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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위로 걷다/영화와 음악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 최고의 배우, 그러나 약간은 부족한 내용.

안젤리나 졸리의 툼 레이더, 니콜라스 케이지의 네셔널 트레져.
이 영화들은 인디아나 존스의 활약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채찍과 모자로 대표되는 그. 인디아나 존스를 이십년만에 만나기 위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을 참아가며 극장을 찾았다.(그래서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었음을 미리 고백한다)

정말 지루한 광고와 예고편(젠장 이건 뭐 영화를 볼 때마다 점점 늘어가는 느낌이다)을 보면서도 계속 가슴이 떨렸던 것은 어린 시절 영웅이 다시 돌아오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침내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된 후 모자를 쓰는 존스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나오면서 환호를 질러버렸다. 인디아나 존스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그 실루엣. 와우~ 저 모습을 보기 위해 얼마나 기다렸던가.(아~ 저 모자 정말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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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존스는 많이 늙었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예전같은 날렵한 몸매는 찾을 수 없으며 머리에는 서리가 가득 내렸다. 죽어라 달리는 모습을 보다 보면 정말 죽을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속 존스 자신도 "예전엔 펄펄 날랐는데"라며 투덜거리니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의 채찍질은 여전했고 적절한 쌈박질도 아직 녹슬지 않았다. 오히려 나이를 먹으며 좀 더 현명해지고 차분해진 느낌이랄까?(그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모르겠다.) 예전의 그 엉뚱하고 대책없던 무대뽀정신은 샤이아 라보프에게 물려줘 버렸다. 하지만, 중간 중간 터져나오는 몸개그는 젊은시절 인디아나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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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1, 2편이 인디아나의 독주였다면 3편은 아버지 역의 '숀 코넬리'와의 적절한 호흡으로 즐거움을 선사했고 이번 4편에선 샤이아 라보프에게 1, 2편에서 자신의 모습을 물려줬다. 샤이아 라보프는 시종일관 무대뽀 정신을 발휘하며 화면을 이끌었고 이미 늙어버린 영웅을 대신해 엄청난 몸놀림을 보여준다. 마치 타잔이 된 듯한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러시아 군인으로 나오는 케이트 블랑쉐는 '명배우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다시한번 몸소 실천한다. 예전에 누군가 제랄드 드빠리유가 명배우인 이유가 역할에 맞도록 자신의 목소리, 억양까지 모두 변신시킬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이라 했는데, 이번 영화의 케이트가 바로 그랬다. 영어를 잘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딱 우크라이나 식 영어 발음인 것처럼 느껴지게 연기한다. 검은 단발 머리와 표정연기는 영락없는 러시아인이었다. 또한, 일이 안 풀릴 때마다 원망처럼 내 뱉는 '존스~'라는 외침은 영화의 적절한 양념이 된다.(정말 불쌍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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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1편에 이어 잊혀져 갔던 카렌 알렌의 활짝 웃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기뻤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무대뽀가 생활 신조인 듯 하다. 그래도 인디아나의 고백에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그 녀는 천상 여자였다. 아무리 털털해 보여도 말이다.

한 가지 숀 코넬리가 출연을 고사하는 바람에 그의 얼굴을 사진에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내가 시리즈 중 3편을 가장 좋아했던 이유가 바로 이 할배 때문이었는데. 할배까지 합세해서 3대가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3편을 생각하면 숀 코넬리가 죽었다는 설정도 조금 이해가 안된다. 뭐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이렇듯 영화 속 배우들은 만족스러운 캐릭터와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내용과 전개 역시 만족스러운가라고 물으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일단 인디아나존스 특유의 개그가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간간히 실소를 터트리는 웃음코드는 여전히 등장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부족한 느낌이다. 샤이아와 헤리슨의 콤비 플레이도 전작의 숀과 헤리슨의 호흡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트렌스포머에서 샤이아는 참 유쾌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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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의 악랄함은 힘빠진 인디를 도와주려는 듯 부드러워졌고 보기엔 화려할지 모르겠지만 액션 및 부비트랩 등도 전작에 비할게 못된다. 크리스탈 해골의 정체 역시 기존 인디아나 존스와 너무 큰 이질감을 선사한다. 차라리 멀더와 스컬리가 더 어울리달까? 전반적인 진행이 신선하기 보단 1, 2, 3편을 짜집기 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1957년으로 설정된 시대배경 역시 크게 어필하지 못한다. 그 시대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초반 잠깐 나오는 대학의 모습이 전부다. 러시아 군을 악역으로 설정하곤 무조건 50년대 냉전시대라고 우기는 것은 조금 무리였던 듯 보인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영상은 시대가 흐른만큼 시리즈 최대의 스케일과 화려함을 보여준다. 특히 아마존의 폭포씬은 무더위에 지쳐가는 요즘에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다만 그러한 최신 영상 기술은 라라 크로포드에게나 줘버리라고 외치고 싶다. 인디아나 존스의 진정한 매력은 아기자기 함 속에 묻어나는 주연 배우들의 연기였으니 말이다. 뭔가 있을 듯 하면서 그냥 지나가 버렸다는 느낌을 아무래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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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했는데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이 바로 그런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다. 전편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꽤 괜찮은 영화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전편의 아성에 비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 하다. 하긴 전편의 그 모습들 때문에 더욱 인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음 편에는 샤이아가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해리슨 포드가 3편의 숀 코넬리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니 전설이 끝나지 않고 이어질 지 두고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