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뛰어난 직원은 분명 따로 있다'라는 책을 쓴 딜로이트의 김경준 상무의 글을 읽고 나름대로 느낌을 적은 글이다. 김 상무의 글은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히말라야 원정을 따라 가본 느낌을 신동아에 기고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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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산을 오르는 것이 인생을 사는 것과 똑같다고 말하곤 한다. 군 시절 아픈 기억들 때문에 워낙 산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인생 자체에 회의를 가지곤 했다.
하지만 고산을 체험한 인물들의 수기를 읽다보면 산을 오르는 것이 얼마나 인생과 닮아 있는지 한번씩 되씹어 보곤 한다.
김경준 상무가 쓴 '산은 겸허한 자에게만 정상을 허락한다'를 읽으면서도 마찬가지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 글은 내게 전반적 인생과 등산의 유사성을 시사하는 것 외에 리더와 그를 따라가는 조직원으로서 삶에 대해서도 큰 느낌을 안겨줬다.
김 상무의 수기는 엄홍철 대장은 리더십 보다는 그를 따라가는 초짜 산악인 김 상무의 모습에 더욱 관심이 간다.
처음 산을 위해 장비를 구입하는 것부터 산을 떠나 문명세계로 돌아오는 것까지 어쩌면 직장이라는 산을 오르고 있는 나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김 상무는 처음 장비를 구입할 때 200만원이라는 큰 비용을 지불했다. 처음엔 엄청난 구입 가격에 놀란 그지만 풍부한 경험이 있는 대원의 설명에 미련 없이 구입을 했고 결국 큰 도움을 받았다.
우리가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많은 준비를 요구할 때가 있다. 금전적 문제는 물론이고 정신적 그리고 학습까지 그 동안 살아온 인생 안에서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지출 목록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는 판단하는 데는 먼저 그 길을 걸어온 선배들의 몫이 크다. 그리고 꼭 필요하다고 조언하는 일이라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과감함도 필요한 듯 하다.
김 상무는 산에 오르기 전 이쑤시개, 손톱깎이 같은 사소한 품목까지 수백가지를 점검해야했다고 전했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며 이러한 사소한 것까지 점검하면서 일을 하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다. 하지만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 닥쳐도 대처할 수 있는 든든한 도구들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목은 바로 '천천히 꾸준하게 걸어라'였다. 높은 산을 오르는 기본자세는 속도가 아니라 꾸준함이었다는 김 상무의 글은 내게 또 하나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이러한 경험은 직접 산을 오를 때도 느꼈다. 내 체력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초반 무리하게 빨리 걸어 결국은 천천히 걸어오던 사람들에게 추월당하기 일쑤였다. 초반 빨리 앞서 나간다는 것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증거였다.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걸어가게 된다. 하지만 너무 성급한 나머지 남들이 한 걸을 갈 때 두, 세 걸음 먼저 달려가려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려는 노력은 좋지만 너무 지나칠 때 결국 탈이 나는 것이다.
목표를 정했으면 빨리 달리기보다 꾸준히 걸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남들보다 더 처지면 안 되겠지만 앞서 달리는 사람의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가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김 상무의 고소증도 하나의 교훈으로 다가왔다. 엄 대장은 김 상무에서 "히말라야에 왔으면 고소 신고식은 한번 해야지"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일을 하면서 맞이하는 절망과 두려움이 누구에게나 한번씩은 있다는 뜻이다. 거기서 포기하고 주저앉으면 히말라야를 볼 수 없다. 그간 준비하고 노력했던 것이 허사가 되는 것이다.
또, 엄 대장은 "히말라야에서 얻어갈 것은 고통을 이겨내는 성취감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생활 역시 고통 끝에 맞이하는 성취감이 진정한 행복이다. 그런 의미에서 편한 삶을 따라 다니는 젊은이들에게 큰 교훈을 안겨줄만한 대목이 아닐까 한다.
김 상무는 산에서 내려와 호텔에 여장을 풀고 10일 만에 뜨거운 물 샤워를 했다고 한다. 그 때 느꼈던 행복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철저한 준비와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진행, 그리고 한번쯤 겪게 되는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마지 하는 정산에서 환호.
그리고 목표를 이룬 후 은퇴해서 따스한 물에 몸을 담그는 기쁨이야 말로 인생을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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