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닛나워(Lee Ritenour), 데이빗 그루신(Dave Grusin), 테츠오 사쿠라이(Tetsuo Sakurai), 마이크 스턴(Mike Stern), 빅터 우튼(Victor Wooten), 스탠리 클락(Stanley Clarke), 스탠리 조던(Stanley Jordan), 전제덕, 웅산, 나윤선, 두 번째 달...
해마다 가을이면 재즈 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어봤다면 익숙할 만한 국내·외 최상급 재즈 음악가들이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 모인다. 바로 2004년 시작해 어느덧 18번째가 된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참가를 위해서다. 수많은 국내 음악 축제 중에서 가장 성공한 행사로 꼽히고 있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에서도 꿋꿋하게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10월 9일부터 3일간 자라섬 일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그런데 자라섬과 재즈는 어떤 관계가 있길래 해마다 가을이면 이곳에서 멋진 음악이 넘쳐흐르는 걸까? 자라섬은 1943년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북한강에 생긴 인공섬이다. 인공섬이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산과 강, 평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자연섬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뽐낸다. 자유로운 도시 음악인 재즈의 특성과 도심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자라섬의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자라섬이라는 이름은 ‘자라처럼 생긴 언덕이 바라보고 있다’해서 붙여졌다. 동도, 서도, 중도, 남도 등 4개 섬으로 이뤄져 있고 재즈페스티벌 외에도 레저 및 생태공원 등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오토캠핑장 등 캠핑족의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전쟁의 피해로 산림의 대부분이 피폐했던 가평군에게는 완전한 환골탈태 수준이다.
경기도 가평군은 자라섬 외에도 북한강 줄기를 따라 다양한 관광 명소가 늘어서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 안의 작은 프랑스 마을, ‘쁘띠프랑스’다. ‘쁘띠프랑스’는 청평호의 북쪽에 있어 가을에 더욱 빛나는 청평호를 끼고 즐기기에 그만이다. 국내 유일 프랑스 테마파크를 표방하는 ‘쁘띠프랑스’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여러 유럽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어린왕자를 테마로 조성한 만큼 아이는 물론 작품에 대한 애착이 있는 어른이(어른이 되어도 아이 같은 감성을 가진 이를 표현하는 말)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선사한다. 드라마 팬들에게는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별에서 온 그대’와 ‘시크릿 가든’의 촬영지를 통해 당시 화면 속 멋진 장면들을 떠올릴 수도 있다.
‘쁘띠프랑스’와 함께 가평 최고의 관광지는 단연 아침고요수목원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은 한상경 삼육대 원예학과 교수가 설립한 수목원으로 5,000여 종의 식물을 약 33만㎡ 부지를 거닐며 감상할 수 있다. 22개가 넘는 독특한 정원으로 꾸며진 이곳은 가을이면 가을 국화 향기와 더불어 축령산 자락과 어울려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다.
가평하면 또 유명한 것이 바로 ‘잣’이다. 가평군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 대부분은 잣나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무려 전국 잣 생산량의 4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가평에 잣나무가 많은 이유는 북한강과 함께 지역 곳곳에 있는 비옥한 산악지역, 그리고 계곡의 영향이 크다. 원래 잣나무 성장에 가장 좋은 지역으로 온대 이북 산악지역의 토심이 깊고 비옥한 적윤지(손으로 쥐었을 때 손바닥 전체에 습기가 묻고 물에 대한 감촉이 뚜렷한 토양)를 꼽는다. 거기에 안개가 자주 끼는 산복이나 계곡부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다시 말해 가평군이 최적지라고 볼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했다. 잣나무는 영문명이 ‘korean pine’다. 즉 대한민국이 잣나무의 본고장이라는 의미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학명은 ‘pinus koreaiensis’라고 한다.
잣나무의 울창함은 숲을 이뤘을 때 또 하나의 멋짐을 선사한다. 잣나무숲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호명산으로 찾아가면 좋다. 호명산은 ‘경춘선 상천역’에서 걸어서 30분이면 박지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을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 특히 이곳 잣나무 숲은 계곡과 어우러져 트래킹 코스와 캠핑 포인트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축령산의 5만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 잣나무 숲도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트래킹 하듯 즐길 수 있는 호명산 잣나무 숲이야말로 도심에 찌든 영혼을 정화할 힐링 숲으로 안성맞춤이다.
잣나무의 울창함을 맘껏 감상했으면 ‘잣’ 맛을 찾아 떠날 차례다. 잣은 솔방울처럼 생긴 송이에 약 100여 개의 씨알이 들어차 있다. 중국에서는 삼국시대 때 신라를 통해 전해져 ‘신라송’이라고 불린다. 당시에도 최상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에까지 가서 귀한 대접을 받은 ‘잣’을 직접 만나러 가보자. 가평에는 ‘가평 잣고을 시장’이 있다. 가평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 이곳은 경기도 북부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1923년에 개장)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장이다. 매월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가평 잣 시장에서는 잣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평의 유명 주전부리인 잣닭갈비 등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화 상품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4번의 휴장 끝에 민속 최대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9월 1일부터 다시 개장했다. 잣고을 광장이 공사 중인 관계로 가평레일바이크 옆에서 장사가 한창이다. 오랜만에 손님맞이여서인지 상인들의 표정이 한껏 상기돼 있음이 멀리서도 느껴진다. 시장 명물 ‘청춘 팔팔 열차 푸드박스몰’도 열기가 식어있다. 다음 달 개장 예정인 가평 잣고을시장 창업경제타운이 힘을 내주길 바랄 뿐이다.
가평 최고의 명물이 잣이라니 잣국수, 잣곰탕 한 그릇씩은 제대로 먹어봐야 여행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가평 북면에 있는 ‘명지쉼터가든’은 잣이 들어간 요리로 배를 채우기에 좋은 곳이다. 봄·여름 행락철에는 식당 앞 도로에 정체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잣국수에 대한 특허와 관련 상표 등록도 되어 있다고 하니 이 동네도 원조 논란이 있는 듯하다. 잣이 들어간 음식은 고소함이 다르다. 좀 더 풍미가 있다고 할까. 지금도 그 음식을 생각하면 입가에 침이 고인다.
가평에는 이외에도 수많은 여행지가 있다. 인터넷에 ‘가평 여행’이라는 키워드만 가지고 검색해도 수많은 여행코스가 안내된다. 유명산, 화악산, 호명산 같은 산행도 좋고 그 안의 용소폭포, 용추계곡, 녹수계곡 같은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가보는 것도 즐겁다. 여러 곳의 자연휴양림을 들려보는 것도 좋고 가일미술관, 인터렉티브 아트 뮤지엄, 남송미술관 같은 미술관 관람도 할 수 있다. 이것저것 귀찮으면 북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경치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한껏 힐링된다.
사진 : 손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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