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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위로 걷다/영화와 음악

레드 스페로(Red Sparrow)

요즘에는 영화를 자주 보지 못합니다. 시간은 많은데 죄책감 때문이랄까요? 아주 크게 이슈가 되거나 평이 엄청나게 좋은 영화가 아니면 찾아서 보는 일도 드문 편입니다. 한때는 취미가 영화 보기라고 했던 사람 치고는 창피할 정도죠.

이 영화 레드 스페로도 별로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니퍼 로렌스가 발레리나라니. 그것도 볼쇼이의 수석이라니. 발레리나라면 강수진 선생님 정도의 몸매가 돼야 가능한 것 아닐까요? 물론 비하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마른 체구보다 살이 있는 여성을 더 좋아하거든요.

아무튼, 영화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본 적 없고 예고편도 관심 있게 보지 않았던 이 영화를 갑작스럽게 감상하게 됐습니다. 바로 제니퍼의 이 트윗 때문이죠.

영어가 짧아서 사전을 찾아보니 'phenomenal'이 '경이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더군요. 도대체 '도미니카'가 얼마나 대단한 캐릭터인가 궁금했습니다. 절대로 제니퍼의 나체가 궁금했던 것이 아닙니다.

홍보문구에는 '몸으로 유혹한 뒤 살해한다'라고 쓰여 있는데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스패로'라는 암호명을 부여받은 스파이가 원래 그렇게 하는 것 같던데, 제니퍼가 연기한 '도미니카'는 별로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홍보 문구에는 '엄청 야한 스릴러물'이라고 되어 있죠. 물론 제니퍼의 노출은 확실히 다른 영화들보다 수위가 높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주인공인 다른 스릴러물에 비교하면 절대 야하지 않습니다. 영화 초반부의 여자 탈의실 장면에서 몇 초 정도가 야합니다. 나머지는 노출에 비해 야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습니다. 야한 스릴러물이라면 오히려 1992년 작 '원초적 본능'이 훠얼씬 그러합니다. 살색만 많이 나오면 야하다고 느끼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 말이 틀릴 수도 있겠네요.

영화는 나쁘진 않습니다. 사실 제가 어지간한 영화는 다 재미있게 보는 편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심리전이나 반전 같은 것들이 신선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제구실을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맘에 듭니다. 주인공은 제니퍼는 물론이고 제러미 아이언스도 많이 등장하지 지만 영화를 잡아주는 힘이 느껴집니다. 다만 극 중 '미남' CIA 요원으로 나오는 조엘 에저턴이 그다지 '미남'이 아닌 것이 흠입니다. 몸매는 끝내줍니다. 그 외 제가 좋아하는 '키어런 하인즈'와 '샬럿 램플링'같은 중견 배우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메리 루이즈 파커'는 어째서 '레드'에서 이미지를 지울 수 없는 걸까요.

영화를 보다 보면 결말이 대충 예측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없는 건 아닙니다. '저럴 줄 알았어'라는 읍소보다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만드네요. 2시간 21분이라는 다소 부담되는 러닝타임이지만 지루하지 않았으니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점수를 준다면 5점 만점에 3.5점 정도.

영화 꽤 괜찮았어. 자기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