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도'가 끝났을 때 나는 더이상 성룡은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어설픈 와이어와 CG에 몸을 맡긴 그는 이제 폴리스스토리의 그 연기를 보여줄 수 없다 생각했다. 거기에 '메달리온'을 보고 난 후에는 이제 성룡은 끝이다라고 생각해버렸다.
간간히 '러시아워' 시리즈나 '상하이 나이츠' 시리즈에서 그나마 성룡식 코미디를 보여줬던 그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고 극장을 찾은 나는 거기서 다시금 성룡을 보았다.
결과적으로 말해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좋은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재미있는 영화도 아니다. 물론 2시간 내내 코믹함에 웃을을 지을 수는 있지만 결코 엄지손가락 들어 최고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 지만 '웨딩싱어'의 감독인 프랭크 코라치 감독은 이 영화의 중점을 성룡에 맞추었다. 덕분에 원작 소설과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스토리에 억지스러움을 붙였지만 정통 성룡식 코미디와 스턴트를 적절히 보여줬다는 것은 만족할 만한 부분이다. 중간에 등장하는 중국신에서의 황비홍과 광동십호의 활약부분은 비록 흐느적 거리는 그 권법은 나오지 않았지만 성룡의 복장에서부터 '취권'의 그것을 많이 느끼게 해주었다. 중간 중간 와이어를 이용한 효과에는 조금 실망했지만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하고 남을 부분이다. 그의 몸을 날리는 스턴트는 언제봐도 흐뭇하다. 처음 런던으로 출발하는 기구를 타는 장면, 자유의 여신상에서의 격투씬 등은 그 것을 아주 적절히 보여준다.
이 영화의 또하나의 백미는 마로 까메오들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에 있다. 이 영화의 1956년작에도 프랭크시나트라를 비롯하여 수많은 카메오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은바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 영향을 그대로 이어받아 최고의 까메오들이 출연하여 여지없이 웃겨준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님게서 그 어리버리 망가진 모습은 기가막혀버리고 오원과 루크윌스 형제가 형제로 나오는 대목에서 우린 상하이 나이츠의 오원윌슨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오랜시간 성룡의 곁에서 함께 홍콩영화를 이끌어 온 홍금보는 '취권'에서 성룡이 맡았던 역을 이어받아 출연한다. 그의 부드러운 몸놀림을 오래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다시한번 이야기하면 이 영화는 좋은 영화는 아니다. 스토리도 그리 충실하지 않고 억지로 껴 맞춘 이야기와 코믹이 좀 유치할 듯 생각되지만 돌아온 성룡표 액션과 기분 좋은 까메오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2시간을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아!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필리어스 포그'가 아니다. 바로 '성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