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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위로 걷다/영화와 음악

비가 내리면 생각나는 팝송

끝나가는 장마철 특집이다. 비가 어울리는 팝송 아니면 비가 내리면 생각나는 팝송.

음악만큼 날씨에 영향을 받는 것도 드물 듯 싶다. 날씨가 더워도 추워도.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거나. 거기에 너무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고 그 느낌이 다 다르니 말이다. 물론 추운날 들어도 더운날 들어도 딱인 음악이 있긴 하지만. 오늘은 왠지 비가 내리면 찾아 듣고 싶어지는 음악을 뒤져보고 싶다.

소실적 아마추어 DJ 시절 비만 내리면 주구장창 틀어대던 그 음악들. 10여 년이 지난 후 아련하게 다시 끄집어 내어 본다.

1. Gary Moore - Still Got The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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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가장 많이 틀고,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나이를 먹고 Gary Moore식 Blues보다 정통 Blues에 빠져 점차 멀어지기도 했지만 지금도 비오는 날에 우연찮게 듣게 되면 너무 좋다. 제목은 Blues를 지향하지만 이전까지의 Gary Moore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넘버. Gary의 기타 연주가 매우 인상적인 곡이다. 이 곡이 수록돼 있는 동명 앨범은 파워 기타리스트였던 Gary Moore가 Blues Man으로 급 선회하는 가장 첫 앨범으로 꼽을 수 있겠다.(물론 Gary식 Blues는 조금 그렇지만.)

2. Triumvirat -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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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Rock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던 시기에 접했던 곡. 어린 가슴에 한 줄기 빗물을 선사했던 곡이다. Triumvirate의 다른 곡들과는 많이 다른 곡이라 하겠다. 명반이라 일컬어지는 'A La Carte'앨범에 수록된 이 곡은 David Hanselmann의 보컬이 가슴에 많이 와 닿는 앨범이다. 'A La Carte'앨범은 소개글을 보면 Triumvirat의 이전 앨범에서 느꼈던 과정과 우울함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내겐 여전히 우울하고 과장된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이 들의 음악 중 앨범으론 'Illusions On A Double Dimple'를 더 좋아한다.

3. The Doors - Riders On The St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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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을 비 오는 날 들으면 좋은 이유가 전반부의 빗소리와 천둥 소리 때문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런 이유로는 '부활'의 '희야'나 '시나위'의 '겨울비'가 더 좋겠다. 이 곡 뿐 아니라 The Doors의 모든 곡은 빗소리와 참 잘어울린다. Jim의 뽕 맞은 듯한 목소리나 Ray의 암울한 키보드 연주 덕일 듯 한데 Waiting For The Sun같은 곡도 천둥, 번개 치는 날에 딱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Doors'의 도입부에도 삽입된 Riders On The Storm은 Jim의 유작인 'L.A. Woman'앨범에 수록돼 있다.

4. Candy Dulfer - Lily Was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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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DJ시절의 시그널 뮤직이기도 했던 이 곡은 섹시한 여성 섹소폰 연주자 Candy Dulfer와 Eurythmics의 Dave Stewart가 함께 연주 했다. 처음 이 음악의 뮤직비디오를 접했을 때 Dave가 그리 유명한 뮤지션인지 몰랐다. '어디서 많이 본 남자다'라는 의구심만 있었을 뿐. 아무튼 이 곡은 Candy 특유의 Funky함과 Sexy함이 어울어져 엄청난 매력을 선사했다. 섹소폰과 기타가 주고받는 스타일의 연주는 비 내리는 창가와 끝내주는 매치를 이룬다. 거기다 Candy Dulfer. 정말 미녀다.

5. Prine - Purpl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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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Rain이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Prince의 가장 히트한 곡이다. 동명 영화의 사운드 트랙인 동명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Price의 매력이 담뿍 녹아있는 곡이다. 7분이 넘어가는 대곡이지만 지루함이 하나도 없는 곡으로 비 오는 날 듣고 있으면 내리는 비가 진홍색이 아닐까 의심이 되도록 만드는 곡이다. 개인적으로 Jimi Hendrix 이후 최고의 흑인 기타리스트로 생각하는 Prince의 신들린 기타 연주도 만끽할 수 있다. Price가 말하는 진홍색 비는 치유의 비라 한다.

