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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위로 걷다/기자 명함 내세운

기술 사무관을 포기한 젊은 과학자의 편지

누구나가 동경하고 있는 국가 기술고기를 합격하고도 좀 더 불안한 미래일 수 밖에 없는 벤처기업인을 선택한 젊은 과학자가 있었다.


이를 소개하기 위해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그 내용이 아주 충실했다.


지면 관계상 많은 부분을 삭제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까움에 전문을 블로그에라도 올려본다.


1. 간단한 자기 소개 (출신 학교, 그 간 경력, 전공, 근무하는 회사)

저는 1973년생이며, 출생지는 제주도 제주시입니다. 1993년도에 서울대학교 전기전자제어공학군(당시 과이름)에 입학하였고, 97년도에 졸업하면서 곧바로 동대학원 동학부 석사과정으로 진학하였으며, 99년도에 석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역시 동대학원 동학부 박사과정으로 진학하였습니다. 2001년도에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벤처기업으로 전직하였으며, 이후 계속 벤처업계에서 일해왔습니다.


대학원에서의 전공은 전력시스템과 같은 대규모 분산 시스템 모델링 및 제어였으며, 벤처기업으로 전직한 뒤에는 네트워크, 디지털 멀티미디어 등과 연관된 임베디드 시스템을 다루는 SW 엔지니어로 개발 업무와 함께 제품 기획 및 마케팅 등의 업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는 맥시안이라는 벤처기업인데, 휴대형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를 연구개발하고, 생산하여 판매하는 회사이며, 2003년도에 창업하였습니다.


맥시안을 창업하신 분들은 1989년도에 휴맥스를 창업하셨던 김종일 사장님(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79학번, 박사 94)과 최한홍 부사장님(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81학번)이신데, 벤처기업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시절에 전혀 다른 길을 택하셔서 현재의 휴맥스라는 성공한 기업을 일구셨던 선배 엔지니어이자 벤처기업가이신만큼 배울 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휴맥스로 이미 성공하신 분들이 밑바닥부터 새로 시작하시는 것을 보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2. 사무관에는 어느 정도까지 근접하셨는지… (기술고시 준비 과정이었는지 아니면 합격 후 포기였는지)

저는 2000년도 제36회 기술고등고시 통신기술직렬에 합격하였습니다. 당시 운이 좋았는 지 직렬수석으로 합격했습니다.


3.  벤처기업인으로 남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엔지니어로서 중앙부처의 기술관료로 일한다는 것과 벤처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만큼 선택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선택을 내릴 때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했던 것은 제 자신이 꿈꾸고 있는 포부를 실현하기에 가장 최적의 선택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그리고, 벤처기업가로서 혁신을 이뤄내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4. 개인적으로 생각한 사무관생활과 벤처기업인의 장단점은?

중앙 부처 사무관으로서의 장점은 무엇보다 국가 정책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이라고 봅니다. 보다 넓은 안목과 식견, 그리고, 다양한 방면에 두루 능통한 통합적인 업무 능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과정들을 능동적으로 수행해나갈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업무와 신분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것도 공무원으로서 일하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업무의 효율성보다는 절차성, 적법성, 합목적성 등을 두루 따져야 하고, 방대한 조직에서 일정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개인에 따라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을 듯 합니다. 벤처기업가로서의 장점은 업무 자체가 역동적이며 , 단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최상의 효율성과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해야만 한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리스크가 매우 크지만, 성공에 따른 리턴이 크다는 것도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점은 예측하기 힘든 리스크들이 너무 많고, 그만큼 벤처기업가로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인 듯 합니다.

 

5. 벤처기업인 선택에 가족들의 반응은?

부모님은 사무관을 포기한 데 대해서 매우 아쉬워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안정적이면서 사회적으로 지위가 보장되는 공무원이 가장 선호되는 직업인 듯 하며,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그런 듯 합니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특히 더 그런 경향이 강한 듯 합니다. 다행히도 아내는 적극적으로 벤처기업가로 성장하는 길을 지지해줬고,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6. 어떤 벤처기업인이 되고 싶은지… (미래 포부)

저는 제가 훈련받은 엔지니어로서의 자질을 통하여 사회에 공헌하고 싶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벤처 기업을 만들어 성장시키며 찾고 싶습니다. 엔지니어로서 제가 추구하였던 기본적인 과제는 매우 복잡한 제약 조건 하에서 목적 함수를 최적화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약 조건 및 목적 함수를 계량화하여 모델링하고, 이런 모델 하에서 가장 좋은 솔루션을 찾아내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훈련받는 과정이 엔지니어로서 훈련받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훈련은 벤처 기업가로 성장해나가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훌륭한 벤처 기업이란,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하며 자기 성장의 동력을 스스로 찾아가는 조직 구성과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실현해나가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갖춰 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벤처 기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엔지니어로서의 장점을 발휘하고 싶다는 것이 기본적인 포부입니다.


7. 기술고시 준비하는 사람들과 벤처기업인 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기술고시 준비하는 분들께는 우선 어렵고 힘든 고행의 길에 들어선 걸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고, 무엇보다 합격하고 난 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 그 일에 자신의 적성이 잘 맞는 지를 생각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기술고시를 합격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지만, 기술고시를 합격한 뒤에도 중앙 부처에 임용되는 것은 더욱 어렵고, 중앙 부처에 임용된 후에도 기술고시 출신으로서 넘어서야 할 벽이 참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대정신은 이에 부합하는 관료로 효율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술관료를 더욱 요구하고 있으므로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그만큼 기술고시 출신들에게는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벤처기업에서 일한 지 아직은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벤처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고, 제가 더많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느낀 경험으로는, 벤처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자체가 시장 친화적이어야 하며, 각 벤처기업은 시장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고유의 장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야만 성공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국내의 척박한 환경에서 각자의 포부를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는 모든 벤처기업인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 바라며, 언제나 건강하시라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