 때도하늘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눈물에 행복했다. 구름 가득한 오늘 하루버스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작곡했다는 어떤 가수처럼고요 속의 빗소리를 만끽하며그리운 이에게 소식이나 전해보련다. 더보기
타올라라 내 삶이여. 타올라라 심장이여 부서져라 삶이여 근접하지 못할 열기와 눈물을 흘리게 하는 하얀 연기를 동반하고 한 줌 재가 되어 세상 곳곳에 뿌려질 그 날까지 난 계속 불을 붙이고 장작을 집어 던지리라 타올라라 인생이여 겨울의 눈꽃처럼 잡으면 녹아내리는 눈물이 아니라 바람에 흩날리는 재가 되어 사라질 때까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