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드라마의 가장 유명한 클리셰 중의 하나가 바로 뒷목 잡고 쓰러지기죠. 우리나라에서 뒷목 잡고 쓰러진다고 하면 고혈압을 바로 떠올립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중년들은 고혈압의 위험을 항상 안고 살고 있죠. 이놈의 혈압은 너무 높아도 문제, 낮아도 문제입니다. 이 혈압에 대한 연구 내용이 나와서 오늘 전해 드릴께요.
이건 사담인데요. 사전을 찾아보니 뒷목이라는 단어는 경상남도 사투리라고 하네요. 목덜미가 표준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목덜미 잡고 쓰러진 회장님이 맞는 표현이겠네요.
이 연구결과를 분석하는 데 고생했어요. 보도자료 내용에 헷갈리는 단어들이 좀 보였고 역시나 언론들은 보도자료를 그냥 베껴 놓은 것들 천지였거든요.
먼저 보도자료나 뉴스에서 혈압수용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영어로 Baroreflex라고 합니다. 그런데 의학계에서는 혈압수용체라는 단어보다는 그냥 압수용체라는 말로 많이 사용하네요. 압수용체라는 단어로 찾아보니 관련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압수용체는 대동맥궁(aortic arch)과 경동맥 팽대(carotid sinus)에 있는 신장 수용체(stretch receptor)입니다. 혈압이 증가하면 그 부분의 동맥벽이 늘어나면서 감각신경섬유를 따라서 활동전위의 빈도가 증가합니다. 혈압이 정상 범위 이하로 떨어지면 반대로 감각신경섬유에 의해 발생된 활동전위의 빈도가 감소하게 되죠.
이러한 반응을 중추신경에 전달해서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조절기전을 동맥 압반사(arterial baroreflex)라고 합니다. 동맥 압반사의 기능을 평가하는 것을 압반사 민감도도(baroreflex sensitivity, BRS)라고 합니다. 압반사 민감도가 떨어지면 고혈압이나 저혈압이 생길 수 있는거죠. 그러니까 압수용체는 혈압이 높아지고 낮아지는 상태를 감지하는 용도지 그걸 해결하는 동맥 압반사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고혈압에는 그 외에도 시상하부의 삼투수용체에 의한 항이뇨호르몬(ADH, vasopressin)이나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심방나트륨이뇨펩티드(atrial natriuretic peptide, ANP) 등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무튼 여태까지는 압수용체의 무엇이 혈압의 고·저를 감지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오우택 박사 연구팀이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기계채널 단백질인 ‘텐토닌3’가 센서 역할을 한다는 걸 밝혀냈습니다. 이 텐토닌3가 근육의 기계적 변화를 감지한다는 것도 2016년 오 박사 연구팀에서 발견한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이온채널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온 채널 혹은 이온 통로라고 불리는 것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입니다. 이온을 세포 안과 밖으로 이동시키는 일을 합니다. 이걸 통해서 생체에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데요. 이걸로 심장 박동, 호르몬 분비, 감각과 운동이 가능해 집니다. 당연히 이온채널이 고장나면 심각한 질병이 생길 수 잇겠죠. 부정맥을 비롯해서 낭포성섬유증, 근무력증, 발작, 정신질환, 신장결석, 다낭성 신장질환 등 수 많은 질병이 이온채널 이상 때문에 생깁니다.
텐토닌3가 속해있는 기계채널(Mechanosensitive channels)은 세포에 물리적 자극이 가해질 때 열리는 이온채널입니다. 생체센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촉각, 진동, 압력 등의 외부적인 자극을 감지하는 건 물론이고 근육의 수축이나 뼈의 움직임, 허파 팽창 등 내부 감지에도 필요합니다.
연구팀은 혈압 조절 센서를 파악하기 위해서 심장 근방의 신경다발을 관찰하던 중에 압수용체 말단에서 기계채널 텐토닌3의 유전자를 다량 발견했습니다. 특히 텐토닌3를 발현하는 신경은 대동맥을 완전히 감싸고 있었는데요. 이걸 제거한 쥐를 실험해 보니까 혈압 감지 능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물론 다시 발현하니까 혈압이 원상태로 돌아왔고요.
그러니까 결론은 텐토닌3가 잘못되면 동맥 압반사 민감도가 떨어져 고혈압이나 저혈압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고혈압, 아니 혈압 이상이 생기는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밝혀진 거죠.
연구진을 지휘한 오우택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서 심장 혈압감지 오류 때문에 생기는 고혈압 치료에 초석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수행됐고, 연구결과는 JCI 최신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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