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avil All The Time
공장 노동자, 트럭 운전사 출신의 '도널드 레이 폴락'의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 책은〈에스콰이어〉에서 ‘남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기도 했다는데 솔직히 저는 안 읽어봤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입니다. 감독은 안토니오 캠포스. 1983년생이라고 하는데 이전 영화는 아는 영화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전에 감독한 작품이 2016년 제작한 레베카 홀 주연의 '크리스틴'이라는 영화인데 처음 들어봅니다. 그다지 흥행한 것 같지도 않네요.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88%로 높은 편이지만요. 그래도 솔직히 이 정도 인지도의 배우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건 모두 넷플릭스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영화 이야기에 앞서 2020년 9월 18일 현재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의 로튼토마토 지수는 이렇습니다. 관객의 점수가 더 후하네요.
이 영화는 먼저 배우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톰 홀랜드(스파이더맨), 세바스찬 스탠(윈터솔져), 로버트 패틴슨(배트맨), 빌 스카스가드(페니와이즈), 미아 바시코프스카(앨리스) 같은 최근 인기도 급 상승 중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합니다. 세바스찬 스탠은 크리스 에반스(토르) 대타로 출연하게 된 거라네요.
배우들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최선의 연기를 다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세바스찬 스탠과 로버트 패틴슨은 어색합니다. 로버트 패틴슨 같은 경우 '트와일라잇' 팬들에게는 좌절을 안겨줄 수도 있겠군요. 극도로 비열하고 찌질하고 광기가 보여야하는데 별로 그냥 찌질하기만 합니다. 세바스찬 스탠은 '윈터 솔저'로도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 연기를 못 보여주더니 여기서도 평범합니다. 오히려 톰 홀랜드에게 밀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연기를 평할 만큼 출연 분량이 많지 않고요. 빌 스카스가드야요? 뭐 말해 뭐합니까. 가장 인물 묘사를 잘 한 것 같아요. 가장 감정의 변화가 큰 인물인데 훌륭하게 소화합니다.
다행히 영화는 2시간 정도 지루하지 않게 흘러갑니다.
말이 2시간이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여러 명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인물 관계도는 그냥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동네가 워낙 작은 곳이라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다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미국의 시골마을이니까요. 아무튼 이야기는 전쟁 후 정서적으로 혼란한 사회와 거기서 생겨난 커플들, 그리고 부모를 닮아가는 자식들의 이야기가 저주처럼 이어집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하나로 뭉쳐지는데, 이 스토리 연계가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처럼 억지스럽지 않아서 얼마나 신기하던지요.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톰 홀랜드를 중심으로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씩 따로 떼어 봐도 무방하다는 거죠. 이게 칭찬이 아닌 것이 에피소드별로 각기 다른 감독이 연출하고 마지막 에피소드를 원래 감독이 연출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니까요. 전반적으로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었나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각 이야기들이 따로 노는 정도를 넘어서서 이 이야기의 인물이 저 이야기로 들어가면 극 분위기가 혼돈의 카오스에 빠집니다. 어느 분위기에 맞출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영화의 배경은 어두웠다 밝았다가 왔다 갔다 하는데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껌껌합니다. 거기다 설명 없이 넘어가는 부분도 제법돼서 원작 소설을 모르는 저 같은 사람은 '쟤가 왜 저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 자주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이야기 구조가 워낙 탄탄해서인지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어쩌면 요즘 우리나라와 겹쳐 보이는 부분이 많아서 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목사와 교회는 최근 우리나라 계신교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영화가 그리는 시대가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베트남 전쟁 때까지입니다. 어쩌면 미국이 가장 혼란스러울 때였을 수 있겠네요. 그래서 기독교가 그 모양이 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지금 상당히 혼란스러운 시대라는 뜻일까요? 그렇네요. 어찌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확실히 그렇네요. 에효.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제목은 뭔가 호러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우리가 아는 공포영화 속 악마의 실체는 보이지 않습니다. 여느 스릴러 영화처럼 악마 같은 악당이 등장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보는 내내 어딘가에 항상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은 받습니다. 어쩌면 '동네 전부가 저주를 받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악마의 정체는 도대체 모르겠습니다.원작 소설에는 나올까요? 아무튼 끝까지 본 후 영화에서 말하는 악마는 무엇일까 토론해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적어 놓으니 이 영화가 기독교를 비판하는 작품이라고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단순 제 감정이고 결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시대가 괴물을 만들어 버렸다'라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그 '시대'에 교인도 포함입니다만.
원작 소설은 미국 최고의 고딕 문화 소설이라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덤덤하지만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고요. 조만간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왠지 상당히 기분이 찝찝할 것만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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