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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오늘 한 꼭지

엄마는 행복하면 안 되니?

영화 '아무도 모른다' 속 대사
엄마는 행복하면 안 되니?"

 

엄마가 멋대로 라니. 누가 제일 심한데.
네 아빠가 제일 나빠. 혼자서 사라지고.
이게 뭐야? 엄마는 행복해지면 안 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좋아하지만, 그리고 이 영화도 참 좋아하지만. 다시는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원인이 이 작품이다. 

'아무도 모른다', 원제 '誰も知らない'. 

태어나서 여태까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기분 더러웠던 영화다. 영화 내용이 실화라는 것, 실제가 더 끔찍했다는 것이 더 충격이었다. 

특히 영화 속 최고 빌런 '엄마'가 내뱉은 저 대사. 저 한 마디가 목에 가시처럼 걸려 괴롭혔다. 어쩌면 아이를 가지고 있는 모든 부모들이 한 번쯤은 속으로 삭였던 말이 아닐까. 물론 보통사람은 저렇게 아이들을 방치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꾹 참고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보통 부모다. 하지만, 그걸 또 당연하다고만 할 건 아닐지 모르겠다.

저 대사가 날 괴롭힌 이유는 태어날 때부터 홀어머니 아래 살았기 때문이다. 저 영화를 처음 봤을 때가 10년 전 내 나이 마흔, 엄마가 예순일 때다. 40년 세월 동안 나란 아들 하나 때문에 포기하고 희생했던 인생이 어떠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무조건 극 중 엄마를 욕하고 탓할 수가 없었다. 

극 중 엄마가 철없고 이기적이며 책임감 따위는 핸드백 속 화장품 수만큼도 없는 여자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어쩌면 그 시절 그 나이 때 부모 그늘 없이 살아온 여성들은 대부분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를 그렇게 만든 책임도 그를 낳은 부모들에게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엄마가 또 그 부모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불행이 아이들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는 집안 환경 속에서 바르게 성장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셀 수 없이 많은 고통과 유혹이 끊임없이 자신과 주변을 흔든다. 그래서 보통 아이들보다 반항심도 크고 자괴감도 엄청나다. 그런 와중에 제대로 성장하려면 선천적으로 겁은 성격이거나 좋은 스승 또는 어른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 좋은 친구 하나 있다면 그것 또한 큰 도움이 된다. 내가 그랬다. 물론 그렇더라도 행복하게 성장하긴 쉽지 않다. 오죽하면 어린 나이에 우울증으로 입원까지 했을까.

엄마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불행한 부모 아래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가긴 정말 어렵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수많은 출산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아쉬운 점이 많다. 부모에게 얼마큼 돈을 쥐어 준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부모가 행복하지 않은데도 아이를 낳는 사회라면 오히려 문제만 더 생길 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부모 세대가 행복지 않다. 더 사는 것이 행복해야 한다. 지금 같은 행복 지수를 가진 나라에서 행복한 아이가 태어나게 할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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