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천재라고 생각하는 국내 감독 중 하나인 김기덕 감독이 폭탄 선언(?)을 발표했다.
앞으로 한국인들은 자신의 영화를 보기 힘들 것이라나.
단순한 협박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안타까움이 절로 나온다. 뛰어난 작품성을 통해 내 놓는 영화마다 세계적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그의 영화가 정작 고향이 한국에서 흥행에 실패(실패라기보다 참패에 가깝다)하고 있기 때문.
아무리 나라를 사랑하고 한국의 영화팬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안타까움은 감독으로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거기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라고 해봤자 고작 10억) 제작한 영화 '활'이 개봉 1주만에 간판이 내려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얼마나 화가 났을까? 앞으로 국내 활동을 접고 해외에서만 활동하겠다는 그의 결단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나라 영화계에선 연일 스크린쿼터 살리기 운동에 여념이 없다.
근데 도대체 무엇을 위한 스크린쿼터란 말인가? 현재 각 멀티플랙스 영화관의 절반 가까이 상영관을 확보하고 있는 '괴물'같은 영화가 년간 두~세편만 나온다면(물론 어렵겠지만) 스크린쿼터가 존재해야하는 당위성은 사라진다. 스크린쿼터는 한국의 양적 향상보다는 질적 향상에 꾀해져야한다. 질적 향상이라는 것이 단순히 돈 많이 들이고 볼거리 풍부한 영화는 아니다. 소위 말하는 흥행감독에게 '돈 좀 처발라서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면 기본 관객은 확보해 주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스크린쿼터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네들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같은 작품이 스크린쿼터 안에서 얼마나 많은 극장 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지...
적어도 스크린쿼터의 취지에 맞는 운영이라면 '활'이 몇 안되는 영화관에서 그것도 일주일 만에 내려지는 일은 막아야했었지 않았을까 한다. '활'말고도 수많은 예술적 가치가 높은 한국 영화 중 극장에 걸려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영화가 얼마나 많은가? 저예산으로 제작하고 홍보비용이 없어 제대로 알리지 못한 관계로 관객의 선택권에서 밀려나는 영화가 과연 얼마나 많은가?
비록 관객은 적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와중에 한국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이런 영화들이 설 자리가 점점 커져가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스크린쿼터가 진정 필요한 이유가 아니던가?
지금까지의 사태를 보자면 스크린쿼터가 아니라 스크린하프가 된다하더라도 국내 영화 산업의 질(!)적 향상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된다. 충무로의 헐리우드화는 점차 빨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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