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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끄적끄적

'기레기'에 대한 오해? '기자'에 대한 오해?

글을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분명히 하고 가야겠네요. 전 '언론고시'를 거치지도 않고 언론사에 들어왔고 '기자'에 대한 사명감도 적으면서 명함에 기자 직함을 파고 다니는 제대로 '기레기'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아래 글은 우습게 읽어 주십시오.

'기레기'라는 호칭을 좋아하는 기자는 없을 겁니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한 신조어. 언젠가부터 대부분의 기자들이 이 호칭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발놈', '언창', '기더기', '언레기' 등 수많은 조롱을 담은 단어가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 솔직히 '기발놈'이란 명칭이 그중 가장 맘에 듭니다. 뭔가 카리스마 있어 보이잖아요.

기자들의 자질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기레기'인 자신부터 통감하고 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에 다가가기도 쉬워졌고, 그만큼 사명감도 적어졌죠. 몇몇 지방언론사는 기자를 영업사원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특종 몇 건보다는 광고를 몇 개 더 물어오는 가가 기자의 능력이 되어 버린 형국입니다. 광고를 받지 않고 기사를 쓰려면 다른 일을 함께 해야 합니다. 언론사의 수익 구조가 형편없어졌기 때문이죠. 신문을 보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런 와중에 주간지를 보는 사람은 더 없겠죠. 그럼에도 인터넷 신문사를 만드는 건 너무 쉽기 때문에 언론사는 매일 늘어나고 있습니다. 

네. 언론사가 '기자'가 아닌 '기레기' 양산소가 되어 버렸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취재처도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선배들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에는 지금보다 '기자'들에게 하는 '접대(?)'는 어마어마했다고 합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엄청난 박봉임에도 기자들이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럼에도 당시에는 바른말을 하는 선배들은 넘쳐 났습니다. 회사의 방침이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뛰쳐나와 새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것이 옳은 신념인지 나쁜 신념인지는 개의치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지금은 기자를 관리(?)하는 취재처의 형태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한때는 저도 취재처에 출입기자로 등록해 기자실에 앉아 취재를 했던 적이 있었죠. 광고에 기사를 팔아먹은 적도 한 두 차례 있습니다. 여러 가지 말 못 할 이유로 지금은 모든 출입처 기자실에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확실히 기자단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거기서 보기엔 완전히 아싸 에 골통으로 보일 테지요. 제 이름이 등록돼 있는 곳에 저희 매체를 구독하는 곳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지역지만 50개를 넘게 보는 어느 출입처에서도 말입니다. 회사에도 밉보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기자 명함을 조만간 잘라 버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뭔가 내용이 좋지 않은 기사를 작성하면 '뭔가를 원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뭘 얼마나 큰 걸 달라고 저러나?'라는 이야기도 동료를 통해 전해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를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주변에 '기레기'들만 모이게 됩니다. 

'기자'가 취재처의 문제를 파헤쳐 기사화하는 것은 바로 취재처에 대한 '애정' 때문입니다. 뭐 기자가 '삼성'을 후려 패는 이유도 '삼성'이 망하길 바라서가 아니라 정말 제대로 잘 됐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걸 광고비 몇 푼과 고액 연봉의 일자리 등으로 중화시키려는 것이 문제일 겁니다. 물론 혹자 중에는 처음부터 대가를 바라고 펜을 놀리는 사람이 없지 않죠. 하지만 그런 건 딱 보면 바로 보이지 않나요?

취재처에 애정을 가진 기자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분명히 줍니다. 대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요. 그런데 대부분 그걸 차 버리죠. '우리를 싫어하는 기발놈'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아니면 자신들과 친한 언론과 손을 잡고 흔들어 댑니다. 선배들을 동원하기도 하고 더 잘 나가는 기자 이름으로 반박 기사를 써 버립니다.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옹호를 부탁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는 건 아실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애정이 있는 곳이어야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겁니다. 맘에 안 들고 없어졌으면 하는 곳에는 절대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 쓰지 않습니다. 그냥 놔두고 망하길 바라죠. - 이거 나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데? - 

김수경 추기경님의 언론에 대한 일침으로 이상 꿈을 꾼 후 시작한 넋두리를 마치겠습니다.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들은 빛 속에서 살 것이고,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어둠 속에서 살 것이다.

 

P.S. 이 영상이 맘을 아프게 합니다. 나 까짓게 뭐라고 이런 걸 뭐라 할 처지도 아니라 내용에 대한 코멘트는 포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