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인상 깊은 대사
"과거에 대한 향수는 부정이야."
과거에 대한 향수는 '부정'이야. 고통스러운 현재의 부정.
현재를 영영 부정하고 살 수 있다면 더 행복해할걸.
그 오류의 이름을 '황금시대 사고'라고 해.
우디 앨런 영화는 뭔가 말장난 같은 느낌이다. 그 안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 또 짜증 나면서도 좋다. 솔직히 이 영화, 결론과 상관없이 너무 멋지게 과거를 그려놨다. 그 시대에 대한 동경이 없던 사람들 마저 그리워할 정도로. 마치 배즈 루어만이 연출한 '물랑루즈'같다고나 할까.
나 역시 아직 과거가 주는 향수에 빠져 사는 인물이다. 물론 극 중 폴처럼 1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거나 그 시대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진 않더라도. 음악은 1980년대 이전 음악들만 주야장천 즐겨 듣고 영화나 책도 오래된 작품들 위주로 소비한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어렵고 점점 더 과거 문화에 빠져드는 '라떼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다. 현재가 고통스러운 걸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꼰대인 건 맞나 보다.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관광지 중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레아 세두가 일하던 중고품 판매점이라니. '운 좋으면 콜 포터의 올드 레코드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웃긴 생각까지 더해서.
콜 포터 하니 갑자기 생각하는 것이 있다. 게임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걸작 '폴 아웃'을 알 텐데. 이 작품 3편에 콜 포터 작품이 등장한다.
폴아웃 3에 삽입된 '콜 포터 - Anything Goes'
그 외 다양한 SF영화에서 오래된 재즈 넘버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디즈니가 만든 명작 중 하나인 월-e에 등장하는 루리 암스트롱이 연주한 'La Vie en Rose'를 꼽을 수 있다. 아마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어수선해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오래된 것들, 불편한 것들 찾는 것 같다. 첨단 기술과 오래된 것. 뭔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도 새로운 것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을 찾아보고 싶은 심리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그래서 과거 작품들을 더 좋아한다고 말해도 될까?
아무튼 현실이 힘들다고 과거로 도피하는 건 삼가야겠다. 음악이나 영화, 소설 등을 통해 가끔 과거로 놀러 가는 정도라면 몰라도. 그리움은 그냥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싶다. 가끔 들춰보는 앨범 정도로.
당신이 여기 살면 여기가 현실이 되는 거예요.
그럼 당신은 또 다른 세계를 동경하게 돼요. 진짜 황금기를요.
현실은 그런 거죠. 인생은 좀 불만족스럽고 그런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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