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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위로 걷다/기자 명함 내세운

설국열차는 원자력으로 움직인다



설국열차 (2013)

Snowpiercer 
7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정보
SF, 액션, 드라마 | 한국, 미국, 프랑스 | 126 분 | 20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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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의 추진 동력을 두고 말들이 많았는데, 나는 핵잠수함을 모델로 삼았다. 핵잠수함은 핵에너지를 추진 동력으로 사용하는데 수명이 20년 이상 된다. 영화를 유심히 본 사람들은 기억할 테지만, 영화 속 엔진 모양도 핵 연료봉처럼 길쭉하게 생겼다. 이 열차가 핵에너지로 달린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위해 그렇게 표현했다.”

 

이 말은 봉준호 감독이 2013년 10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설국열차로 보는 인류의 미래’란 주제의 과학콘서트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다. 1년에 43만 8천 킬로미터씩 17년을 쉬지 않고 달리는 설국열차 엔진의 비밀은 결국 핵에너지였다.

 

봉준호 감독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 “영원하다고 외쳐대던 엔진은 사실 언젠가는 멈추고 멸종될 운명이다. 오히려 완전 멸망해버린 줄 알았던 기차 바깥의 세계, 자연의 세계가 더 영원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엄밀히 따져서 설국열차의 엔진도 무한동력은 아니었던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말한 핵잠수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개발된 핵분열 방식을 응용한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을 말한다.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공상과학소설 『해저 2만리』에 나오는 ‘노틸러스’도 핵잠수함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이 나오기 전에 ‘노틸러스’라는 이름의 잠수함이 실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1800년 로버트 풀턴이 프랑스에서 건조한 최초의 실용 잠수함의 함명도 ‘노틸러스’였다.

 

1952년 미국에서 건조한 세계 최초 핵잠수함의 이름도 ‘노틸러스’다. 이 잠수함은 1954년 첫 항해를 시작해서 1980년에 퇴역했으니 25년이 넘게 동력을 사용한 셈이다. 노틸러스 호는 그 상징성 때문에 영화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데, 2014년 개봉한 영화 <고질라>에서는 이 잠수함이 과거 고질라에 의해 격침된 것으로 설정되기도 했다.

 


1952년 미국에서 건조한 세계 최초 핵잠수함  ‘노틸러스’


그렇다면 설국열차 기관의 모델이 된 핵잠수함의 동력은 어떤 원리일까? 핵잠수함은 대체로 가압경수형 원자로를 기본으로 설계되어 있다. 좁은 공간에 승무원과 함께 있어야 하다 보니 방사선 차폐가 철저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압경수로를 사용하는 것이다. 소형화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도 독자적인 핵잠수함 개발 사업을 진행중이다. 2020년에 실전 배치할 3,500톤급 잠수함 ‘장보고Ⅲ’가 그것이다. 이 잠수함의 동력 부분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P(SMART-P)라고 불리는 이 스마트 원자로는 러시아의 핵잠수함 원자로 제조회사인 OKBM사에게 기술 이전을 받아 개발하고 있다.



* 본 기사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아톰스토리(http://atomstory.or.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