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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끄적끄적

저출산 문제, 정말 '돈' 때문일까?

 

268兆 퍼부었지만…저출산 더 심해졌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처음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선 건 2005년이었다. 이 해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듬해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첫 5년간(2006~2010년) 들인 ‘나랏돈’은 42조2000억원. 다음 5년(2011~2015년) 동안에는 투입 규모(109조9000억원)를 2배 이상 늘렸다. 이후 3년 동안 116조8000억원을 추가로 쏟아부었다. 13년 동안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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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토론을 하다가 정리해두면 좋겠다 싶어서 블로그에 옮긴다.

이번 정부도 그렇고 지난 정부도 그렇고 저출산 대책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쏟아붓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아이 키우기 힘들다",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라는 이야기다. 과연 진실일까? 그게 전부일까?

통계가 있는데 내가 찾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는 사람 있으면 찾아 주면 고맙겠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일하지 않는 청년 부부의 출산율'이다. 그리고 '외벌이 부부의 출산율'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이 둘의 출산율이 평균보다 높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른 통계를 드려다 보면 대충 파악할 수 있다.

e-나라지표를 보면 여러 가지 국가 통계를 설명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출산 통계를 보면 출산율은 전남 해남군, 전분 순창군, 전남 영광군이 높고 서울 관악구, 종로구가 가장 낮다. 세종시가 출산율이 높은 것은 다른 지방과 다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약 10년 후에도 세종시의 출산율이 상위권이라면 논문 주제다.

아무튼 출산율이 낮은 순서로 나란히 세워보면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대구, 경기, 인천 순이다. 경제 활동이 활발한 도시일수록 출산율이 낮다는 통계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혹시 대도시일수록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지표를 한 번 들여다보자. '국민 삶의 질 지표'라는 항목이 있다. 여기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돈이 많이 든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교육비에 대해 보자. 학생 1인당 교육비 부담도는 2008년 79.8%에서 2018년 64.4%로 매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 통계는 학부모 중 자녀 교육비가 소득에 비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인구의 비율이다. 연령대별로는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 저학년 자녀를 둘 시기인 30대가 상대적으로 낮고, 40대 이상이 되면 높아진다.

다시 한번 이런 되물음이 나올 수 있다. "아이가 점점 없어지니 교육비 부담이 적어지는 것 아닌가?"

다른 지표를 보자. 일하는 것 말고 노는 수준을 봐야겠다. 문화여가 지출률은 2016년 4.53%에서 2018년 5.76%로 상승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최근 2년간 급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수치는 가계지출 중 문화여가 지출의 비율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로 집계한 가계지출총액을 오락문화비로 나누어 산출한 결과다. 1인당 여행일수는 2010년 9.1일에서 2017년 12.5일로 계속 늘고 있다.

문화여가활동은 경제상황에 따라 탄력적 성격을 가지는데(IMF 시대였던 2008년, 2009년 통계 참고) 최근 경제 불황이라는 언론과 야당의 지속적인 보도에도 문화여가 관련 지출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불황만 아니었다면 저 그래프는 더 가파르게 올랐을까?

그러면 쓰는 돈이 늘어난 만큼 여가 활동에 대한 만족도도 올랐는지 궁금하다. 현재 여가생활에 대해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9년 현재 28.8%다. 이 수치는 2009년 21.8%에서 2013년 27.1%로 높아진 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사용하는 비용이 증가한 것에 비해서는 만족도가 높지 않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여가생활만족도가 여자보다 남자가 조금 더 높다는 것, 그리고 연령별로 10대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 20대, 30-50대, 60대 이상의 순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나이가 들수록 놀기 힘들다는 거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젊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은 건 당연하다.

한 가지 지표를 더 보자. 위 그래프는 여가시간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에 대한 조사 결과다. 2014년 66.2%에서 52.4%로 줄었다. 일하는 시간이 더 늘어난 걸까? 임금근로자의 월간 근로시간은 2006년 193.4시간에서 2018년 156.4시간으로 조금씩이지만 분명히 줄어들고 있다. 156.4시간은 2006년 이후 최저 근로시간이다. 그런데 어째서 여가시간은 더 부족할까? 이러한 통계 지표를 봤을 때 현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자기 자신의 여가시간과 삶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봤을 때 저출산의 원인을 '돈' 만으로 보는 건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정말 즐길 것 다 즐기고도 돈과 시간이 남아야 아이를 낳는 시대가 된 거다. 오히려 돈보다 시간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아예 즐길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어렵다면?

시대가 흐를수록 즐길 거리는 점점 많아진다. 골프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140만 명이던 골프인구가 2017년 무려 469만 명으로 늘었다. 서핑협회는 국내 서핑 인구가 2014년 4만 명에서 2017년 20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즐길거리는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 더 많아질 거다. 이 사람들 돈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쓸 돈이 아니라 자신에게 쓸 돈이 부족한 거다. 아이에게 투자할 시간이 아니라 자신이 놀 시간이 없는 거다. 

무슨 문제든지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의 효과가 떨어졌을 때는 정말 난감해진다. 정부는 육아, 출산 보조금을 늘리는 데 돈을 쓰는 것보다 엄마, 아빠가 될 사람들의 여가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봤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여가활동을 장려하는 것도 좋겠지? 단 아이 위주가 아닌 부모 위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