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을 보고 있으면 왠지 이상은이 겹쳐보인다. 아이돌 스타에서 아티스트로 거듭난 이상은. 박지윤의 롤모델이 이상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은을 아직도 '담다디'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박지윤하면 '성인식'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피하지말고 돌파하면 좋겠다.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음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배순탁 작가의 추천사에 이끌려 박지윤의 신보 '나무가 되는 꿈'을 들어보게 됐다. 제목을 생각하며 앨범을 들어보면 그의 데뷔곡인 '하늘색 꿈'과 이적의 '나무로 만든 노래'가 겹쳐진다. 박지윤은 나무가 되는 것이 꿈이라 했는데 나무로 만든 노래를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슨 의미인지는 두 앨범을 함께 들어보면 알게 될 거라 생각된다.
대체로 피아노가 주를 이루는 감미로운 반주에 곁들인 박지윤 특유의 목소리가 몽호한 느낌을 주면서 맘을 편하게 한다. 특히 이러한 느낌은 '나무가 되는 꿈'에서 극명하게 들어나는 듯 하다. 물에 빠졌을 때 몸에 힘을 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처럼 곡의 전반에 힘을 빼고 둥둥 떠 다니는 느낌이다. 다들 첫 곡인 '고백'에 필이 꽂힌 듯 한데 개인적으론 '나무가 되는 꿈'이 더 와닿는다.
(난 이것도 저것도 둘 다 박지윤의 모습이라 생각하고 자신도 소중히 했으면 좋겠다)
또 하나 맘에 드는 곡은 박지윤이 직접 기타연주까지 참여했다는 '별'. '이제 나는 달라질 거예요. 그대 모르게'라며 노래하는 박지윤. 예전 자신의 모습에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는 곡이라고 할까?
최근 유일하게 보는 TV 프로그램인 K POP스타를 보다 보면 가장 많이 하는 심사평이 '숨쉬기'와 '힘 빼고 부르기'인 것 같다.(박진영이 주로 많이 하는 말이지만) 어떤 일에서든 힘을 빼는 것은 정말 어렵다. 수영을 처음 배울 때도 그렇고 심지어 주사를 맞기위해 엉덩이에 힘을 빼는 것 조차 힘드니 말이다. 노래를 하면서 힘을 뺀다는 것도 정말 어렵다. 박지윤은 이번 음반에서힘 빼고 노래 부르는 것을 터득한 듯 하다. 물론 힘있게 치고 나와야할 땐 잘 치고 나온 듯 하고.
지난 앨범을 들어보지 않아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앨범만 봤을 때는 좋은 가수가 되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다만 최근 가요시장을 봤을 때 크게 성공하긴 힘든 스타일의 음반이라는 것이 아쉬울 뿐.
박지윤이 벌써 데뷔 15년차라고 한다. 이제 더이상 '소녀'타령을 할 나이는 아니라는 거지. 유독 부침이 많았던 만큼 이제는 자리를 잡고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랐으면 싶다. 예전 이야기로 이슈를 만드는 건 이제 그만하고.
근데 이 음반. 가을에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수록곡
01. 그땐 5:08
02. 그럴꺼야 2:46
03. 오후 4:28
04. 나무가 되는 꿈 4:35
05. 고백 4:04
06. 사랑하지 않아 4:44
07. 너에게 가는 길 4:21
08. 그 날들처럼 4:16
09. 별 5:30
10. Quiet Dream 4:56
11. 소리 (feat. 박아셀) 7:32 '블로그 > 영화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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