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제로 한반도가 들썩거린다. 시위대를 형성하여 일장기를 태우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인다. 참다못한 정부도 이제 버릇없는 일본에게 그동안 갈고 있던 분노의 칼날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냉철하게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싸우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학창시절 나를 괴롭히던 놈을 이기기 위해 힘을 기른다면 적어도 상대가 무슨 운동의 몇 단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거기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약점이 무엇인지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적이 태권도 3단인데 내가 2단 됐다고 한번 붙어보자 하면 어떻게 될까? 내 몸만 더 망가진다.
반 일감정이 극심해져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물론 그 들이 만들어서 파는 물건을 사지 않고 경제적으로 싸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화 쪽까지 불매를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가 일본을 가장 제대로 알기위해선 일본에 가서 몇 년간 살아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시간과 돈이 없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그 들의 문학, 영화, 드라마 등을 접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들의 삶과 정신을 가장 잘 표현 한 것들이 바로 그 들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우 리는 이제 더 이상 학교에서 맞고 왔다고 엄마에게 투정부리는 꼬마가 되어서는 안된다. 나를 때린 놈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녀석을 이길 힘을 키워 헛소리 하는 녀석에게 한마디 할 수 있어야한다. ‘야~ 까불지 말고 눈깔아!’라고.......
우 리와 일본의 문화적 차이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작년 국내의 영화 흥행 순위의 1,2,3위는 ‘태극기를 휘날리며’, ‘실미도’, ‘트로이’였다. 반면 바다건너 일본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1,2,3위였다. 우리가 피와 살이 튀는 액션에 흥분할 때 그 들은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환호했던 것이다. 그 들과 우리는 닮았지만 분명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알아갈 때 상대할 방법이 보일 것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일본영화를 소개하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함이었다. 무조건 일본 것이라고 배척하지 말고 그 것을 이용하여 일본을 파악하는 기회를 가져보자는 필자의 작은 배려라 생각해 주었으면 고맙겠다.
2004 년 칸영화제에서 우리는 ‘올드보이’의 ‘최민식’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14살 신인배우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영화제 내내 수많은 영화들을 보았지만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건 야기라 유야의 표정뿐이었다”라는 찬사를 남기기도 했다. 야기라 유-야(柳楽優弥)라는 이 소년은 일본 내에서도 몇 몇 드라마와 CF에 출연했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태였고 영화 출연은 ‘아무도 모른다’가 처음이었다. 그런 그가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것은 영화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대변해 주는 사건이다.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감독이 자신의 딸을 데려다 함께 볼 정도로 높이 평가했던 이 영화는 일본의 철저한 이기주의를 보여준다. 일본 최고의 도시 도쿄에서 살아가는 4명의 어린아이들의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는 평범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버지가 다른 4명의 남매와 어머니가 한 빌라에 이사를 온다. 여자 혼자서 4명의 아이와 산다는 것이 알려지면 동네에서 살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여자는 큰 아이를 제외한 두 아이들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서 몰래 들어온다. 둘째 여자아이는 역에서 밤이 되길 기다렸다 몰래 집으로 들어온다. 이 집의 아이들은 학교는 고사하고 집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철저히 숨어 지낸다. 하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엄마가 새 남자를 만나 아이들을 놓고 집을 나간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 봄, 여름까지 6개월간 네 남매만의 생활이 흘러간다. 무더운 여름날 막내 여자아이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그 때야 사람들은 그 집에 4명의 아이들만 지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1988년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모태로 만든 이 영화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6개월간의 삶을 조명하였다. 감독 역시 당시 일본 사회에 불어 닥친 엄청난 파급효과 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영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일본 도시인들의 철저한 이기주의를 볼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그 것은 반대로 자신들도 남에게 피해를 받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구조상 방음이 잘 되지 않는 건물을 지어 놓고는 옆집에서 파티를 하거나 조금 시끄럽게 굴면 당장 경찰에 신고 하는 것이 일본인이다. 필자도 일본 여행에서 함께 여행한 사람들과 떠들었다고 경찰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무려 반년동안 4명의 아이들만이 살아가고 있었음에도 이웃들은 큰 아이 외에 3명의 아이가 더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일본의 도심은 그런 동네이다. 물론 오래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가 개봉한 후 많은 일본인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기사를 보면 지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 화를 보면서 아이를 버린 엄마에 대한 분노와 무정한 이웃들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극적 구도를 나타내지 않는다. 어른들을 배재하고 철저히 아이들의 시선에서 영화를 그려나간다. 그 아이들에겐 엄마를 찾겠다는 목적도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분노도 없다. 당장 닥친 앞날을 이겨나가며 살아갈 뿐이다. 그러기에 보는 이의 마음에 더욱 뜨거운 눈물을 담아주는 것이 아닐까.
2시간 내내 시리도록 아픈 영화, 하지만 꼭 봐야할 그런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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