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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문

동해를 품은 섬 울릉도와 독도

울릉도는 오징어나 잡는 섬이고 독도는 그냥 작은 화산섬인 줄만 알았다. 깊어지는 가을에 찾아간 이 섬들은 만겁의 시간이 만들어낸 천혜의 명소였다. 점점 높아져 가는 가을 하늘만큼 깊고 푸르른 동해의 보고에 발을 들여놓았다.


울릉도는 육지에서 3시간 정도 배를 타고 유람하듯 들어간다. 옛 노래처럼 울렁대는 가슴을 안고 연락선을 타고 가던 시대는 어르신들의 추억거리로만 남았고 이제는 800명이 넘는 인원을 태우고 달리는 대형 유람선에 몸을 의지하고 바다를 횡단한다. 용왕님의 도우심으로 울렁대지 않고 얌전하게 도착 한섬 울릉도. 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을 간다던 아낙은 벌써 시집을 갔으련만 아직 이곳에는 행복한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대한민국에는 총 4천 개가 넘는 섬이 있다. 그 중 울릉도는 9번째로 큰 섬이다. 섬 둘레 44.2km, 면적 약 72km'크기의 이곳은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이지만 원가 다른 모양새를 가지고있다. 울릉도는 평탄한 지역이 거의 없다. 손님들을 태우고 곳곳을 누비는 택시가 전부 SUV 차량이니 대략 감이 잡힌다. 절벽과 봉우리로 꽉 둘려 있는 강인한 인상의 섬. 그러나 그 둘레가 마치 갑옷처럼 연상돼 장군의 풍모마저 느껴진다. 해안 화산재들이 쌓여 생성된 퇴적암과 화산암 둘로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다. 바다는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푸르다. 한숨 깊이 들이마시면 산과 숲이 내뿜는 신선한 공기와 싱그러운 바다 항이 몸속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게 느껴진다.

포항 묵호항 어디서 출발하던지 울릉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도동항을 만나게 된다. 도동이란 지명은 ‘도방청'이라는 말에서 파생됐다고 한다. 이 이름은 사람이 많이 살며 번화한 곳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정말 북적북적하다. 포항, 묵호항에서 실어 나른 관광객과 울릉읍민들이 엉켜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난 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은 울릉도가 오징어의 고장이라는 것을 실감 나게 해주며 큼직한 오징어를 맛 좋게 썰어주시는 아주머니들의 흥정 소리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배에서 내리면 바로 울릉도의 새로운 명소, 행남산책로를 걸을수 있다. 도동부두 좌측해안을 따라 개설된 산책로인데 오르락내리락 계단을 타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다보면 자연 동굴과 골짜기를 연결하는 교량 사이의 절경에 넋을 빼앗긴다. 맑은물 덕에 얕은 수심이 있는 곳은 비취빛으로 물들어 있다. 물이 맑아 고기때와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도 있고 그것을 노리는 낚시꾼의 날카로운 눈매도 볼 수 있다. 연예프로그램 1박2일 팀이 찾아 유명해진 행남등대까지 왕복코스 약 4km로 1시간 거리지만 조금 느리게 걷는 것도 좋다. 자연이 만들어낸 위대함을 그대로 품고있는 섬의 진심과 마주할 수 있으므로. 도동항에선 여객 터미널 뒤편 능선에 우리나라 최고령 향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수렁이 약 2000년이나 된 이 고목은 높이 4m, 둘레 2m 크기로 이곳 가장 큰 어른이다. 기분좋게 관광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십사하고 부탁하고픈 마음이 절로생긴다.

해안도로를 타고 돌아보는 울릉도 비경

울릉도는 섬 둘레에 조성된 해안일주도로가 있어 관광하기 그만이다. 최근에는 여객선에 자가용을 싣고 들어갈 수 있어 직접 이 도로를 드라이브해 보는 것도 좋다. 일단 사동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 본다. 원래 모래가 적은 이 섬에 특이하게 많은 모래를 품고 있는 지역. 그래서 이름도 사동이다. 후에 독도에 들어가기 위해선 이곳 사동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출렁대는 바다와 모래사장은 여느 해수욕장과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진가는 밤에 드러난다. 밤에 뜨는 달은 장흥망월이라 해서 울릉 8경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검은 어둠에 떠 있는 하얀 달. 그달이 바다에 비칠 때면 어느 곳이 하늘이고 어느 곳이 바다인지 구분이 어렵다. 사동을 지나 통구미해변으로 들어간다. 울릉도의 신호등은 두 개. 그중 하나가 통구미해변 옆 편도 일 차선 터널인 통구미터널에 있다. 울릉도 최초 신호등이다. 다른 한 개는 남터널에 자리 잡고 있다.

