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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끄적끄적

나는 가수다...모두 살 수 있는 길은 있는가?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포스팅을 다시 할 줄은 몰랐습니다.

좀 시끄럽기는 해도 어느정도 일단락이 되고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게 쉽진 않은 모양입니다. 어제 기사에서 MBC에서 김영희 PD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을 시켰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출연진들과 제작진이 과연 프로그램을 위한 결정을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던 저는 방송국 자체에서 그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PD 하차에 대한 반론 이야기가 꽤 많더군요.

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어떤 가수가 계속 참여 여부를 고려해 보겠다는 성명까지 발표한 것을 봤습니다. 이 정도 되면 정말 프로그램이 어떻게 되던 상관없이 내 맘대로 안 되면 못 하겠다고 때를 쓰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어찌보면 방송국과 시청자들에게 협박을 하는 것이 되는 건데요. 사건의 당사자들도 그 가수의 입장을 이해는 하되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PD 때문에 출연을 결심한 것은 가수 본인이지 시청자가 아니잖아요. 물론 김영희 PD를 보고 채널을 돌린 시청자들도 있겠지만요. 

제작진과 출연진은 어떻게 해서던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시청자와 광고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지요. 자신들도 공짜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한 번이던 두 번이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 돈 안 벌고 말겠다로 치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럼 과연 이러한 사태가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겠군요.

마이클랜덜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당신은 전차 기관사이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철로를 질주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 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했지만 불가능하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 속도로 다섯 명의 인부를 들이받으면 모두 죽고 만다는 사실을 알기에(이 생각이 옳다고 가정하자.) 필사적인 심정이 된다. 이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이다.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

MBC는 위의 상황에서 김영희 PD 한 명을 희생시켜 나머지 7명의 가수를 살리고자 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잘 못하면 프로그램 자체가 큰 피해를 입을 상황으로 보였으니까요. 그럼 이 책에서 계속 되는 예를 보겠습니다.

이제 다른 전차 이야기를 해보자.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철로를 바라보며 다리 위에 서 있는 구경꾼이다.(이번에는 비상 철로가 없다.) 저 아래 철로로 전차가 들어오고, 철로 끝에 인부 다섯 명이 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전차가 인부 다섯 명을 들이받기 직전이다. 피할 수 없는 재앙 앞에 무력감을 느끼다가 문득 당신 옆에 덩치가 산만 한 남자가 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어서 전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면 남자는 죽겠지만 인부 다섯 명은 목숨을 건질 것이다.(당신이 직접 철로로 몸을 던질 생각도 했지만, 전차를 멈추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

자 위의 문제는 김영희 PD와 7명의 가수들에 해당하는 이야기 입니다. 어떤 선택이 옳을까요? 우리의 삶에는 정말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이미 '나는 가수다'에서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은 없어 보입니다. 달려가는 열차와 같은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난 상태입니다. 누가 다치든 다쳐야 할 것이며 그 이후에도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MBC는 김영희 PD 한 명의 희생으로 일단락을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가수들이 이를 '정의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반박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건이 터진 후에는 '내가 대신 죽어줄 수도 있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모든 인부들이 자신들의 업무를 포기한다면 열차는 다시 달릴 수가 없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인부들에게 일을 맡기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분들. 그리고 제작진 여러분. 달려오는 열차가 아무리 빠르더라도 냉철하고 충분한 고민을 하신 후에 행동을 결정하셨으면 합니다. 너무 선급하게 결정을 내려봤자 최선의 선택은 없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댓글로 좋은 의견 좀 나눠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