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팀원을 선발할 때 외모를 봅니다. 흔히 말하는 외모 지상주의는 아니고요. 외모가 깔끔하고 자기를 가꿀 줄 알면 다른 것도 잘하더라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트러블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지난 8월 29일. 둔산동의 한 재즈 클럽에서 첼리스트 이나영의 크로스오버 공연이 펼쳐졌다. 첼로라는 메인 악기를 기본으로 피아노, 드럼이 어울린 트리오 구성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자작곡과 탱고 음악 등 다양한 연주를 들려 준 후 이번에는 드럼이 빠지고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구성된 트리오로 변신했다. 이후 그리고 재즈 보컬이 합세해 스텐다드 재즈 넘버와 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보여준 이나영 씨는 궁극에는 EDM DJ까지 무대에 올렸다.
목원대학교를 졸업하고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을 수료한 이나영 씨는 TJB 교향악단 상임단원과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수석까지 지낸 클래식 연주가였다. 그런 그가 지금은 크로스오버 음악 팀을 만들어 전국은 물론 해외 공연까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공연을 마치고 몸에 음악의 떨림이 남아 있는 그를 직접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봤다.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공연을 하다 보니 많은 관객들이 지루해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하는 사람도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너무 어려웠어요. 일단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쉬운 음악,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를 선택했고 다양한 악기와 접목시켜서 하고 있죠. 제가 원래 국악을 좋아했어요. 부전공을 판소리를 했거든요. 그런 것도 크로스오버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영향 받은 아티스트가 있을 것 같은데요.
- 요요마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요요마는 첼리스트이면서 하버드 철학과를 나온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것이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는데 도움이 된 것이 아닐까요? 재즈, 탱고 등을 연주할 때 특히 멋져요. 그분이 운영하는 팀 이름이 실크로드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분의 음악이 저한테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크로스오버를 너무 심도 있게 들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저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좀 더 쉽고 대중적인 음악, 누구나 쉽게 감동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고 있어요.
크로스오버 음악은 자기만의 색을 내기가 힘든데 그런 걱정은 없으세요?
- 맞아요. 너무 다양하면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안 될 수 있죠. 그럴까 봐 저는 어떤 음악 형태를 접목하든 반드시 첼로를 중심에 놓는 것을 확실히 하죠. 첼로가 주도한다는 원칙 아래 팝, 재즈, 힙합, 국악, EDM 등을 접목하는 거죠. 그리고 일단 곡 전체를 다 흡수한다는 원칙도 가지고 있습니다. 공연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반주 개념의 연주도 있고 솔로잉도 있지만 저는 항상 음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해하고 연주하려고 해요.
이날 진행한 이나영 밴드의 연주는 다양한 장르를 구사했다. 첼로가 전면에 나오는 곡도 있었지만 메인 악기를 받쳐주는 연주를 하는 경우도 마다치 않았다. 그런데도 항상 첼로의 묵직한 음색이 전체 음악을 감싸주고 곡을 리드하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을 이해하고 연주한다는 의미가 그런 것이지 싶었다.
전자 첼로도 사용하시던데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 전자 첼로는 7년 전에 처음 구매했어요. 처음엔 많이 어색했어요. 뼈대만 있어서 이상하기도 했고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도 몰랐습니다. 시행착오가 많았죠. 7년 동안 전자 첼로에 잘 맞는 줄과 이펙터 등을 꾸준히 실험했어요. 이펙터는 베이스 기타용이 첼로와 잘 맞더라고요. 7년이 지나니까 이제 겨우 내 것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기획사가 따로 있나요? 해외 공연도 자주 하는 것 같던데.
- ‘나영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지만, 회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하지 않아요. 크로스오버를 위해 다양한 음악과 악기를 연주하는 분들과 함께하고 있죠. 국악기 쪽도 많아요. 대금, 가야금 병창, 판소리, 해금 등이 다 팀에 속해 있어요. 베트남과 중국 진출은 이미 시작했어요. 베트남의 경우 도시 순회공연도 펼쳤죠. 벨기에 쪽에 아는 분이 계셔서 내년에는 유럽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게 한국은 조금 좁은 느낌입니다. 거기에 해외 분들은 반응이 참 좋아요. 순수하시고. 사실 관객 반응은 제가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콘서트에 오신 분 중 아직 시간이 아깝다 하시는 분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죠?
주변에 있던 관객들은 모두 ‘그렇다’고 환호했다. 이날 공연도 지루할 틈 없이 휘몰아치는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니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계획도 평범하진 않을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 현재 녹음 중입니다. 1차 녹음 완료했고 보강해서 디지털 신곡을 내려고 해요. 지금까지 다양한 음악, 퍼포먼스와 함께 연주해 왔는데요. 앞으로 탭 댄스와 함께 공연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현재 탭 댄서를 구하고 있습니다. EDM DJ와는 잘 맞는 것 같아 좀 깊이 파고 들어가려고 해요.
자신의 장점에 대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크로스오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나영 씨.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고 더 좋은 공연과 음악을 많이 들려주길 기대해 본다.
위 콘텐츠는 ‘대전문화재단 문화예술 서포터즈’ 사업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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