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미래를 본 제프 베조스... 유통사가 아닌 첨단 기술 기업을 추구하다
아마존이 무슨 회사인지 아는가? 보통 일반인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곧바로 “미국의 지마켓, 인터파크” 등의 온라인 쇼핑몰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웹사이트 ‘amazon.com’에 들어가면 세상 모든 물건을 그 안에서 판매하는 느낌이 든다. ‘Departments(판매 분야)’를 클릭해보면 스트리밍 영화부터 자동차 부품까지 어마어마한 종류의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의 로고를 보면 amazon의 a와 z 사이에 사람 입 모양의 화살표가 이어져 있다. 즉 ‘당신에게 필요한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판매한다’라는 뜻이다.
정말 아마존은 단순히 온라인 쇼핑몰일까? 실상을 뜯어보면 그렇게 쉽게 정의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다. 아마존은 판매하는 물건만큼이나 매우 다양한 사업을 하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2012년 타임스지가 ‘아마존은 너무 많은 비즈니스에 관여하고 있어서 핵심 제품이 무엇인지, 장단기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라고 언급했을까?
이렇게 다양한 사업의 힘으로 2017년 1분기에는 357억 달러(약 40조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23% 증가세를 보였다. 영업 이익만 10억 달러(약 1조 원), 순이익은 7억 2,400만 달러(약 8천억 원)에 달한다. 2017년 기준 대한민국의 1년 예산이 약 400조이니 아마존은 1분기 만에 우리나라 예산의 1/10을 벌어드린 셈이다. 20여 년 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어마어마한 공룡 기업이 된 아마존은 과연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까?
인터넷의 미래를 꽤 뚫어 본 베조스 회장
아마존닷컴의 회장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1986년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주식 트레이너가 되기로 결심한다. 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 교수들의 주도로 만든 피델(Fitel)이라는 벤처기업에 들어가 일하던 그는 1988년 뱅커스 트러스트(BTC · Bankers Trust Corporation)로 부사장직을 받고 옮긴다. 이때부터 자신의 사업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곧바로 창업하지 않고 직원끼리 ‘데스코’라고 불렀던 퀀트형 헤지펀드 회사 ‘D. E. 쇼 앤드 컴퍼니’에 들어갔다. ‘데스코’는 기존의 월스트리트 회사들과 달리 금융전문가가 아닌 과학자와 수학자를 채용해 회사를 운영했다. 다른 회사와 같은 격식도 없었고 청바지, 카고 바지를 즐겨 입는 회사였다. 당연히 회사 내 서열 구조도 수평적이었다.
이 회사가 다른 월스트리트 기업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하고 초기 인터넷 도구인 고퍼, 유즈넷, 이메일, 웹브라우저 등을 이용해 업무를 진행한 것도 독특했다. 1990년 대 초기 이보다 인터넷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환경도 드물었다. 베조스는 이곳에서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를 보았다. 그는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파는 ‘에브리싱 스토어(Everything Store)’를 꿈꿨다. 결국, 안정된 거액 연봉과 월스트리트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1995년 온라인 서점으로 아마존닷컴을 시작한다. 아마존닷컴은 1995년 7월 웹 사이트를 오픈했다. 물론 성장세는 거셌다. 1999년 초 이미 시가총액이 60억 달러였다. 거액 연봉과 월스트리트 생활과 비교할 것이 아니었다.
