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 or not, I’m coming
언제부 터인가 미국의 공포 유행은 청년 슬래셔 무비에서 반전이 있는 스릴러물로 바뀐 듯하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되는 시기도 찔 듯한 여름이 아닌 겨울철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늘어났다. 이렇게 단순히 찌르고 피튀기는 영화에서 은근히 인간의 심리를 압도하는 영화 스타일의 영화로 눈을 돌리게 한 것은 아마도 식스센스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는 역시 잭니콜슨의 섬뜩한 연기가 돋보인 영화 ‘샤이닝’이 최고가 아니었을까 한다.
2005년의 시작에 또 하나의 호러 스릴러 영화가 개봉했다. 어린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인 숨바꼭질(원제 : Hide and Seek)이라는 제목을 달고…… (약간 샤이닝의 아류작인 듯한 느낌마저 든다.)
영 화는 전체적으로 사이코 심리 스릴러이다. 엄마의 자살 이후 정신이 이상해진 딸아이. 딸아이의 요양을 위해 아버지는 시골 호숫가의 큰집으로 이사한다. 거기서 딸아이는 자신만의 친구 ‘찰리’를 만들어 놓고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연이어 터지는 이상한 사건들…… 식상한 스토리 아닌가?
이런 류의 영화가 늘 그렇듯이 숨바꼭질 역시 범인인 듯한 주변사람을 지뢰 심듯 넓게 깔아놓고는 범인이 누군지 헷갈리게 하려는 감독의 음모가 있고 중간 중간 진짜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는 복선도 깔려있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이제는 너무 식상해 버렸다는 것이다. 중간즈음 보면 범인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래 끌면 밑천이 들어 난다는 것을 알았는지 약 100분 정도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영화는 1시간 가량 지났을 때 이미 범인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범인을 알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범인만 잡으면 게임 끝이다’라고 생각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에 재미를 숨겨둔다.
앞에도 말했듯이 영화 샤이닝의 아류작인 듯한 스토리, 그리고 존재감 없는 조연(‘날 범인이라고 생각해줘’라고 말하는 듯한 이웃집 아저씨, 이쁜 아줌마, 동네에 하나 밖에 없는 경찰 아저씨 등등…)들의 범벅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두 주연배우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빛이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고 잠들기 전 항상 숨바꼭질 놀이는 하던 귀여운 소녀 ‘에밀리’ 역을 맡은 ‘다코타 패닝’. 영화 전반, 잠깐동안의 천진난만한 모습 후 엄마의 자살을 목격한 후의 창백한 모습은 식스센스의 ‘할리조엘 오스몬드’에 절대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아이엠 셈에서의 귀여운 모습을 기대하였다면 영화 초반에 일어나게 될 것이다. ‘다코타 패닝’의 핏기 없는 창백한 모습은 아담스패밀리의 프라이데이와 맞먹을 정도이니까(물론 코믹하진 않지만). 거기에 헐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가세해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아파하는 딸을 안타까운 모습으로 바라보는 아버지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로버트 드니로’의 진면목은 영화의 후반부에 나타난다. 샤이닝의 ‘잭 니콜슨’과 비교해 보면서 보면 또 재미있다.
영 화는 이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3류 스릴러 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던 영화였다. 전체적으로 외딴 호숫간 산장이라는 음산한 분위기와 유쥬얼서스펙트라는 최고의 반전물로 아카데미 편집상을 거머쥐었던 ‘존 오트만’의 음악 등도 충분히 영화의 재미를 살려주고는 있지만 역시나 배우들의 무게감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영화이다. 하지만 아직도 2% 부족하다.
감독은 영화의 결말을 두 가지로 찍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그 중 한가지 결말만을 상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두 가지 내용을 다 수입하여 극장마다 다른 내용을 상영한다고 한다. 한가지 결말을 보았다고 다른 결말이 엄청나게 궁금할까? 아닐 듯 하다. 대충 다른 하나의 결말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으니까. 감독이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진다.
영화는 중간 중간에 결말에 대한 암시를 숨겨 놓았다. 정말 숨바꼭질을 하듯이… 그 암시들을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눈치가 빠르다면 범인이 누구인지 벌써 알아차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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