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노의 역류' 속 명대사
"네가 가면, 우리도 간다."
"Let me go!"
"You go, we go!"
또 대형 화재가 일어났다. 1월 31일 저녁 문경시 신기동 한 육가공 공장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났다. 소방관들이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길은 계속 거세져 갔다. 도착 후 1시간 만에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동원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모두 끌어다 진화에 나섰다. 그리고 새벽 4시 14분경 소방관들은 불에 타 숨진 동료 대원 2명의 시신을 수습한다.
이 와중에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 겨우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고립된 소방대원의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였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장에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인가. 국무총리가 한 발언도 하나마나 한 소리다.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에 활동 중인 대원 등 소방 공무원의 안전에도 주의하라"라거나 "현장 통제와 주민 대피 안내 등 안전 조치를 철저히 하라"라는 소리는 중3짜리 우리 아들도 할 수 있는 말이겠다.
현장은 현장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책임을 국무총리나 대통령이 지면 된다. 저런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다고 해서 현장에 무슨 힘이 되겠나. 오히려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만 안겨줘 구조활동에 혼선만 주게 될 뿐이다. 아침에 저 내용의 기사를 보고 얼마나 부아가 치밀어 오르던지. 차라리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내게 있다. 현장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가장 적절한 수단을 찾아 알아서 처리하라"라는 메시지가 더 힘이 되지 않을까.
현 정부가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는 미국에서는 주 정부 공무원 가운데 급여 수준이 가장 높은 직업도 소방관과 경찰관일 정도로 불과 싸우는 이들에 대한 대우가 철저하다. 아래 같은 짤이 나올 정도로 국가에서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말로만 국가직이지 소방예산을 지자체에 떠 넘기고 있다. 지자체 예산 투입으로 소방공무원은 시·도의회 예산심의는 물론 행정사무감사까지 받아야 하고, 장비와 시설 확충은 꿈도 꾸지 못하는 곳이 대다수다. 구조 활동 중 사망해도 순직으로 인정받으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심지어 법원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미국에서는 소방관이 근무 시간 중 사망하는 묻고 따지지 않고 무조건 순직이다.
분노의 역류는 감상한 지 오래되어서 저 대사 정도밖에 생각나는 게 별로 없다. 다만, 영화 마지막 순직 소방관들 장례식이 매우 엄숙하고 규모가 거대하게 치러졌던 것이 기억난다. 실제 미국에서는 소방관이 순직하면 국장(國葬)을 방불케 하는 장례식이 거행된다. 보통 2, 3000명가량이 운집해서 떠나는 영웅을 칭송한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소방관 1명당 맡고 있는 인구수는 783명이다. 소방관 1명이 순직하면 783명의 안전이 위협받는 셈이다.
정말 그가 가면 우리도 함께 가는 셈이다.
미국이 순직 소방관을 떠나보내는 방법. The Boston Gl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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