6. Led Zeppelin - Rain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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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Led Zeppelin의 앨범 중 2번째로 좋아하는 Houses Of The Holy 중 두 번째 트렉으로 자리잡고 있는 곡이다. 앨범 전체 분위기와 걸맞게 무척이나 몽환적인 느낌의 곡인 이 곡은 가사로만 보자면 Elton John의 Your Song 못지 않는 간지러운 사랑노래다. 어떤 Led Zeppelin의 곡보다 Robert의 느낌이 가장 잘 표현된 곡으로 생각되는데 빗방울 소리와 함께 듣고 있다보면 온 몸이 축 늘어지는 듯한 느낌의 곡이다. 멋진 하드락 넘버이긴 하지만 왠지 Art Rock 스러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곡.

7. New Trolls - Let It B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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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히트 앨범 Concerto Grosso의 Part 2. 앨범에 수록된 곡. 이 앨범만 따진다면 New Trolls는 Art Rock보단 Rock과 Classic의 Crossover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 하다. Nico Di Palo의 보컬이 멋드러진 이 곡은 비오는 밤에 들으면 딱이다. 본인이 처음 들었을 땐 E.L.O.의 곡인 줄 알았다는 후문도 있다. 참고로 Concerto Grosso의 Part 1과 Part 2는 발매시기가 약 4년이나 차이가 난다. 요즘은 합본으로 나와 일부 음악팬은 2CD로 된 한 앨범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8. Simon & Garfunkel - Bridge Over Truble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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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이 비 오는날 잘 어울리는 이유는 아마도 Paul Simon이 빗방울 소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전주의 피아노 소리와 곡의 진행이 완전 비 내리는 테라스의 풍경이다. 가사의 내용이야 비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어차피 못 알아듣는 영어고 눈을 감고 음만 즐기다보면 빗소리와 완전 융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천사의 목소리라 칭송받는 Art Garfunkel의 목소리는 아스팔트가 아닌 꽃잎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연상하게 한다. 근데 신기한 건 내 주변엔 Art Garfunkel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이가 드물다는 것.

9. Jeff Beck - Cause We've Ended As 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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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연주곡을 들었을 때 그야말로 '기타가 우는 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불세출의 기타리스트라는 수시어가 딱 들어맞는 Jeff Beck. 소위 말하는 3대 기타리스트 중 가장 연주실력이 뛰어난(개인적인 평이지만) 기타리스트인 그는 정말 멋진 기타 연주를 많이 들려준다. 락 기타리스트에게는 Bible과도 같다는 앨범 Blow By Blow의 수록곡인 이 곡은 무려 Stevie Wonder의 작품이다. 이 연주에서 나오는 Jeff의 사운드를 내기위해 생쑈를 했다는 후배 기타리스트 많이 봤다. 비오는 날엔 역시 기타가 울어줘야...

10. Sting - Frag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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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ng의 곡 중 기타 연주가 가장 유명한 곡은 당연 'Shape Of My Heart'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곡은 Fragile이라 할 수 있겠다. 그룹 Police를 해체한 후 낸 두 번째 솔로앨범 'Nothing Like The Sun'의 수록곡인 이 곡의 기타연주는 Sting 자신이 직접 담당했다. 그래서 좀 더 음악과 잘 어울린다 할 수 있겠다. 워낙 심각한 내용의 곡이라 가사를 알면 암울해 진다. 다만 후반부의 On and on the rain will fall. Like tears from a star like tears from a star라는 부분이 비 오는 날 이 곡을 듣게 해 준 힘이 아니었을까? 참고로 스팅 자신이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로 부른 곡도 같은 곡이지만 약간 다른 느낌을 준다.

11. Queen - One Year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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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을까 뺄까 고민하다 11번째로 리스트에 오른 곡. Queen이 OST를 담당한 영화 'Highlander'의 러브테마로 'A Kind Of Magic'앨범에 수록돼 있다. Queen의 곡 치고는 드물게 섹소폰 솔로가 인상적인 곡으로 Freddie의 절규가 도입부부터 심장을 쥐어짠다. 80년대 후반 희안한 이유들로 국내에서 유독 칼질을 많이 당라고 짜집기가 왕성했던 Queen인지라 이 곡도 완전 비정규 Best앨범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흠. 갑자기 그 옛날 은색 테두리의 '오아시스 레코드'에서 발매됐던 테잎이 생각난다. 데잎이 남으면 무조건 Reprise를 넣어주던 그 친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