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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끄적끄적

'영혼결혼식'이면 어떻고 '위령제'면 어떤가?

이용수 할머니 관련한 글은 이게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며칠 전 이용수 할머니가 98년 일본군 장교와 '영혼결혼식'을 올렸다는 내용을 봤다. 이건 몇 년 전에도 나왔던 이야기라서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것도 할머니를 끌고 간 쪽발이랑 한 것이 아니라 전쟁 중에 불쌍한 타국 여성을 도와줬던 또 다른 전쟁 희생자를 기린 것 아닌가? 그 나이에, 그 고생 중에, 그렇게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연정을 품지 않을 사람이 있나? 일본이 나쁜 거지, 일본인이 다 나쁜 건 아니라는 걸 왜 이해하려고 안 할까?

아무튼 이게 또 문제인 것 같다.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하는(분위기 파악 못하는 건 '좌'나 '우'나 차이 없다) 몇몇이 이 걸 가지고 할머니를 공격하는 모양이다. 

이걸 가만히 보고 있을 보수  언론이 아니지. 중앙일보가 오늘도 한 건 했다. 바로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 도를 넘었다'라는 제목으로 분위기 파악 못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지적하고 있는 것.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신나서 써 내려간 것이 눈에 선하다. 나도 신나서 쓸 때는 저런 분위기로 글을 썼던 것 같다(반성, 반성).

 

"일본군과 영혼결혼식" 이용수 할머니 겨눈 2차 가해

“치매다” “노망이 났다” 같은 비난에서부터 “참 대구스럽다” 같은 지역 비하 발언까지 등장한다.

news.joins.com

그런데 그거 아나?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한 배경을 만든 기사도 너희 꺼야.

 

 

위안부 출신 할머니 일본군 장교와 '영혼결혼식'

69세의 위안부 할머니가 전쟁터에서 만난 일본군 장교와 뒤늦게 '영혼결혼식' 을 올렸다. 1944년 16세의 나이로 일본군 위안부로 대만 (臺灣) 으로 끌려갔던 이용수 (李容洙.대구시달서구상인동) ��

news.joins.com

중앙일보는 앞의 기사에서 할머니 측근 A 씨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이렇게 인용했다.

측근 A 씨는 “제목만 보고 이 할머니가 일본군 장교와 영혼 결혼식을 했다고 하니 참 씁쓸하다”며 “대충 읽고 대충 막 던지지들 말라”고 지적했다.

이거 중앙일보 자신들에게 하는 말이지?

그리고 제발 분위기 파악 좀 하자. 할머니 공격하면 속이 시원하냐? 윤미향에게 도움이 되냐? 민주당에 도움이 되냐? 상대방이 계속 의혹을 꺼내고 물고 뜯고 맛보고 씹더라도 '검찰 조사 결과 후'라는 전제 조건을 잊지 말고 조용히 하고 있으면 될 텐데. 왜 이렇게 휩쓸리는지 모르겠다. 그냥 술자리에서나 싸웠으면 좋겠다. 

만의 하나, 억만의 하나,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한 2차 대전 피해자 전체가 다 보수 진영으로 넘어가서 정의연 측 등을 공격한다 해도 그들은 그대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들만큼 그 문제에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도 그 아픔을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그들이 그런다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렇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뭣이 중헌지 먼저 고민하자.