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위로 걷다/기자 명함 내세운

'The Last DJ' 배철수 인터뷰

지난 2005년 음악산책이란 코너를 맡고 있을 때 철수형님과 이메일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나름대로 충실한 답변을 주셨는데 특히 마지막에 송골매 재결성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설렌다.

사진은 2004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크리스마스 때 음악캠프 팬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했을 때

찍었던 사진들이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78년 대학가요제에 '활주로'란 이름의 밴드로 데뷔한 배철수. 이후 홍대출신의 '블랙테트라'와 연합으로 그룹 송골매를 조직해 80년대 국내 락계를 이끌었던 그가 라디오 DJ에 몸을 담은지도 벌써 15년이 지났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이미 라디오 방송뿐 아니라 TV 음악프로그램, 각종 TV프로그램의 나레이션 등에서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 시절의 모습보다 지금의 모습이 더욱 멋지다는 팬들의 극찬에 나이보다 20년은 젊게 사는 듯한 사람.

대한민국의 팝계는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 팝시장에 든든한 대들보 역활을 해오고 있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또한 점점 사라져가는 음악전문 DJ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배철수. 그를 대덕넷에서 서면으로 만나봤다.

(대덕넷 : 이하 대) 대한민국 최고의 팝 전문 라디오 방송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15년이 넘도록 진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배철수 : 이하 배) 우선 방송이 너무 재미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방송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하고 비슷할 정도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를 든다면 건강이 따라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건강을 유지했기 때문에 줄곧 청취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청취자들이 방송을 좋아하고 사랑해 주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은 꽝이지 않았을까?


대 : 밴드의 리더에서 라디오 DJ로 변신하면서 초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어떤 어려움 들이 있었는지 또 이겨낸 방법을 이야기하자면?

배 : 그런 질문을 많이 듣긴 하지만 생각 외로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대 : 15년 동안 방송을 해오면서 늘 한결같진 않았을텐데…. 방송하면서 벽을 느낀 적은 없나?

배 :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람 관계였다.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특히 방송이라는 것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해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 : 솔직히 요즘 세대들은 팝송보다 가요에 더 익숙하고 환호하는 추세다. 배철수 씨도 예전 가요 밴드를 하던 입장인데, 계속 팝송 위주의 방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배 : 가요프로그램은 내가 아니더라도 진행할 사람이 많이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 가요의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음악계의 흐름을 항상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그런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필요한 열린 창이라고 생각한다.

대 : 방송하면서 가끔 계속 방송하진 못할 것이란 얘길 하곤 하는데, 프로그램을 그만둔 후의 모습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예전에 7080 세대들을 위한 올드팝만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방송 얘길 잠깐 한 것도 같은데….

배 : 글쎄….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건강이 허락한다면 마지막으로 밴드생활도 한번 해 보고 싶다. TV 토크쇼 아니면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도 기회가 닿는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 맞는 말인 듯 하다.

대 : 방송에서 자주 '사랑예찬론'을 펼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배철수 씨가 생각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건 뭐라고 생각하는지?

배 : 젊었을 때에는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꽤 건방진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인생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좋은 것 아닌가? 사랑도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 이런 얘기하면 나이든 티 나지만 인생이 생각보다 짧은 것 같던데…. 그러니까 열심히 살아야한다.
열심히 사랑하고… 젊은이에게 주어진 특권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대 : 인터넷 아이디가 ‘thelastdj‘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배 : 진정한 의미의 DJ가 사라져 가는게 아쉬워서 그렇게 지었다.

대 : 조금 방대한 질문인 듯하지만, 배철수 씨가 생각하는 음악이란 무엇인가? ‘내 인생에서 음악은 무엇이다’ 라는 정의를 가지고 있는지?

배 : 글쎄, 내 삶의 대부분을 음악과 함께했는데…. 음악을 만들고 직접 연주하고 노래도 했고, 또 지금은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고….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music is my best friend' 정도 되지 않을까?

대 : 비슷한 연령층에 비해서 젊게 사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어쩔 수없이 나이가 들었구나’ 를 실감할 때 있지 않을까?

배 : 건강이나 체력, 그러니까 특별히 물리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정신적으론 나이 들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대 : 소문난 독서가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스케쥴이 너무 바쁜 듯 보인다. 그래도 틈틈이 책도 많이 읽고 있는지? 최근 읽고 있는 책이 있다면 추천을 부탁한다.

배 : 책을 오래 읽으면 피곤해서…(웃음). 독서량이 너무 많이 줄어서 지금은 어디 가서 책 읽는다는 얘기 못한다. 현재는 임헌영씨가 리영희선생과의 대담을 해 엮은 '대화'를 두 번째 읽고 있다.

대 : 그렇다면 휴가철을 맞아 휴가와 함께할 수 있는 음악과 책을 조금만 소개한다면?

배 : 휴가는 쉬는 것이니까 음악도 휴식 같은 음악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가벼운 Jazz같은 것으로 말이다. 책도 움베르트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같은 책들이 적당할 것 같다.

대 : 최근에 산울림도 공연을 가졌다. 산울림 공연소식을 들으면서 송골매 팬들은 진정 송골매의 기념공연은 없는 걸까?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기에 대해 한마디 부탁한다.

배 :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짧지만 엄청난 여운을 남기는 한마디와 함께 이번 인터뷰가 끝났다.

사람이 한가지 일을 같은 자리에서 10년 이상 꾸준하게 행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으리라. 그것이 방송일이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15년을 팝전문 DJ로 지내며 한번도 한눈을 팔지 않았던 배철수. 지금도 자신의 직업은 가수가 아닌 DJ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그가 앞으로도 오랜동안 저녁시간 우리의 귀를 책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