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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끄적끄적

KTX 생활도 이제 4개월이 지났다.

KTX 생활이 4개월이 지났다. 처음 KTX 출퇴근을 할 때만해도 '까짓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남들 2시간씩 차타고 다니는데 한 시간 정도야. 하면서 말이다. 근데 시간 말고 거리가 몸에 오는 무리는 큰 모양이다. 하긴 같은 2시간 거리라도 대전-부산보다 인천-상해가 더 대간하니. 아침에야 창 밖 풍경이라도 보지만 퇴근 때는 엄청 지루하다. 멀미가 심해 차에서 책을 읽지 못하는 내겐 엄청난 곤욕이다. 잠이라도 들어 정차역을 지나치면 그 보다 낭패도 없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KTX 창밖은 너무 지루하다. 거기다 뭔 놈의 터널은 그리 많은지.





그래도 새벽기차(라고 해봐야 6시 30분 전후지만)를 타고 다니면 재미있는 것을 많이 본다. 대구 이남에서 기차를 타는 사람은 6시 이전에 차를 타는 것인데, 그래서 인지 사람들이 잠자는 모습이 화려하다. 좌석 두 개에 널 부러져 있는 것은 예사고 신발을 곱게 벗어 놓고 양말까지 벗고 주무시는 분도 간혹 계신다. 대부분 여성이다. 아직 남자가 좌석 두 개를 차지하고 잠을 자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어떤 분은 항상 검은색 서류 가방을 들고 타시는데 안에 들어있는 것이 멋지다. 가방을 열면 취침용 목 베개 하나와 얇은 점퍼 하나가 들어있다. 아무리 봐도 다른 물건은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차에 타면 점퍼를 앞으로 입고 목 베개를 착용한 후 푹 주무신다. 그리고 도착하면 다시 가방에 그 것들을 넣고 가신다. 다른 가방은 하나도 없다. 오직 취침도구가 들어있는 검은 서류 가방하나. 그리고 소위 말하는 스마트 폰 게임을 열심히 하시는 나이 지긋하신 신사분도 계신다. 어찌나 열심인지 옆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어도 눈치 채지 못 하신다. 점수를 보니 보통 솜씨가 아니다.





KTX를 타다보니 자연스레 서울역을 자주 드나든다. 서울역 앞 쪽은 좀 화려하고 깨끗하다고 생각하면 뒤편은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즘은 담배 한 대 피우기가 쉽지 않은데 그건 역 근처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서울역 앞이던 뒤던 간에 담배는 지정 장소에서만 피울 수 있다. 두 흡연 구역의 차이라면 뒤쪽에 여자들이 더 많다는 것.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여성들이 대놓고 담배피기에는 조금 껄끄러운 나라인 것 같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담배를 피는 남성의 수는 줄어드는데 여성의 수는 늘어난다는 점이다. 물론 역 뒤쪽 흡연구역의 아침, 저녁 풍경에서 말이다. 서울역 뒤쪽은 아직 노숙자가 많다. 아침부터 박스에 앉아 술판이 벌어지는가 하면 사람이 오가는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큰 대자로 자는 사람들도 다수다. 개중에는 여성들도 간혹 있다. 근데 신기한 건 이 여성들은 한 여름에도 겨울용 외투를 꼭 입고 지낸다는 거다. 엄청 더울 텐데 낮이고 밤이고 벗어 놓지를 않는다. 냄새는 더 살벌하다. 남자들은 그냥 아무 곳에나 가서 볼일을 처리하지만 여성들은 그게 쉽지 않은 듯. 아마도 그냥 바지에 실례를 하지 않나 싶다. 남자보다 냄새가 더 심하다.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특히 노숙자들의 알콜 중독 문제는 심각하다. 국가 차원에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랫동안 KTX로 출퇴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니는 동안 정을 붙이고 재미를 찾아야 하겠지만 점점 그 것들이 적어져간다. 좀 더 재밌는 사람들이 열차에 더 많이 열차를 이용했으면 좋겠다. 내가 서서가지 않을 정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