울릉도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하나 전해 내려온다. 신라왕이 강릉군주 이사부를 보내 우산국을 토벌하는 내용이다. 우산국은 울릉도의 옛 명칭. 당시 이사부는 우산국으로 쳐들어가는 뱃머리에 나무로 만든 사자 모양을 걸었다. 이에 깜짝 놀란 우산국 우해왕이 투구를 벗고 항복했다고 한다. 조그마한 섬에서 일반 들짐승도 보기 힘든데 생전 처음 보는 맹수가 뱃머리서 입을 떡 벌리고 쳐들어오니 얼마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을까? 통구미터널을 빠져 나오면 그때의 목사자가 변했다는 사자바위를 볼 수 있다. 사자바위는 특히 일몰이 장관인 곳이다. 입을 쩍 벌린 사자가 불을 삼키는 모양새랄까? 우해왕의 간담이 서늘해질 만도 하다. 사자바위를 지나면 태하로 갈 수 있다. 이곳에는 향목관광모노레일과 황토국, 전망대 등이 있다. 특히 붉은색 황토로 이뤄진 황토굴이 신비롭다. 태하는 황토가 많이 났다고 해서 황토구미라고도 불린다. 황 토굴 옆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태하 전망대에 닿을 수 있다. 모든 울릉도 전망대가 그렇듯 이곳 역시 관광객에게 엄청난 전경을 선물한다. 탁 트인 하늘과 바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떠다니는 갈매기와 한 몸인 듯 착각에 빠진다.

현포는 동쪽에 있는 촛대암의 그림자가 바다에 비치면 바닷물이 검게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곳이다. 울릉도는 화산섬이라 바다는 물론 산에도 바위가 많다. 각각 독특한 모양새로 발길을 잡아끈다. 현포에 가면 울릉예림원이 있다. 2007년 박경원이라는 사람이 사재로 20여억 원을 들여 1년 6개월 만에 조성한 울릉군 지역 유일 식물원이다. 쉽게 볼 수 없는 초목들이 가득한 이곳은 해안변 일주도로 70m 언덕에 1만 4천여 제곱미터로 조성되어 있다. 특히 90도 암석으로 이뤄진 산 절벽을 따라 50m의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있는 일몰 해상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비경이 일품이다. 왼쪽으론 아름다운 현포항과 태하리 대풍감 해안, 향나무 자생지가 보이며, 정면에는 탁 트인 바다와 몽돌 해안선 등이 눈앞에 턱 하니 펼쳐진다.

현포를 떠나 추산으로 가보자. 추산 해변에는 해수욕장과 용츨수를 이용한 추산 발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추산을 지나 천부를 넘어 올라가면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 나리분지에 도착한다. 동서 약 1.5km, 남북 약 2km. 면적 1.5~2.0km' 규모의 이곳은 화구원 안에 있던 알봉의 분출로 두 개의 화구원으로 분리되어 있다. 북동쪽에는 나리마을, 남서쪽에는 알봉마을 이 있는데 알봉마을에는 현재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나리분지에선 야영도 가능하니 가족끼리 좋은 추억을 만들기에 좋다. 이곳 산마을 식당의 산나물비빔밥과 산채 무침은 별미 중 별미다. 나리분지는 평지인 만큼 울릉도에서 농업이 가장 성행하고 있는 지역. 한 때는 벼농사를 짓기도 했으나 최근 산나물 판매가 호황이라 산나물 재배가 주를 이룬다. 현재 울릉도는 산나물 매출이 오징어 매출을 넘어선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여파로 오징어 어획이 많이 줄었지만, 울릉도 어업 전진기지 저동항을 새벽녘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저동항 새벽 어판장에서는 오징어, 병어, 전복과 같은 싱싱한 횟감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오징어 경매 구경도 재미가 쏠쏠하다. 더불어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단체 오징어 손질 풍경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봉래폭포는 저동에서 1.5km 거리에 위치한 3단 폭포다. 원시림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폭포까지 올라오는 동안 맺혀있던 땀을 시원하게 말려준다.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감탄사로 그간 힘들게 올라온 수고에 대한 보상을 표현한다. 하루 떨어지는 유량은 약 3000톤 정도 이상. 울릉읍 주민들의 주 수원이다. 봉래폭포로 올라가는 길에는 연중 4°C의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얼음골을 포함해 삼나무숲을 이용한 삼림욕장. 너와집 등도 놓쳐서는 안 되는 구경거리다.

