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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위로 걷다/영화와 음악

내가 생각하는 음반업계 불황...

아래 이야기는 국내 음반업계, 그러니까 가요를 중점적으로 분석해 본 내용입니다.

얼마전 자주 가는 홈페이지에서 2008년 4월 음반 판매량을 본 적이 있다. 국내 음반 시장이 한계까지 왔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

내 나이 34. 1975년생인 만큼 가요 음반 100만장 판매를 우습게 여기는 시기에 살아와서 인지 2008년 4월 음반판매 1위인 신화9집 누계 판매량 약 9만 5천장은 충격이었다. 20위권까지 살펴봐도 10만 장이 넘어선 음반은 소녀시대 하나였다. 요즘 5만장 팔리면 대박이라는 말이 실언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내가 한참 음반사에 죽치고 앉았있었던 1990년대에는 신승훈, 김건모, 서태지 등이 100만, 200만장 판매를 달성했던 시기라 1/10도 안되는 음반 판매에 참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당시에는 팝음반 판매량도 저보다는 실했다.

그럼 이런 음반 판매량을 보이는 현 음반업계의 문제점은 뭘까? mp3, 불법복제, 인터넷 등 많은 문제점이 제시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몇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듯 하다. 그걸 정리해 볼까 한다.

1. mp3 문제?

음반불황의 가장 큰 주적으로 mp3를 내세우는 것이 대부분인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mp3가 주적은 아닌 듯 하다. 불법 mp3를 주로 사용하는 이들은 누굴까? 정확한 수치는 통계를 가지고 나오지 않아 모르겠지만 대체로 10대 20대 초반(대학생)가 아닐까 한다.

mp3를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것도 그렇고 불법으로 다운받는 것은 30대 이상의 입장에선 여간 불편하고 어려운 게 아니다.(본인처럼 10대 초반부터 어둠의 경로를 사랑해 왔던 사람들에게는 다른 이야기지만) 실제로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좋아하는 음악을 어떻게 다운 받아 듣는지 몰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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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0대, 20대가 mp3때문에 음반을 사지 않기 때문에 음반이 불황이라는 답이 나오는데 그건 좀 아이러니다.

앞서 이야기 했든 1990년대에 본인은 음반사에서 죽치고 살다시피했다. 그 때 목격한 것이 소위 아이돌 팬들인 10대들의 묻지마 구매. 즉 '아저씨 OOO음반 나왔어요? 있는데로 다주세요'였다. 지금도 신화나 동방신기 등의 판매고가 높은 것은 끝나지 않는 소녀팬들의 힘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당시에도 신승훈, 김건모, 서태지(는 조금 틀리겠구나)에게는 묻지마 구매를 하는 팬이 거의 없었다. 그냥 음반사에서 흐르는 음악을 듣고 들어와서는 '지금 나오는 음반 주세요'가 가장 컸다. 그들은 대부분 20대 이상이었다. 음반을 주로 구매하는 층은 20대 이상으로 자신이 직접 경제 생산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단 말이다.

그렇기에 불법으로 다운 받는 방법도 모르는 음악팬이 더 많은 시점에 mp3를 가장 나쁜 적으로 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2. 온라인 vs 오프라인 음반사


본인은 이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다시한번 20대 후반 이상 나이를 들먹여 봐야겠다. 당신의 생년월일이 70년대라면 이 질문에 답해보라. '음반을 인터넷에서 사는 것이 편한가, 음반사에서 사는 것이 편한가?'

글을 쓰는 본인은 당연 후자다. 들어보지도 못한 음반을 인터넷에 주문하고 하루 이틀 기다리는 것이 여간 귀찮지 않다. 음반은 즉시 사서 즉시 들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예전 워크맨이나 휴대용 CD플레이어들을 들고 다니며 음반사를 나오며 포장지를 뜯고 곧바로 플레이 했을 때 지불에 대한 아쉬움이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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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오프라인 음반사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우리나라 음반업계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음반업계가 어려워지자 음반사들이 망한 것이 아니다. 대형 유통사들이 너도나도 가격 싼 인터넷 음반판매 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매입가보다 싸게 파는 이런 인터넷 사이트들과 싸울 만한 여력이 음반사 사장님들에게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으로 사면 싸기 때문에 그쪽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보다 비싸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사지 않는 것이다. 즉, 결국은 음반을 사지 않았다는 말이다.

