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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일상 속 끄적끄적

욕 먹을 각오로 적어보는 박주영 옹호론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를 마친 후 박주영에 대한 성토가 엄청나다.

그 내용이 어떤지는 여기에 다시 쓰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사실 귀찮다.)


그래도 나는 오늘 박주영 선수에 대해 이영표 해설위원의 평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전반전에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멋진 움직임이 좋았다."


맞다. 오늘의 박주영은 그랬다.

전반전에 손흥민의 결정적인 슛찬스도 구자철의 슛도 박주영이 만들어 준 공간에서 일어났다고 본다.


물론, 스트라이커로 제대로 된 슛 한번 못 해보고 물러난 것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

내가 보기에도 현재 박주영은 예전 같은 돌파력과 정확한 마무리 능력 역시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전반에 보여줬던 몇 번의 실수도 떨어진 폼의 결과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그와 달리 수비를 달고 다니며 동료 선수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능력은 여전했다.

자신은 자리를 만들어 주고 마무리는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 같은 후배가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무리하게 골 욕심을 내지 않은 것이 더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스트라이커가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K리그 득점왕을 우습게 본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사실 우습게 보인다.


조기 축구회에서 매 게임 해트트릭을 기록하던 동네 아저씨도 대학팀과 연습경기라도 할라 치면 

공 한번 못 만져 보는 것이 사실이다.

위닝일레븐을 좋아하는 나도 매번 아마추어 모드에서 한국대표로 이태리, 스페인 등을 5:0으로 바르지만

프로모드로 올려놓고 하면 신나게 깨지기만 한다.

솔직히 K-리그와 영국, 스페인, 독일 리그를 비교하면 그 정도다. 한참 더 발전해야 한다.


국가대표 감독들이 유럽파를 선호하는 이유도 비슷한 이유라 생각된다.

비록 경기에 나서지 못하지만 연습 때만이라도 월드 클라스 선수들과 몸을 부딪히는 그들이다.

평소 경험하지 못한 피지컬과 테크닉에 눈빛이 흔들리는 선수들과는 감독의 운영미 자체가 틀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유럽의 강팀들과 지속적인 평가전을 치루지 않았던 것은 너무 아쉽다.)


아무튼 박주영은 현재 자신의 상황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때문에 후배들에게 좋은 찬스가 돌아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홍 감독도 그런 점에서 박주영을 선발 출장 시킨 것이 아닐까 한다.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박주영의 골을 기대하기 보다는 그가 만드는 공간에서 터지는 골을 기대하는 것이 빠를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난 다음 월드컵에서의 김신욱이 굉장히 기대가 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이번 월드컵에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