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백신 접종 후 7일 내 노인 사망 1500명"
2020년 10월 조선일보가 낸 기사 제목이다. 코로나19 백신 이야기가 아니라 독감 백신 이야기다. 기사 곳곳에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관계와 무관'이라는 내용을 넣어놨지만 누가 봐도 독감 백신 접종을 비난하기 위한 고의적 기사다.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70세 노인 사망자 20만 4000명 중 절반 이상이 백신을 접종했다"라며 "좀 더 면밀하게 과학적으로 백신과 사망 원인이 어떤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지 국민들께 알려드리겠다"라고 발표했을 정도다. 언론의 셈법으로 따지만 70세 노인 사망자 중 절반이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셈이다. 결국 백신 공포를 부추기고 싶은 언론의 어처구니없는 여론 몰이였던 것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환자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연일 대서특필한다. 물론 연과 관계는 알려진 바 없다. 국내 언론 기사만 보면 한국 정부가 어렵게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상당히 위험한 약물인 것 처럼 보인다.
3월 8일 기준 우리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사람은 31만 1583명. 이 중 11명이 사망했다. 물론 백신과 관련성은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언론들은 너도나도 '백신 접종 후 사망'이라는 프레임을 걸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사망 원인인 것처럼 제목 장사를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는 아재라서 아제(AZ)는 안 맞을 거야"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같은 셈법으로 따지면 화이자 백신이 더 위험하다. 올해 1월 노르웨이 보건당국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4만 2000여 명중 3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사망 비율만 보면 아스트라제네카보다 화이자 백신이 훨씬 위험하다.
오늘도 언론은 코로나 백신 이상 반응 숫자를 크게 내면서 백신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다. 3월 10일 0시 기준으로 이상 반응 의심 신고가 누적 5786건이라고 떠든다. 그 뒤에 "이 가운데 5717건은 예방접종 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근육통과 두통,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의 사례"라고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10일 0시 기준으로 국내 백신 접종자는 총 44만6941명이다. 그렇다면 접종 후 이상 반응을 신고한 수치는 일반적인 접종 후 이상 반응을 포함해도 전체 접종자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사 제목에는 이와 같은 내용은 절대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언론은 무엇 때문에 통계 오류·왜곡을 통해 국민에게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주려 혈안이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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