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파이스의 기자는 RM에게 "'K-'라는 수식어가 지겹나"라는 다소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RM은 "스포티파이(세계적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우리 모두를 K팝이라고 부르는 것에 질릴 수도 있지만, 그건 프리미엄 라벨"이라며 "우리의 선구자들이 싸워 쟁취하려고 노력했던 품질 보증과 같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작곡가 윤일상이 RM에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외교를 잘하는 외교인사 중 1인"이라고 치켜세웠다. 정말 요즘은 RM처럼 똑 부러지고 멋지게 대답하는 외교관을 보기 힘든 것 같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1994년 생이 맞나 싶을 정도다. 어린 시절부터 연습에 지쳐 책을 읽을 시간도 부족했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말을 하는지 신기하고 부럽기까지 하다.
얼마 전에 '도대체 K팝에 대한 정의가 뭔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앞에 K가 붙으니 한국 음악 장르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그냥 아이돌 댄스그룹에 한 하는 건지, 아니면 한국 음악 전체를 가리키는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내 질문에 한 음악기자분은 전자가 맞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한국대중음악상에도 K팝 부문을 따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빌보드 'K-Pop 100' 차트를 보면 성시경, 아이유, 악뮤, 버스커버스커, 심지어 임영웅도 눈에 띈다. 정의가 애매모호하다. 나 같은 꼰대들은 정의를 잡기도 헷갈리다.
내가 이 K팝 정의에 집착하는 이유는 RM이 말한 것처럼 'K'가 프리미어 라벨이 됐기 때문이다. 적어도 해외 K팝 팬들에게는 K가 붙어 있으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K드라마도 비슷한 느낌이다. 넷플릭스 덕에 우리나라 드라마를 해외에서 쉽게 접하게 되면서 K드라마는 '명품 드라마'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K에 프리미엄이라는 의미가 붙다 보니 여기저기에 'K'를 붙이는 것 같다. K푸드, K방역, K게임 등등. 하지만 이 모두가 정말 프리미엄인지 생각해 보면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K정치, K교육, K육아 이런 거는 솔직히 프리미엄이라기보다는 돌려 까기 위해서 K를 붙인 듯한 느낌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K라는 수식어도 KS 인증처럼 공식적인 인증을 받은 곳에만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칫 BTS가 어렵게 만들어 놓은 '프리미엄 라벨'을 그저 그런 수준으로 격하시킬까 봐 너무 두렵다. 외국인을 만나면 "두 유 노 BTS?"라고 먼저 물어보는 사람들처럼 별 다른 노력도 없이 슬쩍 편승하려는 기성세대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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