첨단 기술 회사가 되기로 한 ‘에브리싱 스토어’
하지만 아마존은 구글의 성장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사람들은 아마존닷컴으로 바로 가지 않고 구글을 거쳤다. 구글은 당시 자체 전자상거래를 시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다나와’와 비슷한 ‘프루글(Froogle)’이라는 비교 쇼핑 엔진을 열기도 했다. 구글 검색 결과 옆의 광고 자리를 놓고 이베이와 경쟁을 벌여야 했다. 아마존은 이에 자극받고 더욱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제품 검색 엔진은 물론이고 전자책 리더기 킨들 같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 힘을 쏟았다. 베조스는 아마존이 단순한 유통회사가 아닌 첨단 기술 회사라는 정체성을 갖길 바랐다. 이러한 노력이 수많은 첨단 서비스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
인터넷으로 책을 판매하던 사이트는 이제 정말 에브리싱(evrything)에 가까운 2억 3천만 개에 달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업을 점차 확장해 세계에서 가장 큰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rvice)를 제공하고 있고 프라임 서비스(Prime Service)를 통해 음악과 비디오를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만의 하드웨어와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해서 ‘킨들’과 같은 이북(eBook)시장을 만들었다. 이런 서비스들의 선봉에 서서 후발 주자들을 이끌어 가는 역할까지 제대로 하고 있다. 기술의 급작스러운 발전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첨단 기술 중심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아마존이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 잘나가는 유통 기업 정도로 취급받던 아마존에 기술이 회사의 미래를 만든다는 베조스 회장의 장기적인 안목이 잘 먹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원 간 경쟁, 고객 집착을 권유하는 기업 문화
아마존의 사내 관습은 매우 특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회사에서 파워포인트나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직원은 발표할 내용을 여섯 페이지짜리 산문 형식으로 작성한다. 이것이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방법이라고 제프 베조스(Jeff Bezos) 회장이 믿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디어 회의에서 직원 간 비판은 살벌할 정도다. 아마존의 기업 문화는 엄청나게 권위적이다. 경쟁은 치열하고 엄격하다. 아마존의 경영 속도는 엄청나게 바르다. 직원들은 입사하자마자 정신없이 일에 내몰린다. 장애물이 있으면 무조건 깨 부수도 돌파하는 식의 업무 방식을 강요받는다. 베조스는 ‘장시간, 열심히, 현명하게 일하는’ 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직원만이 아마존에서 일할 자격이 있다고 한다.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면 곧바로 가혹한 쓴소리가 날아오는 것은 물론이다. 이쯤 되면 회의 시간에 이사들에게 재떨이를 집어던졌다던 국내 모 대기업 회장이 생각날 정도다.
아무튼 이러한 아마존의 기업 문화는 ‘아마존의 14가지 리더십 원칙(https://www.amazon.jobs/principles)’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14가지는 ▲고객에 집착한다 ▲주인의식을 가진다 ▲발명하고 간소화한다 ▲리더는 옳다 ▲늘 배우고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 ▲최고의 인재를 고용하고 성장시킨다 ▲최고의 기준을 고집한다 ▲크게 생각한다 등이 있다.
아마존은 리더십 원칙의 맨 처음 항목으로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내세울 정도로 고객 우선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항목의 세부 내용을 보면 ‘리더는 고객에서 시작해서 거슬러 올라가며 일한다. 리더는 고객의 신뢰를 얻고 지키기 위해 정력적으로 일한다. 경쟁자들에게 신경 쓰기도 하지만, 집착하는 대상은 오로지 고객이다.’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배송 도중 문제가 생긴 제품을 반품도 받지 않고 신제품으로 추가 비용 없이 보내 줬다는 사례는 고객 최우선주의 아마존에서는 놀랍지도 않은 서비스인 것이다.
아마존은 그동안 구글이나 애플에 비교해 언론을 통한 노출이 적었다. 하지만 관심도는 꾸준히 증가해 최근에는 매우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애플(붉은색)과 아마존(파란색)의 2014년부터 현재까지의 관심도 변화를 구글 트렌트를 통해 알아본 결과다. 아마존의 관심도가 점차 급상승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회사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보고 꾸준히 투자를 거듭해온 아마존의 힘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제 아마존을 단순한 유통 업체라고 치부하는 이들은 없어졌다.
영화 ‘킹스맨’에서는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아마존은 “기술이 기업을 만든다”라는 말을 새로운 명대사로 현실화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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