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라는 장르가 나의 귀를 덮기 시작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재즈 하면 애로영화의 BGM으로 사용되는 끈적한 섹소폰 소리가 다 일 것이라 생각했고, 바보처럼 Kenny G의 간지러운 연주를 들으며 '재즈는 생각보다 부드럽구나'라고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Kenny G는 재즈라기보다 팝 인스트루먼트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몇몇 유명 연주가들의 정신없는 연주(지금 생각하기에는 초기 비밥이 아니었을까 하는데)를 들으며 '헉! 역시 범접할 수 없는 세계'라며 접근조차 꺼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락을 넘어 블루스를 사랑하게되고 그 블루스가 재즈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될 즈음 난 나 자신도 모르게 재즈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곤 미친 듯이 음반 및 mp3를 수집하게 됐고 예전에 들었던 그 정신없는 연주 마저도 매력적으로 느끼게 돼버렸다.
그렇게 사랑하게 된 재즈.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락이나 팝에 비해 넘치도록 많은 수의 음반과 mp3를 모으고 들었던 것 같다. 재즈는 그 특성상 유명 한 아티스트가 수십장이 되는 앨범을 발표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모든 음원을 찾아들어야 직성이 풀렸던 나는 듣다 듣다 낙오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더랬다. 당시에 한 아티스트의 mp3가 80G 하드디스크를 가득채우고도 모자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국내에선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앨범들이 다수였기에 닥치는 데로 모으는 게 대수였다.
그렇게 넘치도록 많은 음반을 들었지만 내내 아끼고 많이 듣던 음반들은 따로 있었으니 오늘은 그 음반 중 몇 가지만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Keith Jarret - My Song
(아주 심플하면서도 뭔가 있어보이는 이 앨범 자켓을 다행히도 LP로 소장하고 있다)
이 음반은 Keith Jarret의 피아노 연주보다는 Jan Garbarek의 섹소폰 연주가 좋아서 듣기 시작한 앨범이다. 그렇게 듣기 시작하다보니 Keith의 피아노 연주가 좋아졌고 그의 다른 음반들도 즐겨듣게 만든 앨범이다. 그의 주 특기인 서정적인 연주가 일품이며 들을 때마다 처음 음반을 접했던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몇 안되는 명반이다.
2. Miles Davis - Birth Of Cool
(앨범 커버도 말 그대로 쿨하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반은 그 하나 하나가 예술인 듯)
앨범 제목 그대로 쿨 재즈의 탄생을 알린 음반이다. 초기 마일즈 데이비스는 찰리 파커의 영향을 많이 느끼게 했으며 Bitches Brew를 시작으로 펼쳐진 퓨전재즈 음반들은 난해하기가 아트락에 버금가는 음악들이 가득했기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Birth Of Cool 앨범은 또다른 서정성 가득한 아티스트 Gil Evans와 함께 만들어 졌고 처음 발표했을 땐 너무 앞선 음악 형태로 팬들에게 버림받기도 했다. 하지만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시대를 열어 재낀 명반으로써 제목과 달리 상당히 따스한 느낌의 음악으로 가득차 있다.
3. Chet Baker - My Favorite Songs : The Last Concert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의 자켓은 이게 아니라 쭈글탱이 할아방구가 표지 가득 들어있다)
개인적으로 쳇 베이커는 후기의 음악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나이보다 더 들어보이는 외모만큼이나 음악에 연륜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제임스 딘을 닮았다고 평해지는 젊은 시절 핸썸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너무나도 깔끔했던 트럼펫 연주와 미성의 보컬도 많이 퇴색했지만 그 때문에 더욱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이 앨범의 그의 마지막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2장의 앨범인데 그의 모든 고뇌와 삶의 경험이 농축돼 있는 듯한 느낌의 음반이다. Chet 특유의 서정성 깊은 연주와 노래는 듣는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기까지 한다.(너무 오버인가?)