닥나무가 많이 자생한다고 해서 저전포라고도 불리는 내수전에는 화력발전소와 내수던 전망대가 있다. 내수던 전망대는 예쁜 도보 여행 코스로 꾸며져 있어 연인과 손잡고 올라가기 좋다. 빼곡하게 자리 잡은 동백나무에는 흐드러지게 동백꽃이 피어난다.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다. 축도와 관음도. 저동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수전이라는 이름은 울릉도 개척 당시 김내수라는 사람이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제 독도 전망대를 오를 차례다. 독도 전망대는 도동항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다. 독도 전망대에서는 맑은 날 92km 거리에 떨어져 있는 독도를 맨눈으로 관찰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다만 아쉽게도 연중 50일 정도만 가능하다. 이곳에는 망향봉과 해안전망대가 있는데 이 두 곳의 경치도 놓치면 땅을 치고 후회하겠다. 망향 봉은 108개 계단을 올라 도동항과 시가지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며 해안전망대는 산책로로 약 10분을 걸어 도착할 수 있다.

울릉도는심해 1,500m 심층수의 고장

울릉도는 물이 좋다 아무 수도나 틀어 벌컥벌컥 들이켜도 전혀 탈이 없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면 피부가 매끄러워짐을 느낄 수 있다. 울릉도에는 미녀들이 많다는데 이게 다 물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관광하다보면 가게에서 판매하는 생수를 찾게 되는데 울릉도에서 파는 물은 거의 해양심층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동해는 ‘해양심층수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좁고 얕은 4곳의 해협을 통해 외해와 연결되어 있는 그릇 형상의 해저지형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특징이 해양심층수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전체 해수의 90% 이상이 해양심층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많은 동해 지역 중에서 울릉도는 청정성과 취수의 혐의로 인하여 심층수 산업화 중심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울릉 해양심층수는 울릉도 현포리 4.7km 앞 청정 바다의 심해 1500m에서 취수한 해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조사한 결과 0.5~4.5°C의 안정된 상태로 용존량 및 무기질, 미네랄 보유량 등 여러 측면에서 일본 심층수보다 월등히 뛰어 나다고 판명됐다. 특히 육지와 130km 이상 떨어진 동해 한가운데 깊은 바다의 '청정성'은 동해 연안 및 일본 연안 해양심층수와 차별된다. 울릉도에서는 (주)피나블루와 (주)울릉도심층수가 각각 현포와 태하에게서 심층수를 취수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동해의 주인 독도

최근 이런 저런 이슈로 인해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중 다수가 독도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가진 애국심의 끝은 국토 최동단 독도에 자리 잡은 듯 하다. 울릉도 사동항에서 독도로 떠나는 배가 수시로 운항하고 있지만, 기상 변화가 워낙 심해 실제 독도행 배를 탈 수 있는 사람은 행운아로 불린다. 운 좋게 독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고 해도 섬이 허락하지 않으면 접안이 어렵다. 파도가 잔잔해 접안이 가능하면 약 30분 동안 동도 일대에 상륙하여 독도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접안이 불가능할 경우 배를 타고 독도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울릉도로 회항해야 한다.

관광객은 비록 동도의 일부분, 그것도 30분 남짓밖에 머물 수 없지만, 원래 미인은 살짝 엿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던가? 촛대바위를 시작으로 멋들어진 바위들과 바다와 어울린 동도의 모습. 그리고 환영하듯 머리 위를 나는 괭이갈매기들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어느새 회항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듣게 된다.

근래에 독도가 관심을 받는 것은 일본의 영토권 주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도 인근해역에 매장되어 있는 엄청난 자원 때문이기도 하다. 독도 인근 해역에는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약 6억 톤 가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이는 LNG로 환산했을 경우 우리나라 전 국민이 30년간 사용 할 수 있을 정도의 매장량이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중요한 미래형 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메탄가스분자와 물분자로 된 기체포접수화물. 얼음 모양의 고체 물질이다. 메탄하이드레이트 속에는 가스 체적의 170배 메탄가스가 함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쉽게 내어줄 바다가 아니다. 현재 우리는 이 천연자원을 안전하게 포집 및 저장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가 넘는 온실가스다. 물과 가스가 물리적으로 결합해 있어 쉽게 분리되는 문제도 있다. 즉, 개발 또는 저장 등 과정에서 메탄이 방출되면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활용은 요원하다.

메탄하이드레이트뿐 아니라 독도 해저에는 더욱 큰 비밀이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조사한 독도 주변 해저지형도를 보면 독도 주변 해저에 독도만큼이나 큰 해저 지대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독도보다 조금 낮아 바다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안용복 해산’. 심홍택 해산’. ‘이사부 해산’으로 불리는 3개의 해산이 있다. 이 발견과 독도 해저 영해로 인해 독도 가치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유인도가 된 독도는 경상도 넓이 주변 해역을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귀속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을 갖추어 그 중요성이 더 한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로 울릉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너나없이 독도행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30분 남짓 밖에 머물지 못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자 한다면 반드시 독도 땅을 밟아볼 것을 권한다. 여객선에서 내려 제일 먼저 보이는 표석에 적혀있는 '대한민국 동쪽 땅끝'이라는 글자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를 것이다.

 

본 여행기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발간한 해양과학기술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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