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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오늘 한 꼭지

벤츠 EQE 세단은 왜 불탔나!

최고급 세단 '벤츠' 전기차가 불탔습니다!!

지난 8월 9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한 대에 불이 났습니다. 불이 붙은 전기차는 당연히 전소됐고요. 화재가 지하 주차장 전체로 번져서 연기를 마신 주민 등 2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습니다. 덕분에 전기자동차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정말 전기차는 아직 불안한 걸까요? 아니면 벤츠 차량에만 문제가 있는 걸까요?

재미있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보고 '일어날 사건이 일어났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로 벤츠가 사용한 베터리에 주목했습니다. 벤츠는 중국 배터리 기업 '파라시스 에너지(Parasis Energy)'가 생산한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면 파라시스 에너지라는 회사가 문제일까요?

파라시스 에너지는 이미 대량 리콜 사태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자국 중국에서 말이죠. 2021년 3월에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파라시스 에너지 배터리를 사용한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전기차 3만 1963대를 모두 리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배터리 화재 위험 때문이었습니다. BAIC는 입장문에서 “일부 차량의 배터리 시스템 밀도 차이로 인해 고온 환경에서 잦은 급속 충전을 하면 배터리셀 성능이 저하돼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래 파라시스 에너지가 개발한 NCM 811 배터리는 밀도가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증가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열 안전성면에서 취약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어마어마한 리콜 사태로 인해 어마어마한 충격을 입었지만, 파라시스 에너지 뒤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있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파라시스 에너지는 이미 2018년에 파트너십을 맺고 차세대 배터리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2020년에는 약 1550억 원을 투입하면서 파라시스 에너지 지분 3%를 확보하는 행보도 보였습니다. 덕분에 한 차례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었음에도 불과하고 파라시스 에너지는 지난해에만 23억 2000만 달러(약 3조 1800억 원) 매출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지금 벤츠를 신뢰하지 못 하는 이유는 약속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벤츠는 2022년 EQE 차종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중국 배터리지만, 그래도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36.8%) 기업이기 때문에 다소 안심했습니다. 거기다 배터리 품질 보증 약속까지 철저히 했던 벤츠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고난 차량을 열어보니 CATL이 아닌 파라시스 배터리가 들어 있던 겁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내 차에는 어느 나라 어느 회사 배터리가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한국경제에서 자동차 별로 사용하는 배터리 종류를 정리한 기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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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구매하기 전에 배터리 제조업체가 어디인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는지도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동차 배터리는 'LFP', 'NCM', 'NVPF' 방식으로 크게 나눕니다. 관련해서는 이 기사를 참고해 보세요.

 

‘LFP’ ‘NCM’ ’NVPF’ 용어를 알면 배터리가 보인다

LFP NCM NVPF 용어를 알면 배터리가 보인다 인산철·니켈·나트륨양극재에 따라 달라지는 배터리 셀투팩 구조로 LFP 배터리 성능 개선리튬 가격은 지켜봐야 나트륨전지도 차세대 전지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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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 이유를 배터리 문제뿐만 아니라 벤츠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문제로 보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3일 가까이 지하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이 별다른 외부 충격도 없이 화재가 난 것 때문이죠. 거기다 이미 벤츠코리아가 지난해 12월 국내 수입·판매된 EQE 시리즈 6종 726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진행한 바 있은 것도 눈총을 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당시 리콜 이유가 BMS 제조 결함이었기 때문이죠. BMS에 오류가 생기면 다른 제어 장치들로부터 비정상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도록 하고, 이는 곧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 기관과 완전히 다른 방식입니다. 그래서 인지 기존 내연 기관 자동차 시대에 좋은 이미지는 전기차 시대에는 크게 도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 브랜드나 명성만 믿고 전기차를 구매했다가는 크게 낭패를 입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