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속 끄적끄적

낙태죄가 폐지되면 남성이 여성에게 권해도 되는 걸까?

낙태와 관련한 이야기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 사회 안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여온 사안입니다. 특히 지난 11월 24일, 정부가 입법 예고한 낙태죄 부분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안이라는 것이 기존 '낙태의 죄' 항목에 예외조항을 추가해서 임신 14주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되 14주에서 24주 사이에는 일정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여성단체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낙태죄' 전면 폐지를 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회의원 된 순간 낙태법은 제 책임이라 생각했어요"

[청년정치 와글와글-인터뷰]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www.ohmynews.com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이 '낙태죄' 폐지라는 것에 대해 너무 여성과 아이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빠의 입장은 생각해 보셨나요? 무슨 헛소리냐고요? 저는 아빠, 즉 남성의 입장에서 낙태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낙태죄'라는 것이 여성에게 불리한 법은 맞습니다. 특히 예전 사회에서는 말이죠. 예전 사회요.

낙태죄가 폐지된다면 다른 부분에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겁니다. 먼저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낙태에 대한 결정을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낙태를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어떻게 생긴 아이든지 자신이 낳아서 키울 수 없기 때문일 텐데요. 그건 여성이 아니라 남성도 똑같은 이유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생긴 아이를 무조건 출산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여성이 아이를 낳은 후 남성에게 무조건 책임지라고 소리치는 것의 피해 정도는 가늠할 수 없습니다. 가늠이 되세요? 

어떻게 아이가 생겼다 하더라도 부양할 능력이 되지 않을 경우, 여성이 반대하더라도 낙태를 결정할 권리를 남자에게도 줘야 합니다. 이때 부득이하게 출산을 고집한다면 남자는 부양 의무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후에 친족 회복 등 아이에 대한 권리 중 어느 것도 절대 회복할 수 없도록 해야겠지요. 물론 임신과 중절로 인한 여성이 받은 피해는 별도로 보상(보상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여성에게 유리하게 책정해도 불가하다고 생각합니다)해야겠죠.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극단적인 큰 문제가 생깁니다.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녀가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합의 없는 출산은 무조건 아이에 대한 의무와 권리를 한쪽이 모두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여자가 몰래 도망가서 아이를 낳고는 수년 후 돌아와서 "당신 자식이야. 책임져."라고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거죠. 남자가 강제로 아이를 낳게 한 후 "네가 엄마니까 집에 들어와서 키워!"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러면 적어도 다행히 임신을 핑계로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은 생기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현재 임신중절 허용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 내용을 이번 개정안에서 좀 더 확대했다고 하죠?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 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전 낙태죄 전면 폐지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누군가가 반드시 책임 있게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에 대한 것은 여성 혼자만의 책임 문제가 아니라 남성, 여성 모두에게 다 책임이 있는 부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