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위로 걷다/영화와 음악

프로메테우스를 봤다.


일 때문에 뒤늦게 프로메테우스를 봤다. 사실 극장에서 볼 생각은 못 했다. 예전에 한 번 집에서 틀었었는데 스르륵 잠이 드는 바람에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일이라는 강박증을 등에 업고 집중해서 봤는데 귀동냥으로 들었던 정보들 때문에 혼돈이 오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영화 이야기를 할 건데 내용이 잔뜩 들어가 있으니까 스포일러가 걱정되는 사람은 뒤로 가기를 살짝 눌러주길 바란다.

 

인류가 외계인의 DNA로 만들어졌다는 아주 흥미 있는 주제였다. 나도 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입안에 침이 돈다. 그런데 영화가 계속 진행될 수록 뭔가 등장인물들의 말도 안 되는 억측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가득했다. 가장 큰 줄기인 엔지니어가 인류를 만들었다는 설도 DNA 검사 결과만 가지고 만들어 낸 억측일 뿐이지 않은가. 인류를 만든 목적을 찾아 여행을 한다고? 당신들 뭔가 잔뜩 오해하고 있는거 아냐?

 

영화는 전혀 친절하지 않다. 행동에 대한 설명을 하나도 안 해준다. 대표적으로 엔지니어가 지구까지 와서 이상한 약을 먹고 분해되는 이유다. 영화는 그 장면을 자신을 희생해서 인류를 창조했다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엔지니어들이 사는 별에서 한 명이 매우 큰 죄를 저질렀다. 재판이 벌어지고 판결은 추방’. 그래서 적당한 별을 고르다가 아직 제대로 된 생명이 없는 지구를 선택했다. 죄인은 지구로 추방되어 홀로 쓸쓸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재판을 더 해보니 추방만으로는 해결될 죄가 아니더라. 그래서 사약을 내려 절명을 시키기로 결정한다. 워낙 기술력이 발달한 문명이다 보니 이 사약이 단순히 목숨을 뺏는 것을 넘어 몸을 완전히 분해시킬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지구로 추방된 엔지니어는 죽고 육체는 분해됐다. 근데 여기서 엔지니어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죄인의 DNA가 지구의 유기물들과 융합해 생명체가 탄생한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같다고? 하지만 뭔가 딱 들어맞는 설정 아닌가.

 

마지막 장면도 그렇다. 오랜 잠에서 깬 엔지니어가 인간들과 인조인간 데이비드를 공격한다. 그리곤 비행선을 타고 어디론가 떠나려 하는데 주인공 아줌마는 그가 지구를 공격하러 간다고 소리친다. 자기를 태우고 돌아가려고 대기하고 있는 우주선의 선장과 선원이 목숨이야 어찌되건 말건 외계 비행선을 몸빵하러 가도록 부추긴다. 그가 떠나면 지구가 멸망할 거라고 악을 쓴다


이 장면에서 혹시 내가 놓쳤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지구를 공격하러 간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나온 건지 모르겠다. 그저 데이비드가 엔지니어들의 과거가 저장된 홀로그램에서 지구를 타겟팅한 장면을 찾았을 뿐이다. 게다가 그건 그 아줌마가 보지도 못 했다. 뭐 봤다고 쳐도 그게 지구를 공격하러 가는 건지, 죄인을 보내러 가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탐사 목적인지 알게 뭐냐? 그런데 영화는 지구 침략으로 방향을 틀고 애꿎은 외계인 하나 박살냈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하게 우리를 만든 목적이 뭔지 알아야겠다며 어딘지도 모르는 엔지니어들의 별로 떠난다.

 

내가 거기에 있던 엔지니어라고 생각해 봤다.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대략 1000년 정도인 것 같다. 어떻게 깨어난 지 모르겠지만 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생명이 잔뜩 있다. 떠듬떠듬 뭐라고 떠드는 데 잘 못 알아듣겠다. 그러고 보니 정신을 잃기 전 제노모프와 페이스 허거 등에게 굉장한 위협을 받았던 것 같다. 이 녀석들도 연관된 것이 아닐까? 떠드는 놈을 들어 힘을 좀 줬더니 목이 떨어져 나간다. 뭐 이런 허약한 생물이 다 있나. 하나가 목이 뽑히니 나머지 생물들이 소리를 지르고 난장판을 피운다. 귀찮다. 빨리 정리하고 집에 가야겠다. 몇을 때려눕히니 막 도망간다. 그냥 놔두고 집에나 빨리 가야겠다. ? 근데 뭔 이상한 물체가 내 비행선을 들이받는다. X 땐 건가?



 

'문화 위로 걷다 > 영화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고 음반 퍼레이드  (0) 2018.04.25
레디 플레이어 원  (0) 2018.04.12
겁나는 음악영화 '위플래쉬'  (0) 2015.02.18
최근 들어본 음반 평.  (0) 2014.12.02
빌보드 선정 최고의 여름 노래  (0) 201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