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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위로 걷다/기자 명함 내세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기계산업의 기초를 강화하겠습니다”




"국민·산업계·정부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고민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 들을 것입니다. 기계산업의 기초를 강화하기 위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안전한 사회 구축, 에너지 문제 해결 등에도 큰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은 전후 한국이 막 기지개를 피기 시작할 즈음인 1976년 한국기계금속시험연구소로 처음 출발했다. 당시 꿈과도 같았던 100억 달러 수출과 국민소득 1000달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계공업 발전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기관 설립의 이유였다. 이후 약 40년이 지나면서 국가도 기관도 몰라보게 성장했다. 기계연은 그동안 12명의 원장을 거치며 다양한 국가 신성장동력과 주력 기간산업의 원천 기술을 개발해왔다.



내·외부의 소통과 교류에 힘써온 1년 


기계연의 12번째 수장이 된 임용택 원장은 지난 1년간 '창조경제에 기여하는 기계기술 글로벌 연구기관'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정립했다. 이를 실현하고자 한국기계연구원의 영문 이니셜(KIMM)을 활용해 'Knowledge, Innovation, Motivation, Marketability'라는 핵심 경영철학을 수립한 뒤 연구원들에게 전파했다. 기관의 중점과제도 가스터빈, 자기부상열차, 제조·의료로봇을 주제로 한 장기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주요사업 또한 기관임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함으로써 역동적인 기관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기계기술 관련 국제 포럼에 관심이 많았던 임 원장은 지난해 10월 '2014 미래기계기술포럼 코리아'를 개최했다. 국내·외 산·학·연 전문가 250여 명이 참석한 이 포럼은 기계 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글로벌 위상을 정립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는 평을 받았다. 국제 기술교류도 활발하게 펼쳐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제기술교류회 운영기관'으로 지정되어 독일 프라운호퍼 레이저가공기술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진행할 발판을 마련했다, 독일 아헨공대와 공동 학술교류 협정을 체결해 생산, 제조 부문의 역량 강화를 꾀한 것도 그러한 노력 중 하나다. 그 외에도 독일의 바이에른 레이저가공연구소, 미국 항공우주연구소(NASA) 에임즈 연구센터,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등 유럽과 북미의 선진 연구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내부적으로는 조직 개편을 통해 연구와 경영 부문의 소통과 연결고리를 강화했다. 연구·경영 부원장 제도를 도입하고, 중소·중견기업 지원과 대내·외 협력 활동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기술사업화실과 대외협력실을 성과확산본부로 통합·확대 개편해 원장 직속으로 두었다. 또한 기존의 양적 성과 위주의 평가시스템을 연구원 발전에 기여한 특성에 따라 연구, 공공서비스, 기술사업화, 행정이란 트랙으로 구분해 질적인 평가를 강화하도록 평가시스템을 개선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최근 3년간 50억 원대에 머물러 있던 기술료가 64억 원에 도달했으며, 투입된 직접연구비에 대비한 연구 생산성 7.8%라는 사상 최고의 성과를 달성했다. 



돈 버는 기술, 산업화에 적극적인 기관으로 성장 


"연구원에서 개발한 기술을 산업계 및 사회에 적용하는 상용화는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연구 성과가 바로 시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장에 적합하도록 추가적인 상용화 개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연구소 기업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체계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계연은 이미 2008년 (주)제이피이라는 연구소 기업을 설립해 성장시켜왔다. 이 기업은 지난해 매출액 100억 원을 돌파해 설립 5년 만에 매출규모가 38배가량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수송용 공기청정기와 초고속 회전기기용 자기베어링 부문에서 연구소 기업 두 곳을 새로 설립했다. 


자체 연구소 기업 운영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지원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임 원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창조경제의 미션을 이행하기 위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연연이 기술지원 및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구원이 일궈낸 성과가 산업현장에서 제품과 사업화로 순환되는 기술생태계를 통해 미래의 먹을거리로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비전을 바탕으로 기계연은 '창업보육 → 장비활용 → 애로기술 해결 → 중견기업 육성'에 이르는 전 주기적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기술상용화 지원사업인 ACE(Advanced Commercialization Enhancement) 프로그램 14개를 진행해 올해 기업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소기업지원 대전지역센터를 운영하고 78개 중소기업에 단기 애로기술을 지원하는가 하면, 대전시와 연계해 현장 맞춤형 기술 26건을 지원해 주는 활동도 펼쳤다. 


"저희 기계연은 앞으로도 전 연구원이 중소·중견기업의 '테크노 닥터'가 되어 애로기술을 밀착 지원하는 것처럼 실효성 있는 중소기업 지원 제도를 더욱 확대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결정 번복은 아쉬워 


지난 1년간 기관을 운영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을까? 임 원장은 기관의 핵심 성과 중 하나인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대전도시철도 2호선 경쟁에서 탈락한 것을 꼽았다.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대전도시철도 2호선을 자기부상열차로 선정했으나 권선택 현 시장이 당선되면서 건설방식의 재검토에 들어갔고, 결국 트램 방식으로 변경됐다. 지난 1989년 국책 연구개발 사업으로 자기부상열차의 기초연구를 시작한 이래 인천국제공항 6.1km 노선에서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를 앞둔 기계연 입장으로는 이래저래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대표적인 연구성과이자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인 자기부상열차가 대전에 적용된다면 대전시가 첨단 과학기술 메카로서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고, 타 지자체는 물론 해외시장을 열어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임 원장은 국내에서 개발된 우수한 기술이 정치적인 이슈와 연계됨으로써 피해를 보아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외면하는 토종기술은 외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거라 성토했다.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타타르스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캐나다 몬트리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여러 세계 도시들이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기술 도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 큰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내년이면 기계연은 설립 40주년을 맞이한다. 임 원장은 지금이 앞으로 40년의 성장과 미래 발전을 위한 전환점이 될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40세를 불혹의 나이라고 합니다. 불혹은 공자님이 40세가 되어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고 말씀하신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이제 불혹이라는 나이에 걸맞은 연구원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야 할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40년간 선배들이 이룬 탁월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스스로 혁신하는 조직이 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