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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위로 걷다/기자 명함 내세운

가상현실이 보여주는 현실의 미래

대표적인 VR 게임. Beat Saver.

이제는 스마트헬스케어 분야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이용하는 시대가 됐다. 가상현실을 이용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STD)를 치료하거나 중국에서는 마약 중독 치료에도 가상현실을 이용하고 있다. 자주 하기 어려운 수술 실습을 시뮬레이션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나 해부학을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여럿 출시됐다. 

이렇게 헬스케어에까지 그 기술이 폭넓게 사용하고 있는 가상현실 기술. 과연 가상현실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돌아보자.


양안시차 원리를 이용한 가상현실 기술의 시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란 ‘실제 같지만, 실제가 아닌 인공 환경’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시각적 효과를 넘어서 오감에 직접 작용하는 기술까지 등장해 근접한 공간적, 시각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바로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여준 시스템과 조금은 비슷하다. 영화 ‘매트릭스’ 속 가상현실은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기계의 무기로 등장한다. 인간들은 목 뒤의 플러그를 통해 뇌에 직접 연결하는 장치를 달고 있다. 이 장치를 통해 가상 속의 삶을 현실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매트릭스의 시스템은 사실 인체의 외부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방식이 아닌 뇌를 직접 조정해 가상의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이다. 현재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시스템과는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기술과 가장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1995년작 ‘코드명 J’를 꼽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가상 키보드 역할을 하는 데이터 글로브(Data Glove)를 양손에 착용한다. 재미있는 것은 ‘매트릭스’와 ‘코드명 J’ 모두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라는 점이다. 

가상현실의 시작을 이해하자면 시각적인 부분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3D 기술이 가상현실의 출발선이기에 19세기에 개발된 ‘스트레오스코프(Streoscope, 입체경)’ 기술이 가상현실 기술의 시작이다. 스트레오스코는 각 눈에 보이는 이미지의 차이로 입체감을 느끼는 양안시차(Stereoscopic Vision) 원리를 이용한 기술이다.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방식은 애너글리프(Anaglyph) 방식, 즉 ‘적청 안경(안경의 왼쪽에는 붉은색을 오른쪽에는 청록색 렌즈를 입힌 안경)’이다. 2차원 영상이나 평면 위에서 착시를 일으켜 3차원을 느끼게 해주기에 가상현실 기술사의 중요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현재도 사용하고 있다.

단순 입체 영상을 넘어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의 기술이 탄생한 것은 20세기 중반까지 올라간다. 1968년 미국 유타 대학의 이반 서덜랜드(Ivan Edward Sutherland)는 HMD를 연구했다. 이는 안경처럼 쓰고 대형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영상표시장치이지만 현재의 ‘오큘리스 리프트’나 삼성의 ‘기어 VR’처럼 가볍게 머리에 쓸 수 없었다. 천장에 선을 연결해 지탱해야 할 만큼 무겁고 불편했다. 가상현실 화면도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진 공간뿐이었다. 서덜랜드의 HMD 발표 1년 후인 1969년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아폴로 계획을 진행하면서 승무원 훈련용으로 컴퓨터 상호작용 반응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때부터 가상현실 기술은 본격적으로 발전한다. 1980~90년대에는 영화 ‘토탈리콜’, ‘코드명 J’, ‘매트릭스’ 같은 대중문화에 ‘가상현실’이 계속 등장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가상현실이 지금처럼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게 된 기본 바탕은 3D 그래픽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2000년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게임 시장과 함께 그래픽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하며 가상현실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최근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가상현실 산업도 바로 게임이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을 발표하고 ‘바이오하자드’, ‘섬머레슨’ 같은 가상현실 게임을 함께 발매하며 관련 분야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 그래픽이 현실과 비슷해지면서 사람들은 가상현실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됐다. 가상현실 속 그래픽은 이미 1990년대 몇몇 영화에서 보여줬던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매트릭스’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1992년 작품 ‘론머맨’이나 ‘코드명 J’의 시각효과와는 비교할 수 없이 발전했다. 그리고, 시각을 속이기만 했던 가상현실은 이제 사람의 청각과 촉각, 후각까지 영역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가상현실’ 기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며 가상현실이 도약할 발판이 마련됐다. 누군가는 “가상현실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3년 ‘오큘리스 리프트’를 발표하면서 가상현실의 본격적 상용화를 시작했다고 평가받는 오큘러스는 1년 만에 페이스북에 2조 6,000억 원에 팔렸다. 오큘리스 리프트는 최근 다수의 전자업체에서 제작 중인 HMD의 원형을 선보였다고 평가한다. 머리에 쓰면 1080x1200 해상도의 영상을 통해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다. 오디오 역시 3차원 효과를 낼 수 있는 헤드폰을 장착하고 있어 실감나는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의 오큘리스 인수는 미래 산업에서 가상현실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열린 세계 전자제품 전시회에서 가상현실 관련 제품들의 부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일본 도쿄에서는 지난 2017년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3D 및 가상 현실 박람회(IVR 2017)가 열렸다. 이 전시에는 전세계 2,000개가 넘는 업체가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미국은 이미 '융합현실(MR: Mixed Reality)'이라는 이름까지 등장했으며 가상현실을 ‘10대 미래 핵심전략 기술’로 지정해 공공분야(교통·의학) 등에 적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어 우리나라 미래창조과학부는 “앞으로 5년간 총 4,050억 원을 VR 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들은 실재하지 않는 것, 자신이 가보지 못한 곳 등에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면서 새롭고 다양한 욕구는 넘쳐나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 걸린다. 가상현실은 이러한 욕망을 아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기에 미래 사회에 필수 불가결하다. 인간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 많은 경제적 풍요와 여유 시간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가상현실의 필요성 역시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