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속 인상 깊은 대사
"비켜, 빨갱이 새끼야!"
데모하러 가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왜 그렇게 다들 잘났어.
가족들 생각은 안 해요?
1987년. 중학교 1학년 시절 나는 상도4동에 살고 있었다. 상도동은 중앙대학교가 있는 흑석동 근처. 거리로는 1.5km 정도 된다. 중앙대에서 데모가 있는 날에는 최루탄 냄새가 진동했다. 당시에는 대학생 중 공부 못하는 빨갱이 형, 누나들이 데모(질)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농구하러 중앙대학교에 가기 힘들었으니까. 대학생들을 기다란 몽둥이로 후려 패던 청자켓과 청바지를 입은 사람들을 애국자라고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왜? 그때는 몰랐으니까.
권력자 맘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리던 시절. 빨갱이 때려잡으면 무조건 애국자라 불리던 시절. 그때 우리나라가 정말 창피할 정도로 어긋나 있던 상태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군에 들어가기 1년 전이었던 1993이나 돼서였다. 전두환, 노태우, 장세동이 얼마나 나쁜 놈이었는지 알게 된 것은 그보다 더 후인 1996년이었다. 그해 뜨거웠던 여름 막사 TV에서는 전두환이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선거철이 다가오자 여당을 중심으로 운동권을 비방하는 일이 잦아졌다. '운동권 특권의식', '운동권 세력 청산', '운동권 구태 습성'들의 자극적 단어가 뉴스에 아무렇지 않게 오르내린다. 내 생각에 나라는 그들에게 아직 빚을 다 갚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싶어 안달이다. 그들의 피값으로 '윤석열' 같은 사람도 대통령이 되는 세상에 살 수 있다는 것. 그런 건 까맣게 잊고 있다. 여당만이 아니다. 야당에서도 데모 한 번 안 해보고 공부만 열심히 한 사람들이 그들을 욕하고 있다.
이제는 586이 되어버린 '운동권'들도 반성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정권을 쥐어줬을 때 무엇을 했나? 왜 아직도 권력과 이권을 놓기 싫어 그 시절 피 흘렸던 이유를 잊고 있는가. 나라가 빚을 갚지 않는다고 때를 쓰면 안 된다. 보상을 바라고 최루탄 앞에서 소리쳤던 건 아니지 않나. 국민에게 받은 감사와 지지를 제대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아무튼 대한민국을 민주국가로 이끈 주역들이 국민에게 인정받고 감사받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완성해 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고문 살인 자행하는 군부 독재 몰아내자
4천만이 단결했다 살인 정권 타도하자
고문 살인 거짓 정권 박종철을 살려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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