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범을 차기 학회장으로 세운 배재대학교 OOOOO학과를 규탄한다"
4일 오전 페이스북 '배재대 대신 전달해드립니다' 계정에 대자보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2020년 차기 학생회장으로 선출된 인물에 대한 고발 내용이었다. 대자보에는 학회장에 당선된 인물이 지난 2017년 단체 채팅방에서 동기들과 함께 일베 용어를 사용하며 고인을 모독했고, 여자 학우들을 품평하고 험담하며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당시 사건에 대해 학교 인권센터가 성희롱 예방교육 이행 정도로 마무리했으나, 과연 이런 가해자가 학과를 대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학교 내부 문제가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시대
예전이라면 이러한 내용은 교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교내 학생 및 교직원들 간만 공유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은 SNS의 발달과 함께 대외적으로 문제를 공개한다.
공개는 대부분 각 학교마다 가지고 있는 'OOO 대신 전달해드립니다' 계정을 통해 이뤄진다. 이 계정은 보통 학생들의 글을 받아 익명으로 대신 공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다양한 내용의 글이 넘쳐 난다.
기숙사 내 소음, 냄새 등의 문제도 호실을 꼭 집어 호소한다. 평소 맘에 들었던 학교 주변 식당의 아르바이트생에게 공개 교제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중고 물품 매매부터 분실물 찾아주기, 반려견 분양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학교에 관심 있는 입시생이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에게 학교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창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위 사례와 같이 교내 부당한 일에 대해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예전과 달라진 풍경이다. 대자보글이 올라온 후 약 5시간 만에 학생회에서 "학회장 선거 진행 과정과 후보 선출에 있어서 교수와 현 학생회의 관여는 일절 없었다"다며 "사실관계가 명백해진 이후 학생회 측에서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 표명이 올라왔다.
이후 2시간 후 휴학 중이던 학생이 성희롱 사건 당시 일을 증언하는 글을 올렸다. 학교 밖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댓글도 교내·외 학생 할 것 없이 뜨거워졌다. 결국 최초 글이 올라온 10시간 여 시간 만에 학회장으로 당선됐던 학생이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는 글과 함께 학생회장직 사퇴 입장을 등록했다. 일련의 사건이 고작 10시간여 만에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생각에 따라 작은 해프닝으로 볼 수 있지만, 기존의 교내망과 달리 졸업생과 휴학생, 그리고 타 학교 학생까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는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빨리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측해 본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SNS의 발달로 인해 학생들끼리 자정의 역할을 갖게 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다. 하지만 학교와 교직원들도 이런 학생들의 이야기를 함께 청취하고 고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번 문제의 시발점이 된 대자보에도 "교수들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공감했는지 의문이다"라는 글이 있다. 비록 학생회에서 교수와 학생회에서 일절 관여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사안에 대해 정말 학교나 교수 측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학생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다.
시사저널 기사 '"우리학부가 없어져요"... 배재대 학생들 폭발'에서 다뤘던 대학 측의 일방적 학제 개편 문제 역시 '배재대 대신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외부에 먼저 알려졌다. 당시 학교 측은 학생들과 기자에게 대교협과 교육부 핑계를 대며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은 지속해서 학교와 대화로 풀어나가기 원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배재대학교뿐만 아니다. 이제 대부분 대학은 'OOO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계정을 통해 학교 내 학생들의 생활 모습이 대외적으로 그대로 공개되고 있다. 어떤 이야기보다 진실하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이곳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학교가 좀 더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이제는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생각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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