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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끄적끄적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이야기 좀 하고 싶다.


원래, 스포츠 경기 이후에 이렇다 저렇다 포스팅하는 법이 없었는데 어제경기에는 몇 마디 하고 싶다.

이번 아르헨티나전은 한마디로 '허접무'의 부활이었다.
미국 SI에서도 이번 패배의 원인으로 허 감독을 꼽았는데 전후반 경기를 보면서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수비위주 축구를 하는 팀에게 첫 실점은 엄청나게 뼈아프다. 그게 경기 초반이라면 더욱 말이 다르다.
박주영의 자책골을 논하기 전에 프리킥의 빌미를 준 오범석에 대해 논해야 한다. 오범석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 공격수의 기량에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몇 번 돌파를 당하고 나니 판단이 느려진 것이 눈에 보인다. 수비수가 판단이 느려지면 파울을 하게된다. 오범석은 그랬다. 오범석 뿐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선수들이 접해보지 못한 엄청난 기량의 적에게 당황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한 선수들이 있었으니 바로 해외파였다.

여기서 난 허정무 감독의 문제를 꺼내고 싶다.
어제 경기는 될 수 있는 한 경험이 많고 실력 좋은 선수들과 부딪혀 본 선수를 기용했어야 한다. 허 감독 말대로 차두리가 문제가 있었다면 김동진을 투입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메시, 이과인, 테배스같은 기량을 가진 선수를 접하지 못했던 선수들은 당연히 주눅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선수들과 싸워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비록 뚫릴지언정 자기 플레이를 못 하는 바보짓을 하진 않는다. 어제 이영표가 그랬던 것이다.

또 하나, 기성용을 빼고 김남일을 넣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성용이 그렇게 좋지 않았나싶다. 차라리 김정우와 교체하는 것이 어땠을까? 그리고 후반 공격수 교체 타이밍도 너무 늦었다. 거기다 염기훈을 이동국과 교체한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박주영이 자책골을 먹긴 했지만 염기훈 보단 괜찮아 보였고 아르헨티나같은 팀에겐 이동국보단 이승렬이나 안정환같은 선수가 더 좋지 않았나 싶다.

또 하나 박지성을 너무 메시 전담마크에 활용했던 것도 큰 패인이다. 기성용을 뺐다면 박지성이 볼 배급을 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줬어야 하는데 수비수들이 너무 얼어있다보니 박지성의 수비부담이 너무 커졌다.

마지막으로 조용형의 플레이는 곽태휘의 부재가 너무 아쉬워보였다. 전반 오범석과 조용형의 파울이 팀을 힘들게 만든 원인이다. 박주영이나 염기훈은 그 다음에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 듯 하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선수들은 열심히 했지만 강호와 싸웠던 경험을 만들어 주지 못한 축협에 첫 번째로 죄를 묻고 싶고, 오랫만에 '허접무'로 돌아온 허 감독에게 두 번째로 책임을 묻고 싶다.

아무튼, 2경기가 끝났다.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는 이변만 연출하지 않는다면 나이지리아에게 지지만 않으면 16강에 오를 확률이 크다. 앞으로도 계속 강호들을 만나야 하니 오늘 경기에서 큰 교훈을 얻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