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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위로 걷다/영화와 음악

아쉬워 하긴 아직 이를까? '스피드 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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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영화 홍보 카피. 홍보 담당을 아주 족처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실로 오랫만에 극장을 찾아 대형(이라 하기엔 너무나 초라했지만) 스크린 앞에 앉아 영화를 감상했다.(역시 맨 뒷자리가 영화 감상하기엔 그만이다.)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해리포터-불사조 기사단'이었으니 내 입장에선 100만년만의 극장 나들이가 아니었나 싶다.

이 영화 '스피드 레이서'를 보려고 한 이유는 '비'가 나와서도 아니고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였기 때문도 아니다. 그냥 아련한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달려라 번개호'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나에겐 그 촌티 팍팍 풍기는 하얀색 스포츠카가 영화 선택의 제 1 순위 였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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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하긴 현란하다. 경쟁 차들에 비해 월등히 촌스런 저 차가 나에게 영화를 선택하게 했다.)

내게 '달려라 번개호'는 하얀 자동차가 질주하는 모습과 톱날, 제비로봇 등의 당시로선 첨단 장비들의 활용, 그리고 조물조물 가지고 놀았던 프라모델 장난감에 추억이 남아있는 이름이다. 애니메이션의 스토리가 어땠는지, 영상이 어땠는지는 당연히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지금 '메칸더 브이'를 다시 보는 것과 같은 촌스러움 가득한 만화가 아니었을까 상상 해보긴 하지만.(때문에 그 때 영상을 다시 찾아보는 만행은 아직까지 저지르지 않고 있다)

일단 영화는 화려하다.(안타깝게도 그게 전부다) 매트릭스 같은 미래지향적인 영상이라기 보다 원작 만화에서도 표현하지 못했을 법한 화려한 색채들과 현란한 카메라 워킹이 화면에 가득하다. 주인공이 사는 마을은 영화 '가위손'의 그것과 비슷하고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거대 기업은 '스파이 키드'의 한 장면같다.(영화 내내 스파이 키드를 지울 수 없는 것은 완전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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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만 보면 완전 '스파이키드'다. 저 원숭이와 꼬마. 확~~)

스토리는 진부하다.(아주 약간의 반전은 있지만) 솔직히 영화 '매트릭스'도 1편 이후의 스토리에 진부함과 억지스러움을 느껴 인상을 찌뿌렸고 '브이 포 벤데타'는 뭘 이야기 하려는지 머리를 연신 긁적였던 터라 이 만화(영화)에서 뭔가 의미를 찾기란 진작에 포기했더랬다. 거기다 '스파이 키드'의 꼬맹이들도 울고 갈 주인공 동생의 오버 연기와 촌스러움은 영화를 'B급 블록버스터'으로 완성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동생으로 나오는 꼬마와 원숭이는 내 나이에선 참아주기 힘들었다. 원작에서도 '저정도의 저질 개그였나'하는 의문이 든다.(만약 사실이라면 너무 원작에 충실한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이 자식들만 안 나왔어도 영화가 '스파이 키드' 수준으로 하락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온 가족이 함께 뛰어다니는 격투씬은 정말...

배우들의 연기는 그냥 그렇다. 아마도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꽤나 어색했구나 하는 생각이 마구든다. 존 굿맨이라던지 수잔 서런든 같은 명배우들도 총 천연색의 배경 앞에서 많이 헤매는 모습이 보인다. 그 와중에 비의 연기가 많이 어색하지 않았던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영어 발음 상당히 괜찮더라. 성룡과 이연걸이 처음 헐리우드에 진출해 씨부렸던 되먹지 못한 영어 대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연신 내지르는 '호~'는 많이 민망했다.

비의 옷과 화면을 가득 채웠던 벽면에 선명하게 적혀있던 '태조 토고칸'이라는 한글은 '디 워'의 '아리랑'보다 훨씬 뿌듯했다.(참 잘했어요 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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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게 성장하셨군요. 비군.)

한편, 비와 연기 대결 혹은 역할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였던 사나다 히로유키는 박준형(영어는 비보다 잘 했을 터인데 입 한번 뻥긋하지 않더라)에 맞먹는 까메오 수준이었던 것에 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불쌍했다. ㅋㅋㅋ)

하지만 너무나 예쁘게 자라버린 나의 영원한 프라이데이 크리스티나 리치는 주인공 에밀 허쉬의 허접한 외모를 커버하기에 충분했다.(솔직히 에밀 허쉬의 외모와 표정 연기 덕에 영화의 몰입도가 120%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왜 그렇게 예쁘게 커버렸는지... 그녀의 눈에는 정말 호수라도 들어있는 듯 했다.(정말 크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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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왤케 예쁘게 커버린겨. 프라이데이양~~)

영화 연출을 생각하면 그다지 낙제점을 주진 않아도 될 듯 하다. 이미 다른 리뷰들에서 임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었던 경주씬의 연출은 만족스러웠다. 처음엔 그저 잘 만들어진 게임 영상 정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후반으로 갈 수록 원작에서 중요하게 사용됐던 점프의 적절한 표현과 속도감이 높은 수준으로 다가온다.

특히, 영화 막바지의 골인 장면은 아주 잠깐 이지만 '이야 멋지다'라는 감탄이 나오게 만들기도 한다. 마지막 주인공들의 키스씬의 배경으로 하트가 뾰로롱, 뾰로롱하고 뜨는 것은 유치하긴 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연출이었다고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매트릭스에서 했던 것처럼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을 만한 뛰어난 기법은 나오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특이한 연출 기법을 많이 사용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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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반을 따지면 만족도 75점 정도 밖에 줄 수 없을 것 같지만 블루레이 디스크로 나온다면 하나 구매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영상 하나는 레퍼런스 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뭐 예정에는 속편도 찍을 생각이고 비도 계속 출연 시킬 생각이라니 1편은 그냥 준비 과정이었으며 2편, 3편에서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으면 좋겠다.(흥행이 잘 되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판타스틱 4도 속편이 나왔지 않나?) 하도 오래전 애니였기에 현 시대 사람들에게 번개호(마하 5)의 디자인과 스피드의 레이싱 복장이 밑도 끝도 없이 촌스러움 가득하게 느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더 해진다.

차라리 번개호에 대한 추억이 아련한(나같은) 사람을 위해 유치한 초딩 수준의 개그는 빼고 좀 더 진지하게 스토리를 펼쳐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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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다. ㅋㅋ 비슷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