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다른 리뷰들을 보지 않고 작성했습니다. 즉, 순전히 온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겁니다. 뭐 그래도 욕 하시려면 하시고...
전체적인 평으로는 이 정도 SF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CG는 상당히 공들인 티가 납니다. 넷플릭스에서 개봉했지만, 색감이나 편집 등 대부분 극장 개봉을 염두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판 스페이스 오페라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홍보하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로는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많은 발전을 보여주세요. 시작은 비록 미약했으나... 어쩌고 있잖아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죽은 딸(육체인지 영혼인지)이 우주에 떠돌고 다니니 찾아야 한다는 등의 과학적 고증 오류 부분은 그냥 넘어가야겠습니다. 솔직히 크립톤이 많이 나오면 수소 폭탄이 아닌 우라늄 핵폭탄 아닙니까? 수소 폭탄은 헬륨과 리튬이 많이 나옵니다. 아무튼 그딴 건 넘어가자고요. 뭐 과학적 오류가 그거 하나는 아니니까요. 이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지 다큐가 아니잖아요. 카우보이 비밥 정도 설정을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그런데 어차피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SF면 좀 먼 미래를 그리지 2092년은 뭔가 애매하지 않나요? 우리는 이미 1968년에 개봉한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그린 2001년과 백 투 더 퓨처에서 보여준 2015년,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가 상상한 2019년을 다 겪어 봤잖아요. 왜 계속 근 미래로 영화 설정을 잡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년도를 표기하지 않거나 스타트랙의 우주력처럼 자체 역법을 만들어 써도 될 텐데 말이죠.
우주에서의 전투신은 꽤 볼만합니다. '이걸 한국에서 만들었어?'라는 말이 나올만합니다. 전반적인 우주선의 디자인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우주 쓰레기 관련 책을 곧 출간하는 제게 있어 주인공들이 '우주 쓰레기 청소부'라는 콘셉트는 참 반갑기까지 합니다. 다만 제작비의 압박 때문에 전투 장면의 오브젝트가 그다지 많지 않아 다소 허전합니다. 이건 뭐 돈 문제니 연출부를 욕할 수는 없는 상황이겠죠. 제작비 240억으로 이만큼 뽑았다는 걸 할리우드에서 알면 입이 딱 벌어질 겁니다. 공포영화계에서 독립영화 수준으로 평가받는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1만 5000불로 만들어졌으니까요. 갈려나간 제작진의 몸과 영혼에 명복을 빕니다.
배우들은... 승리호 크루들은 나름 최고의 노력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크로마키 연기가 상당히 힘들었을 텐데 잘해 냈습니다. 박수를 쳐주고 싶네요. 업동이를 연기한 유해진은 영화 <더 문>의 케빈 스페이시가 생각날 정도 - 인가했는데 그냥 전우치의 초랭이 - 네요. 진성규가 가장 잘 어울린 역을 맡은 것 같습니다. 거칠지만 정 깊은 사내의 모습을 잘 보여줬습니다. 엄지 척!! 김태리는 연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승리호의 선장으로서 강인한 모습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함선 내 막내 느낌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처럼 사랑스러운 킬러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좀 더 나이가 있는 배우가 맡았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미옥'에서 김혜수가 보여줬던 이미지라면 딱 맞지 않았을까요?
송중기가 가장 아쉽습니다. 송중기는 뭔가 기본적으로 영화에는 잘 안 맞는 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긴 호흡이 필요한 드라마에서는 그의 장점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지만, 영화처럼 짧은 호흡 안에서는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려워 보입니다. '늑대소년'이야 외모가 다 한 영화이기 때문에 선전이 가능했지만, 지난번 영화 군함도에서도 그렇고 주연이 조연들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어쩌라는 건지. 특히 이번 승리호에서는 아역 배우 박예린에 까지 밀리는 모습을 보여 다소 아쉽습니다.
더불어 영화 특성상 한국인은 주인공 크루와 꽃님이, 강 박사 정도가 전부이고 나머지는 전부 외국인 배우들인데 이들의 연기도 상당히 아쉽습니다. 전투 로봇들이 훨씬 연기를 잘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빌런 역의 리처드 크리스핀 아미티지는 최악입니다. 뭔가 게임 파크라이 5에 나오는 사이비 종교 교주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게임 캐릭터의 절반도 카리스마를 발산하지 못합니다. 자애로운 표정은 사진기 앞에 처음 서 보는 사람이 웃는 모습 같고, 화를 낼 때는 그냥 소리만 지릅니다. 그래서인지 그 사이에 있는 김무열의 연기도 어쩐지 어색합니다. 징하게 어색해요.
다행히 신파극이라는 욕은 안 먹을 것 같습니다. 한국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신파를 여기저기 우겨 넣긴 했는데 그다지 슬프지 않습니다. 제가 어지간 하면 눈물 뚝뚝 떨어뜨리는 여성호르몬 충만한 40대 중년 남성인데도 말이죠. 이유는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과 어색한 연기 때문 아닐까요?
중간중간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는 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실소를 유발합니다. 유해진이 여자라는 설정은 '전우치'에서 따 온 것 같고요. 처음에 나오는 송중기의 대사 '그렇게들 사세요. 양심적으로 다가'는 타짜 고니의 대사이며 '정말 그 열심히들 산다 진짜'는 부당거래에서 류승범 대사에서 따온 것 아닌가 싶네요. 감독이 의도했다면 성공했습니다. 웃겼으니까요. 'ㅋㅋㅋ' 석자를 별점 대신드립니다.
그리고 꼬옥~ 롱런하시고 대박나세요. '엄지 척!'도 드립니다. 돈 드는 것 아니니까요.
로튼토마토 지수는 이렇습니다.
그럼 예고편 보시고 본편도 꼭 보세요. 스트리밍이라도 2000만 찍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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