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그/영화와 음악

에디슨의 明보다는 暗이 두드러진 영화 '커런트워'

미국인에게 '에디슨'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장영실'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려 1093개의 특허가 미국에 등록돼 있는 발명왕이자 세계적인 전자제품 회사 제너럴 일렉트릭의 설립자. 축음기, 백열등, 영사기, 장거리 전화 등 세상을 바꿔 놓은 발명품들을 내어 놓은  미국의 자랑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영화 '커런트 워'는 그런 미국의 자존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영화입니다. '에디슨'이 가장 숨기고 싶었을 만한 부분을 드러내 보여주거든요. 그것이 명배우들이 열연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실 에디슨에게는 숨기고 싶었던 부분이 참 많았을 것 같아요.

아래는 스포일러가 다수 있습니다. 

'커런트 워'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전류에 대한 경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네, 그 유명한 에디슨과 테슬라의 교류 전쟁 스토리를 스크린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테슬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테슬라의 교류를 받아들여 에디슨과 싸웠던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주역으로 나옵니다.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웨스팅하우스의 창업자입니다. 현재는 많이 쇠약해져 있지만 20세기 동안 미국 기업 중에서 3번째로 많은 2만8000개의 특허를 낸 회사입니다. 19세기 말에 이미 여성을 고용해 이 부분에서도 상당히 앞서 있는 기업이죠.

영화는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후 미국 전역에 센세이션을 불러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미국에서는 전구에 불을 켜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게 되죠. 에디슨은 미국 전역에 직류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합니다. 웨스팅하우스는 에디슨에 대항해 더 저렴하고 멀리까지 공급이 가능한 교류를 내놓고 시장을 빼앗아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웨스팅하우스는 처음부터 에디슨과 함께 일을 하고 싶어 했지만 에디슨은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길 정도로 웨스팅하우스를 무시했죠.

이후 웨스팅하우스의 도전이 거세지자 에디슨은 분노합니다. 자신의 기술을 빼앗았다며 흥분하죠. 특히 전구에 대해서 따지고 듭니다. 웨스팅하우스는 에디슨의 전구가 아닌 제임스 보우먼 린제이의 보우먼 전구를 사용했습니다. 사실 전구는 보우먼이 먼저 만들었고 에디슨은 그걸 개량한 것에 불가했기 때문에 딴지를 걸 수 없었죠. 그러다 보우먼 전구의 필라멘트가 에디슨 전구의 것과 같다는 것을 트집 잡습니다. 그러나 보우먼은 곧 다른 방법을 찾아내죠.

인설 역을 맡은 톰 홀란드(좌)와 에디슨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러자 에디슨은 교류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말 한 마리를 교류전기를 이용해 죽이는 모습을 기자들 앞에서 시연하는 가 하면 교류를 이용한 사형용 전기의자를 만드는 데 자문을 하기도 합니다. 에디슨의 전략대로 J.D. 모건에게 회사를 팔아야 할 상황에 까지 닥칩니다. 하지만 에디슨에게 천대받은 테슬라라는 천재를 만나서 전류 전쟁의 승리를 거머쥐게 되죠. 오히려 에디슨이 자신의 회사 '에디슨 일렉트릭'에서 쫓겨나고 그 회사는 '제너럴 일렉트릭'이 됩니다. 

이 영화를 보면 에디슨의 새로운 면을 많이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여기서부터는 영화에 나오는 내용과 함께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에디슨은 여기저기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걸 선호했습니다. J.D. 모건이 웨스팅하우스에게 회사 양도 계약서 봉투를 건네며 함께 준 지칼에 마저 에디슨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테슬라의 이름이 후대에 더 많이 새겨있는 것 같습니다. 유명세를 제외하고 말이죠.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테슬라(T)’는 1961년 파리 국제순수 및 응용물리학 연맹(IUPAP)의 표준단위 및 그 정의에 관한 위원회에서 결정됐습니다. 거기다 2003년에는 세르비아 화폐의 모델로 등재됐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일런 머스크'의 전기 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사명도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니콜라 테슬라가 1888년 특허를 낸 ‘AC 인덕션 모터’로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현재 테슬라모터스의 최초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미국 대통령이 축음기를 보고 신기해하는 장면이 나오고 후반에는 영사기(키네토스코프)가 나옵니다. 둘 다 에디슨의 대표적인 발명품이죠. 하지만 1857년 프랑스에서 서적상이자 아마추어 발명가였던 레옹-스콧이 소리를 녹음하는 장치를 먼저 만듭니다. 그러니까 축음기는 레옹-스콧이 먼저고 1877년 에디슨이 만든 건 엄밀히 말하면 유성기가 되는 거죠. 유성기도 논란이 있습니다. 샤를 크로스가 팔레오폰이라는 축음기 설계를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에 제출했는데 8개월 후 에디슨이 이걸 도용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샤를 크로스는 돈이 없어서 상용화를 못 했거든요. 

또, 키네토스코프에 대한 특허를 획득한 에디슨을 동영상 개념의 창시자로 잘 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1878년 1000분의 2초로 개량한 카메라 여러 대를 일정 간격으로 배치해 말의 발굽 위치를 열두 컷의 연속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1879년 이걸 동영상처럼 보여주는 주프락시스코프가 발명됐죠. 키네토스코프는 1889년 발명입니다.

게다가 더 중요한 건 이 키네토스코프 자체도 에디슨의 발명품이 아니었습니다. 윌리엄 딕슨이라는 에디슨의 직원이 발명한 것을 에디슨이 취한 겁니다. 뭐 직원의 발명이 회사에 종속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삼성종기원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건희 회장의 발명이라고 하지는 않을 텐데요.

영화에서 에디슨의 참모격인 인설이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자 에디슨은 이렇게 답합니다.

"뭔가가 탄생하는 원리를 설명해 주지. 누구나 공헌을 해 그게 발명의 시작이야. 소금, 곡물, 열, 정성. 그런데 한 명만이 빵을 부풀게 하지. 그 사람이 방법을 찾아서 맛있는 빵을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힘들게 번 돈으로 그걸 사는 거야."

웨스팅하우스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마이클 쉐넌.

하나 더. 역사상 최초의 복돌이는 누굴까요? 최초의 SF 영화로 여겨지는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 세계 여행'의 필름을 빼돌려 복사한 후 미국 전역에 개봉해 많은 돈을 번 인물이 바로 에디슨입니다. 미국 수출에 실패한 멜리에스는 파산했죠. 에디슨은 1898년 특허 및 저작권 침해라는 명목으로 영화계의 기술자와 제작자, 경영자들을 법정에 기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