4. Al Di Meola/John Mclaughlin/Paco De Lucia : Friday Night In San Francisco
(처음엔 몰랐다. 이 세명의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나에게 기타 연주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음반이다. 91년쯤인가로 기억하는데 자주가던 레코드 샵 주인 형님께서 손수 음반을 뜯어 들려주던 이들의 음반은 당시 락 기타연주에 빠져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 명의 걸출한 기타리스트의 손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플라맹고 기타 연주는 듣는 내내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연주를 하면서도 최고의 정학도를 자랑하는 연주가 그것도 어쿠스틱 기타로 쏟아지니 혀를 내 두를 수 밖에. 아직까지 이 보다 더 뛰어난 기타연주 앨범이 없다고 자부하는 입장이니 이 음반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5. Ella Fitzgerald & Louis Armstrong / Ella And Louis
(정말 어울리는 한쌍이 아닐가 싶다. 앨범 자켓만으로도 재즈 냄새가 물씬 풍기지 않는가?)
아마도 Ella에게 Satchmo(Louis Armstrong의 별명)은 스승, 음악 동반자 이상의 뭔가가 있을 듯 하다. 이 앨범은 바로 그 느낌을 증명해 주는 트랙들로 가득하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미려한 목소리로 최고의 노래를 들려주는 Ella와 걸죽하기로는 세계 최강인 Satchmo의 듀엣은 어울리지 않을 듯 하면서도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거기에 Satchmo 특유의 트럼펫 연주까지 들으면 들을 수록 귀에 착착 엉기는 앨범이다. Can't We be Friend에서 시작해 April In Paris까지 모든 곡이 재즈계 명곡으로 꼽아도 하나 아깝지 않은 곡들이다.
이렇게 1차적으로(2차가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5개의 앨범을 꼽아봤다. 위의 앨범들은 재즈를 갓 입문하는 이들에게도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음반이며 재즈를 어느정도 듣고 있는 분들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앨범이라 자부한다. 이런 오래된 음반들 말고도 앞으로도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최고라 여길 수 있는 음반들이 마구마구 쏟아지길 바란다. 현 음반 시장을 보면 이런 바람은 진정 그냥 바람으로 그칠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재즈 하면 애로영화의 BGM으로 사용되는 끈적한 섹소폰 소리가 다 일 것이라 생각했고, 바보처럼 Kenny G의 간지러운 연주를 들으며 '재즈는 생각보다 부드럽구나'라고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Kenny G는 재즈라기보다 팝 인스트루먼트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몇몇 유명 연주가들의 정신없는 연주(지금 생각하기에는 초기 비밥이 아니었을까 하는데)를 들으며 '헉! 역시 범접할 수 없는 세계'라며 접근조차 꺼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락을 넘어 블루스를 사랑하게되고 그 블루스가 재즈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될 즈음 난 나 자신도 모르게 재즈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곤 미친 듯이 음반 및 mp3를 수집하게 됐고 예전에 들었던 그 정신없는 연주 마저도 매력적으로 느끼게 돼버렸다.
그렇게 사랑하게 된 재즈.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락이나 팝에 비해 넘치도록 많은 수의 음반과 mp3를 모으고 들었던 것 같다. 재즈는 그 특성상 유명 한 아티스트가 수십장이 되는 앨범을 발표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모든 음원을 찾아들어야 직성이 풀렸던 나는 듣다 듣다 낙오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더랬다. 당시에 한 아티스트의 mp3가 80G 하드디스크를 가득채우고도 모자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국내에선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앨범들이 다수였기에 닥치는 데로 모으는 게 대수였다.
그렇게 넘치도록 많은 음반을 들었지만 내내 아끼고 많이 듣던 음반들은 따로 있었으니 오늘은 그 음반 중 몇 가지만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Keith Jarret - My Song
(아주 심플하면서도 뭔가 있어보이는 이 앨범 자켓을 다행히도 LP로 소장하고 있다)
이 음반은 Keith Jarret의 피아노 연주보다는 Jan Garbarek의 섹소폰 연주가 좋아서 듣기 시작한 앨범이다. 그렇게 듣기 시작하다보니 Keith의 피아노 연주가 좋아졌고 그의 다른 음반들도 즐겨듣게 만든 앨범이다. 그의 주 특기인 서정적인 연주가 일품이며 들을 때마다 처음 음반을 접했던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몇 안되는 명반이다.
