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전쟁은 그 목마덕에 세상사람들이 모두 알게된 전쟁이야기이다.
이 전쟁은 원래 10년간의 대 장정을 거친 전쟁이었으며 원작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야드에 따르면 아킬레스의 부모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분쟁의 여신 엘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라는 글이 적힌 황금사과를 여신들 사이에 던져놓았고 헤라·아테나·아프로디테가 그 사과를 차지하기 위해서 (여자들이란...) 싸움이 일어나고 이때 심판관이었던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그리스 제일의 미녀를 선사받기로 하고 아프로디데에게 사과를 건네면서 시작된다.
이 후는 영화에서 처럼 파리스가 그리스 황제 아가멤논의 동생이자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취하면서 전쟁이 시작되며 이후 10년간의 긴 싸움이 벌어진다.
영 화는 이 이야기의 앞부분을 그냥 싹뚝 잘라내고 전쟁영웅 아킬레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단순 복수의 화신이었던 아킬레스를 의리와 사랑을 갈구하는 진정한 영웅으로 만들어 냈다. 그리하여 필자는 이 영화의 제목을 트로이보다는 아킬레스라고 명명하는 것에 한표를 던진다.
영화는 10년간의 트로이전쟁을 약 보름간의 전투로 압축시켜놓았다. 전체적인 스케일이나 볼거리는 타 영화에 뒤지지 않는 멋진 영상을 보여주었지만 이미 반지의제왕에 식상해져버린 관객에게 '우와~'하는 함성을 자아내게 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하긴 그게 쉽진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얼마간은 말이지.)
영화의 특성상 무투장면이 몇번 등장한다. 여기서 이 무투장면은 \'글라디에이터\'의 무투장면과 비교될 수 있을 듯 한데 그 보다는 조금 더 미학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 하다. 아킬레스의 무투장면에서는 브레드피트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 시킴으로서 그의 강함을 관객들이 좀 더 느낄 수 있게 해주었으며 전체적으로 아주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첫장면의 그 기술은 필살기! 같은 느낌마저 준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영화의 전반에 아킬레스라는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아킬레스 역을 맡은 브레드 피트의 영향력이 가장 큰 비중으로 차지하게 되는데 남자인 나 역시 반해버릴 만한 그의 매력은 영화의 단점들을 어느정도 매꾸는데 큰 역활을 한다. 그의 슬픈듯한 눈빛, 그리고 분노에 가득한 표정연기는 이제 정말 물이 꽉 차올랐다는 느낌을 준다. 거기다 완벽에 가까운 근육을 자랑하는 몸매는 수많은 여성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이다. (영화 사이 사이 그의 누드는 참으로 자주 나온다.)
거기에 트로이 왕자이자 트로이 최고의 영웅인 헥토르 역을 맡은 에릭바나는 헐크에서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며 브레드 피트 못지 않는 존재감을 이 영화에서 심어주게 된다. 차분하면서도 사리분별이 뛰어나고 적과 아군에게 전쟁의 예우를 갖출 줄 아는 진정한 영웅의 역활, 다만 아쉽다면 최고의 장수에 어울리지 않는 얍삽한 몸매와 순진무구한 얼굴이랄까...
또한 숀 빈이 맡은 오디세우스(율리시즈라고도 하고) 프리아모스 역의 거장 피터 오튤같은 배우가 영화를 빛내주고 있다.
하 지만 어느 영화에나 내부의 적은 있는법. 영화의 최고의 적은 역시 올랜도 블룸. 이 배우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를 철부지 어린애로 묘사하고 있다. 그 어설픈 연기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분간이 안가는 표정연기는 과히 최악의 연기상을 줄만하다.
스토리내에서도 파리스는 이유없이 남의 아내를 빼앗고 겁없이 덤벼서 가족을 곤경에 빠뜨리며 최후까지 앞 뒤 가리지 않고 화살을 날리는 철딱서니로 그리고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를 생각하는 분이라면 '저건 레골라스가 아냐'라며 연신 중얼거릴 것이다.
영 화는 원작과는 많이 다른 스토리를 보여준다. 원래 아킬레스가 죽은 후 기울어져가는 그리스 군대를 살리기 위해 고안된 목마도 영화에선 아킬레스가 그 목마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오며 아가멤놈의 최후도 영화에선 전쟁중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하여 영화는 전쟁의 대 서사시라고 보기보단 한 영웅의 영웅담 정도로 하락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지극히 할리우드적 발상의 영화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3시간 남짓하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뿌듯함은 느끼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멋진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할 때....)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이 장대한 스케일의 10년전쟁을 영화로 만들었다면 좀 더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전쟁의 전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여 파리스라는 나름대로의 영웅을 쫌생이로 만들어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었으면 했던 바램이다.
이제 중간대륙을 건너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까지 영화화가 되었으니 우리나라 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고구려사의 수많은 대전투 중 하나를 영화로 남기면 정말 멋질 것 같은데.... 아니면 저 \'황산벌\'이라는 영화를 제대로 만들어 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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