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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위로 걷다/영화와 음악

감미로운 허스키 보이스의 가을 선물 (Rod Stewart - Soulbook)

나는 좋아하는 목소리와 부러운 목소리가 극명하게 나누어진다.

좋아하는 목소리는 듣기에는 좋지만 내가 저 목소리가 아니라 억울하다는 느낌은 없지만 부러운 목소리는 듣는 내내 눈물이 흐른다. '아~ 내가 저 목소리를 타고 났다면...' 아~ 괜히 또 눈물이 고인다. 훌쩍. 아무튼, 내가 부러워하는 목소리 중 최 상위권에 있는 아저씨. Rod Stewart가 새 앨범을 들고 2009년 가을에 찾아왔다. Rod Stewart가 누군지 모른다면 이 글을 읽고 있지도 않겠지만 정말 모른다면 아래를 참고하시라.

로드 스튜어트 (Roderick David Stewart) 상세보기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젊은 시절 소리깨나 지르던 이 락커가 어느 순간부터 감미로운 곡들을 들고 팬들을 흔들리게 했다.
아마도 Unplugged 공연의 성공 때문이 아니었을까? 거기다 Greate American Songbook 시리즈가 대박을 치더니 이제는 아예 그 쪽으로 남은 인생의 가닥을 잡은 듯 싶다. 잠깐 'Still The Same... Great Rock Classics Of Our Time'앨범으로 락큰롤 시절로 돌아가나 싶더니 그 것도 그냥 떡밥이었던 것. 완전 낚였다.

아무튼 이번 신작은 Soulbook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나왔다. Jazz로 대박치더니 RNR로 살짝 간을 보여주시고 이젠 Soul이란다. 그런데 이 앨범 정말 귀에 착착 감긴다. 1960, 70년대 소울곡들을 그 부럽디 부러운 허스키 보이스로 귀에 발라주시니 짝짝 늘어붙는다. 가만히 듣고 있자면 Greate American Songbook 시리즈가 이 앨범의 전초전으로 느껴질 정도다.

앨범의 시작은 Four Tops의 명곡 It's The Same Old Song으로 시작한다. 잔잔한 피아노 반주에 그 특유의 목소리를 얹어 조용히 시작하는가 싶더니 곧 흥겨운 분위기로 앨범의 시작을 이끌어간다. 여성 백 보컬들도 그 시절을 추억하기에 충분한 화음을 들려준다. 그리곤 이내 Soul계의 천재 뮤지션 Stevie Wonder를 직접 끌어들여 그의 히트곡 My Cherie Amour를 불러준다. Stevie의 하모니카 소리가 Rod형님과 이리 잘 융합되리라곤 미쳐 몰랐다. 안 들어봤으니까. 걸출한 후배 Mary J Blige와 듀엣으로 부른 You Make Me Feel Brand New는 혼을 쏙 빼 놓는다.

계속해서 그 시절이라면 플로어 바닥을 불나게 했을 Jackie Wilson의 (Your Love Keeps Lifting Me) Higher And Higher가 신나게 지나간다. 한 바탕 신나게 놀고 나면 또 다시 원작자와 함게 사고를 친다. 바로 소울계의 대부 Smokie Robinson을 초대해 Tracks Of My Tears를 함께 한다. 관록은 그냥 붙는 것이 아니다. 팔팔한 후배들의 Tribute와는 그 느낌 부터 천지차이다. Dream Girls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Jennifer Hudson과 함께 귀엽게 부른 Let It Be Me가 흐른 후 Tony Joe White의 Rainy Night In Georgia가 가을밤을 적신다.

잔잔한 소울들로 마음을 달래고 나면 곧 이어 What Becomes Of The Broken Hearted, Love Train, You've Really Got A Hold On Me 등이 흥을 돋운다. 그리곤 소울을 부르는 사람들의 단골 레파토리인 Wonderful World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같은 허스키 보이스지만 Michael Bolton이 불렀을 때보다 훨씬 더 멋진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곡인 If You Don't Know Me By Now가 흐른다. Harold Melvin & The Blue Note의 멋진 곡으로 내겐 Simply Red의 곡으로 더 익숙하다. 허나 이제는 Rod의 곡으로 더 많이 듣게될 듯 하다. 마지막으로 The Temptations의 원곡 'Just My Imagination'으로 잔잔하게 앨범은 마무리된다.

Soul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앨범을 올해 2개째 듣게 됐다. 그 첫번째는 Seal의 'Soul'. 그 앨범은 왠지 화~악 와 닿는 느낌이 없었는데(흑인이면서 꽤 걸출한 보컬임에도 불구하고) Rod Stewart의 이번 앨범은 맛있는 것을 먹고 돌아섰을 때와 비슷한 포만감을 안겨준다.

한 때는 한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목소리라 생각했던 그가 어느새 늦가을 해질녁에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로 변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