음반사가 줄어들면서 오다 가다 맘에드는 곡이 귀에 들리면 구매하던 충동구매도 사라졌다. 라디오 DJ들 못지않게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손님과 한참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사장님들도 떠나갔다.(내가 아는 분은 대전지역 음반사협회 회장까지 하셨지만 지금은 선술집을 하고 계시다)

30대 이상에겐 아직도 인터넷으로 음반을 구매하는 것은 낮설다.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꺼내 계산대에 넘기기보다 인터넷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것에 더욱 망설여진다. 어렵긴해도 아직까지 메타복스같은 중고 음반사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고나 희귀음반들이 인터넷이라고 가격이 싸지는 않을테니까.

3. 음악편중...

가장 심각한 것이 10대를 위한 음악에 편중돼 있는 현실이다. 아래가 내가 봤던 2008년 4월 음반 판매량이다. 그나마 김동률, 이승환, 김광진 등의 선전이 반가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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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드림 콘서트' 사태를 보면서 이 상황은 한번 더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소녀시대 팬들과 카마엘의 싸움이 문제가 아니다. 이 두 팬들이 입을 닫아버리면 5만 여 관중 전체가 조용해 지는 것이 문제다. 결국 그들이 5만 여 관중의 대부분이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게 무슨 골 때리는 사태인가 말이다.

7080이란 말도 이제는 좀 오래됐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을 위한 음반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김광석, 김현식 등의 음반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감동을 최근 갖기 힘들어졌다. 1년이 지나고도 듣게되는 음반은 거의 찾아보기도 힘들다.

음반 시장이 10대들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많이 듣는다. 이런말을 들으면 난 이렇게 이야기한다. "뻥치시네." 위에 말했듯 mp3나 불법 다운로드의 주범이 10대 들이다.

저 차트에 나와있는 김동률, 이승환, 김광진은 뭐냐 말이다. 이승철의 공연장에 가보라. 10대와 그 나머지 연령들의 비율이 얼마가 되는지. 다만 그대들은 우리들이 들을만한 음악을 생산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아니 안하는 것 뿐이다. 예전에 100만, 200만을 팔아치우던 가수들의 부진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가 변하고 팬층이 변해서일까? 20년을 넘게 음악 시장에서 살아남아 있는 이들을 벤치마킹 했으면 좋겠다.

4. 사운드의 질적 수준 하락

나이가 들어갈 수록 좋은 음악에 대한 갈망이 더욱 심해진다. 최근 발매되는 음반이 들을 것이 없어 예전 음반을 뒤지고 있다. 김현식, 김광석, 산울림, 송골매 등등... 개인적으론 팝을 더 많이 듣기는 하지만 팝 역시도 과거 음반들에 자꾸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남 탓을 하는 문화가 크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분석하고 수정하기 보다 일단 나 말고 저 녀석 때문에라는 비판을 한다. 음반시장이 불황이 생기면서 관계자들은 'mp3', '경제 위기' 등을 탓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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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TV, RADIO에선 가수인지 댄서인지 모를 녀석들이 판을 쳤고 음반사, 제대로 된 오디오 시스템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웅장한 사운드를 목격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렇기에 PC와 MP3 Player로 들어도 모두 만족했고 거기에 어울릴 만한 사운드만 뽑아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음악을 찾던 이들도 오디오를 팔아버리고 IPOD를 구입했다. 결국, 시장엔 싸구려만 판을 친다.

우리 때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하나 사더라도 어느 메이커가 음질이 좋고 저음이 풍부한 가 등을 꼼꼼히 따져가며 구입했는데 요즘 mp3 player의 사운드는 대부분 말 그대로 쓰레기다. 또 음질에 투자할 만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업체도 거의 없다.

CD로 듣는 것과 mp3로 듣는 것은 음원의 차이가 아니라 player의 차이다. 그 감동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이제는 겁도 나겠지라는 생각 마저 든다.

본인도 한 때는 번 듯한 음반사 하나 차려서 음악을 좋아하는 손님들과 종일토록 토론해 가며 음반을 팔아보는 것이 꿈이었다. 한 블럭에 4~5개씩 있던 음반사가 하나 둘씩 사라지더니 어느새 하나도 남지않게 됐다. 그리고 지금 음반 업계가 내 꿈을 앗아갔다.

이제는 더이상 탓하지 말고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시 살려내는 데 노력했으면 좋겠다. 내 자식들도 들을만한 음악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족 : 다음 메인에 떴군요. 이제 부터 욕 먹을 준비하고 있어야 겠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