2. Miles Davis - Birth Of Cool
(앨범 커버도 말 그대로 쿨하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반은 그 하나 하나가 예술인 듯)
앨범 제목 그대로 쿨 재즈의 탄생을 알린 음반이다. 초기 마일즈 데이비스는 찰리 파커의 영향을 많이 느끼게 했으며 Bitches Brew를 시작으로 펼쳐진 퓨전재즈 음반들은 난해하기가 아트락에 버금가는 음악들이 가득했기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Birth Of Cool 앨범은 또다른 서정성 가득한 아티스트 Gil Evans와 함께 만들어 졌고 처음 발표했을 땐 너무 앞선 음악 형태로 팬들에게 버림받기도 했다. 하지만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시대를 열어 재낀 명반으로써 제목과 달리 상당히 따스한 느낌의 음악으로 가득차 있다.
3. Chet Baker - My Favorite Songs : The Last Concert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의 자켓은 이게 아니라 쭈글탱이 할아방구가 표지 가득 들어있다)
개인적으로 쳇 베이커는 후기의 음악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나이보다 더 들어보이는 외모만큼이나 음악에 연륜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제임스 딘을 닮았다고 평해지는 젊은 시절 핸썸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너무나도 깔끔했던 트럼펫 연주와 미성의 보컬도 많이 퇴색했지만 그 때문에 더욱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이 앨범의 그의 마지막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2장의 앨범인데 그의 모든 고뇌와 삶의 경험이 농축돼 있는 듯한 느낌의 음반이다. Chet 특유의 서정성 깊은 연주와 노래는 듣는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기까지 한다.(너무 오버인가?)
4. Al Di Meola/John Mclaughlin/Paco De Lucia : Friday Night In San Francisco
(처음엔 몰랐다. 이 세명의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나에게 기타 연주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음반이다. 91년쯤인가로 기억하는데 자주가던 레코드 샵 주인 형님께서 손수 음반을 뜯어 들려주던 이들의 음반은 당시 락 기타연주에 빠져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 명의 걸출한 기타리스트의 손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플라맹고 기타 연주는 듣는 내내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연주를 하면서도 최고의 정학도를 자랑하는 연주가 그것도 어쿠스틱 기타로 쏟아지니 혀를 내 두를 수 밖에. 아직까지 이 보다 더 뛰어난 기타연주 앨범이 없다고 자부하는 입장이니 이 음반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5. Ella Fitzgerald & Louis Armstrong / Ella And Louis
(정말 어울리는 한쌍이 아닐가 싶다. 앨범 자켓만으로도 재즈 냄새가 물씬 풍기지 않는가?)
아마도 Ella에게 Satchmo(Louis Armstrong의 별명)은 스승, 음악 동반자 이상의 뭔가가 있을 듯 하다. 이 앨범은 바로 그 느낌을 증명해 주는 트랙들로 가득하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미려한 목소리로 최고의 노래를 들려주는 Ella와 걸죽하기로는 세계 최강인 Satchmo의 듀엣은 어울리지 않을 듯 하면서도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거기에 Satchmo 특유의 트럼펫 연주까지 들으면 들을 수록 귀에 착착 엉기는 앨범이다. Can't We be Friend에서 시작해 April In Paris까지 모든 곡이 재즈계 명곡으로 꼽아도 하나 아깝지 않은 곡들이다.
이렇게 1차적으로(2차가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5개의 앨범을 꼽아봤다. 위의 앨범들은 재즈를 갓 입문하는 이들에게도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음반이며 재즈를 어느정도 듣고 있는 분들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앨범이라 자부한다. 이런 오래된 음반들 말고도 앞으로도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최고라 여길 수 있는 음반들이 마구마구 쏟아지길 바란다. 현 음반 시장을 보면 이런 바람은 진정 그냥 바람으로 그칠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블로그 > 영화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웅은 만들어 진다 - 아이언맨 (0) | 2008.06.03 |
---|---|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 최고의 배우, 그러나 약간은 부족한 내용. (0) | 2008.05.31 |
아쉬워 하긴 아직 이를까? '스피드 레이서' (0) | 2008.05.13 |
내가 사랑하는 라이브 앨범 (8) | 2008.04.03 |
내가 사랑하는 베이시스트 (0) | 2008.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